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한 번 뒤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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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박주천
2002년 11월 249호
현대 과학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모든 물질은 풍요롭고 우리의 삶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에 의하여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대량 살상무기가 생산됨으로써 그로 인한 지구 및 전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1989년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 총액은 1분에 1,800만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1시간에 1,500명의 어린이가 굶어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한 가지 식물종자가 멸종되고 1년에 대한민국의 3/4 정도의 열대 숲지대가 파손 또는 소멸되고 있으며 지구의 대기온도가 10년째 섭씨 1.5°씩 높아지고 바닷물의 수온이 10년에 4.5°올라간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와 같은 게릴라식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 재해가 많이 발생했는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함에 따라 인간성이 말살되고 상호신뢰가 없어지면서 자기만이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와 기회주의가 팽배하여 생명의 존귀함을 상실하고 있다.
과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경계와 사물에만 집착하여 정신적인 면을 무시하는 경향으로 종교의 필요성마저 부정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과학문명에 병들어 정신없이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현대인의 실상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롭다고 하여도 인간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늘도 지구 한구석에는 기아와 질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으며 전쟁과 테러 투쟁과 질투, 종교적 갈등으로 인류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것이 행복이고 어떤 것이 참된 ‘삶’인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의 삶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모두 의문투성이다.
하루살이 날벌레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턱대고 앞에서 날고 있는 놈만 따라 빙빙 돌며 난다고 한다. 빙빙 돌고 있는 바로 그 밑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돌기만 한다. 이렇게 무턱대고 7일 동안 계속해서 돌던 ‘날벌레’는 결국 굶어서 죽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실한 믿음과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래저래 방황하며 무턱대고 따라 돌던 날벌레처럼 탐욕과 향락에 눈이 어두워 값진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나 자신을 위하여 사용하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하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여 본다.
먹고 살기 위하여 일에 쫓기고 돈에 시달리며 아무런 계획과 목적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집 좋은 옷을 입고 돈 걱정 없이 무엇이 제일 즐거운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돋보이고 남에게 자랑하고 과시하기 위하여 몸단장하며 전화질하는 아만과 향락에 물든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삶이 과연 행복하고 올바른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6-1-30-2-6이란 이 숫자는 나의 하루 일과표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시간 동안 등산과 운동을 하고 30분 동안 예불과 기도를 하고 하루에 2시간 이상 책을 보고 공부를 하며 6시간 이상 잠을 잔다. 그래도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하여 사용된 시간은 고작 3시간 30분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합해도 12시간이 넘지 않는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하루를 잘못 보내는 것은 자기 자신의 행복한 삶을 상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가로막기 때문에 불행을 가져 오게 만든다.
그럼 인간의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과욕하지 않으며,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며, 부처님의 진리를 배우고 닦아 수행을 통하여 번뇌 망상을 끊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린 새싹이 자라 큰나무가 되는 자연의 진리에 순응하며 과욕하지 않고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요, 깨달음을 얻는 지름길이다.
우리 불자들은 너무나 성급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한 번 듣고 다 배우고 빨리 어떠한 경지에 올라가려고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조급한 마음이 불교 공부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조급하게 설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일하게 생각하며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도 큰 장애가 된다. 경전에 말씀하시기를 ‘불교공부를 거문고 줄’에다가 비유하였다. 너무 팽팽하여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하여도 안 된다고 말씀하시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르게 사는 지혜로운 삶이다.
서양 과학 문명의 발달로 청년들의 정서가 파괴되고 물질만능과 향락주의에 물들어 사회가 병들어 썩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무턱대고 돌아가는 날벌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혜로운 올바른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서 꼭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썩고 병들어 신음하는 이 사회를 치료하는 데 청정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불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