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경유심조반행石徑幽深鳥伴行 돌 길 그윽하고 깊어 새와 함께 걷겠고
만헌연월방환정滿軒煙月放歡情 난간 가득한 연월에 기쁜 정 펼치겠네.
당번엄영계함영幢幡掩映溪涵影 불당의 기 그늘 지우매 시내엔 그림자 잠기고
종범장양곡답성鍾梵洋谷答聲 범종 소리 멀리 울리자 골짜기에 메아리치네.
좌구동운생우멸坐久洞雲生又滅 앉은 지 오램에 골 안의 구름 생겼다 또 사라지고
담여롱촉암환명談餘籠燭暗還明 담소의 나머지에 등롱의 촛불 어두웠다 다시 밝구나.
허다풍물감취사許多風物堪取捨 허다한 풍물 정히 취하고 버릴 만하니
작기오금괴이정作記吾今愧李程 기록을 남기는 내가 오늘 이정에 부끄러워라.
이 시는 백비화의 시집인 《남양선생시집》 하권에 <차운하여 해인사에 적다(次韻題海印寺)>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데, 아쉽게도 그 원운原韻이 누구의 시였던지는 알 길이 없다. 이 시집은 저자의 아들 희심希이 수집 편차하여 1249년(고려 고종 36)에 2권 1책으로 간행했고, 그 책판은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 필자 주:《남양선생시집》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것이 있는데 책 끝에 ‘昭和十八年八月海印寺雜板新印’이라고 적힌 기록이 있어 그 책판이 해인사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책은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간행한 《한국문집총간(韓國文集叢刊)》 2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