지극한 구도자(求道者)의 모습-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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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설명 - 편집실
1983년 12월 22호
불교의 가르침을 보면 부처는 석가모니 한 분만이 아니고 먼 과거의 세상에도 수많은 부처님이 계셨고 미래에는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세상을 교화하신다는 것이다.
보통 한 인물의 생애를 얘기할 때 탄생부터 시작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부처님의 생애는 과거 전생부터 시작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수없이 많은 생을 통해서 수행을 해왔으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음의 이야기도 부처님의 수많은 전생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득한 옛날 이 세상에 선혜(善慧)라고 하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그 외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 밭을 만한 점이 없는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부모님은 많은 재산을 남겨둔 채 일찍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선혜는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 많은 재산을 모아 두고도 부모님은 세상을 떠날 때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 세상에까지 가져갈 종자를 심어야 되겠다.」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국왕에게 알려, 온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자신은 빈 몸으로 고행자의 길을 떠났다.
숲속의 고행자가 된 선혜 선인은 다시 「모든 중생이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의 세 가지가 근본이 되어 죄업을 짓게 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줌으로써 스스로의 탐심을 버리고, 모든 욕됨을 찾아 스스로의 성냄을 다스리고 모든 이치를 바로 보고 깨닫는지 지혜를 닦아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다스려서 고통 받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서원하였다.
이러한 거룩한 서원을 세우고 수행할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는 말을 듣고 산에서 내려왔다. 도중에 500명의 수행자를 만나 도(道)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500명의 수행자들은 선혜 선인의 가르침과 그의 서원을 듣고 무척 기뻐하면서 헤어질 때 한 사람이 은전 한 닢씩을 내어 오백 닢을 그에게 주였다. 선혜 선인이 그 돈을 받아 마을 어귀에 이르니 집집마다 전단향을 피워 향기로운 냄새가 감돌았고 골목길은 씻은 듯 말끔하였다. 그 까닭을 마을사람에게 물었더니 바로 오늘 연등부처님께서 이 마을에 오신다는 것이었다. 선혜선언은 아주 기쁜 마음이 들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부처님을 예배하고 자기의 서원을 얘기해 보리라 생각하였다. 그때 마침 고오피라는 왕녀가 푸른 연꽃 일곱 송이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간곡히 사정하였다.
-부탁입니다. 처에게는 500잎 은전이 있으니 이것을 푸른 연꽃과 바꿔 주신다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간청하시니 5가지를 드리겠습니다. 두 가지는 제가 부처님께 올릴까 합니다. 저도 연등부처님께 꽃 공양을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것입니다. 다음에 깨달음을 얻으시면 이 몸도 잊지 마시고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여 푸른 연꽃 다섯 송이를 구하여 부처님께서 지나 가실 길목으로 갔다. 마침내 연등부처님이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거리에 나타나자, 국왕을 비롯한 많은 백성들은 마리 준비한 꽃을 던지고 향을 사루며 예배하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던진 꽃들은 죄다 땅에 떨어지고 말았지만 선혜 선인이 던진 다섯 송이 연꽃만은 공중에 뜬 채 연등 부처님의 머리 위를 장식하였다. 연등부처님께서는 선혜 선인에게 가까이 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과거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몸과 마음을 바쳐서 남을 위해 살았으며 욕망을 버리고 자비행을 닦아왔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91겁(겁;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의 단위) 쉬 지나면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로 불려질 것이다.
이와 같이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은 선혜 선인은 그때 연등부처님이 지나가는 길에 진흙 땅이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발이 진흙에 더럽혀 질까 염려하여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걸 위에 펼쳤으나 그러고도 부족하여 머리카락을 풀어 땅에 밟고 연등부처님이 밟고 지나가도록 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오피 왕녀도 선혜 선인의 구도심에 감동되어 함께 엎드려 절하였다.
후일에 선혜 선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고 고오피 왕녀는 야수다라 왕비가 되었다. 그리고 요즈음 불교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 간에 꽃송이를 5송이와 2송이를 주고 받는 일도 여기서 유래되는 것이다. 〈해인사 대적광전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