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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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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3년 10월 20호
1980년 10월 27일. 이 날은 한국 불교사에 있어 망각할 수 없는 날이다. 당시 28일자 각 일간지의 지면을 요란스럽게 장식했던 기사들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들이지만 이제 법난의 3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그 법난의 의미와 교훈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전제 봉건사회도 아닌 현대사회에서 권력의 종교개입이 어느 정도까지 납득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일단 접어 두더라도 우리 승가의 대응방식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삼는데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어쩌면 더 큰 과제였다고 보여진다.
힘의 역학관계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종교집단의 유일한 무기는 곧 종교적 힘이며 국내외의 크고 작은 관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뚜렷이 직시하는 안목에 의해 존립 양상은 좌우되게 마련이다. 제한된 지면이라 언급치 못하는 바 많지만 소승불교에서 대승불교가 잉태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불교발전은 불교가 역사와 민중에 동참해 나가는 방법을 일찍이 제시해 준 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불교는 명실상부한 대승정신을 체질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솔직하게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기독교가 국가와 그 어떤 결합을 하는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종교 중 아마도 불교 다음으로 가장 부적당할 것이다.」는 “부르크 하르트”의 이 말은 불교가 지배자의 논리로써 그 동안 얼마나 이용되어 왔었는가를 엿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앞으로 불교는 권력의지의 정치적 희생물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민족과 인류의 나아갈 길을 꿋꿋하게 제시해 나가는 데서 다져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종교적 신념과 동사섭으로 역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자기개혁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곧 대승정신이며, 법난이 안겨준 체험적 교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 여러 의미에서 법난은 안팎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보다 구체적인 우리의 시각을 정립하여 정법을 사수하고 전통에 뿌리 내린 우리 불교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