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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기업의 이익 위해 훼손돼도 괜찮은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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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11월 249호
최근 한 신문의 칼럼. 2000년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을 암흑과 추위, 원시 상태로 돌려놓았던 정전 사태를 인용해 우리나라 발전회사의 민영화에 대해 노동자의 집단이기주의와 고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인데, 이 글의 필자는 캘리포니아 전력대란의 원인을 “돈벌이에 눈이 먼 민간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서 비롯된 셈이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윤리를 생각케 하는 글이다.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정전으로 겪는 고통쯤에는 무감각해질 수 있는 기업. 우리는 이런 기업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을 떨치지 못하겠다. 기업의 행태를 윤리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한다면 그 윤리적 잣대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물론 평가할 수 있으며, 평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의 윤리는 보통의 정서와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기업 윤리의 중심은 이윤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이 확보되면 윤리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윤리적이다. 이윤을 침해받는 윤리를 기업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은 어떻게 이윤을 추구하며, 그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미국 최초의 비영리 광고회사인 ‘공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설립자이며, 환경운동가인 제리 맨더(Jerry Mander)의 ‘기업의 행동을 지배하는 규칙’(《위대한 전환-다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동아일보사, 2000년)은 위의 질문에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제리 맨더가 분석한 기업 규칙의 제1은 이윤이다. 다음이 성장, 경쟁과 공격성, 비도덕성이다. 기업에 이윤과 성장에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행동을 좀 잘하라거나 무엇보다도 지역 공동체와 환경, 노동자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군대에게 총을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할 정도다.

“기업은 자신의 1차적 기능, 즉 이윤을 낳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세력권과 힘을 확대하고, 전세계에 소비자 생활 양식을 퍼뜨리는 기능에만 어울리는 논리 체계에 따라 행동하는 아주 자율적인 구조이다. …누군가 그것에 저항해 반란을 일으키려 하면, 기업에서는 그 사람을 쫓아내고 규칙에 따라 움직일 사람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 기업은 기계다.”(위의 책 384쪽)

북한산 관통도로 사업의 예를 통해 기업의 윤리를 다시 확인해보자. 일산~퇴계원을 잇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송추를 지나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 불암산을 터널로 뚫고 지나가 퇴계원으로 이어진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북한산 국립공원을 터널로 관통하는 사패산터널이다. 폭 8차로(약 40m), 길이 4㎞의 터널이 사패봉 밑을 지나도록 설계돼 있다.

기업은 공공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의 이익을 선택할까. 기업의 이익이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며, 이익을 훼손 당하고서는 기업의 윤리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산 관통도로를 예로 들어 공공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비교해보자. 생태경제연구회는 지난 7월 말 북한산 관통도로를 낼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비용을 계산해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터널로 관통하지 않고 우회하는 것이 1조원 가까운 사회적 비용이 덜 들어간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생태경제연구회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을 그대로 보존함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이득을 반영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보존 가치를 경제성 분석에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개발부서, 특히 건설교통부는 각종 홍보물에서 고속도로 몇 ㎞ 건설 등을 성과로 선전한다. 그런데,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예전보다 살기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꾸고 보존해야 할 것들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하거나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건교부와 한국도로공사, 서울고속도로(주)는 굳이 북한산 국립공원에 터널을 뚫으려 하는 걸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실시하는 사업으로 LG건설 등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 9개사 컨소시엄의 방법으로 설립한 서울고속도로(주)가 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고속도로(주)는 이 도로를 건설하고, 이후 30년 동안 통행료 수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통행료 수입의 안정적 확보가 그 첫째 이유이다. 현재의 노선은 일산, 의정부, 도봉동, 상계동 등 인구 밀집지역에 인접해 있거나 이 지역의 한 가운데를 지나 서울 도심 진입도로로 이어지고, 서해안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로 접근할 수 있다. 유료도로인데도 많은 차량들이 이용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하루 14만~20만대의 자동차가 통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송추 북쪽 산자락과 의정부 북쪽 외곽을 지나 퇴계원으로 이어지면 인구 밀집지역과 다소 거리가 생긴다. 이럴 경우, 사업자측은 20%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민간투자법에 의해 민간자본으로 건설해 운영되는 첫 번째 도로인 김포~인천공항을 잇는 서울하이웨이의 경우 올해 적자 가운데 5000억원을 정부에서 보전해줘야 한다. 그래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민간투자법에 따라 적자액의 90%까지 정부가 보전해줘도 450억원 가량은 적자로 남는다. 기업이 이익은 내지 못할망정 적자를 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서울하이웨이(주)는 통행료의 인상을 기회 있을 때마다 건설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애초 서울하이웨이(주)는 통행료로 1만원을 받겠다고 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6천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적자 보전액도 국민의 세금인 것은 분명하니,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사패봉 밑에 매장된 2700억원대의 화강암 판매 이권 때문이다.(최근 언론들이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주간동아 10. 24, 일요서울 10. 13) 사패봉 화강암은 매우 양질의 화강암으로 15톤 트럭 30만대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이다. 일부는 도로 건설의 자재로 쓰고 나머지는 판매한다는 계산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양질의 화강암임을 밝히고 있고, 판매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서술되어 있다. 석재상들의 도움말을 종합해 이 화강암을 돈으로 따져보니 2700억원 가량이다.(주간동아) 일본에 수출하기로 계약까지 체결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 성당에 다녔던 전남 강진 출신의 윤모씨가 사장인 에덴건설에서 터널 시공을 한다며 현 정권 고위인사와의 더러운 결탁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정치인과 건설업자의 유착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토건국가’ 일본의 예가 대표적인데, 정치인은 건설업자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고, 건설업자는 정치인으로부터 수주를 보장받는다.

“토건국가 체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우선 건설성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카르텔(담합)에 속한 회사들에게 발주를 할당한다. 이들 건설회사는 정기적인 수주가 보장되며,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사수주 가격은 초기에 이미 부풀려지기 때문에, 통상 1~3%에 이르는 상납금을 징수당한 후에도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이 돈은 지방 및 중앙 수준의 정치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또 건설회사들은 적절한 절차를 밟아 건설성 퇴직관료들에게 안락한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인사들이 국회나 지방의회에 출마할 경우 선거운동을 도와줌으로써 재·관·정(財·官·政)의 공동이익이라는 마법의 고리를 완벽하게 형성한다.(개번 매코맥, 《일본, 허울뿐인 풍요》, 창작과비평사, 1998, 63쪽)

국립공원은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그런데,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들과 후손들의 자산인 아름다운 북한산 국립공원이 무너져도 괜찮은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