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어지는 불교계의 항의
민불련 간부와 지선스님 구속에 대한 불자들의 항의규탄성명과 농성 서명 운동집회가 확산되고 있다. 7월 4일에는 민불련, 대불련, 동불련, 정토승가회, 대승승가회 등이 공동으로 ■ 구속자 석방 ■ 불교 탄압 중지 ■ 국보법 철폐 ■ 안기부 해체 등을 결의하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3일간의 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날 통불협은「현정부의 좌경매도 행위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고 ■ 민주운동 탄압 중지 ■ 안기부 해체 등을 결의했다.
9일 부산에서는「핵 철거․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부산지역 추진위원회」와「정토구현 부산․경남 승가회」를 중심으로 대책소위를 구성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11일 서울 통불협 사무실에서는 40여 명의 불자가 참여한 가운데 농성을 시작하고「불교탄압 규탄과 지선스님 및 구속 불자 석방을 위한 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승가대중이 광범위한 서명운동 전개를 결의했다. 같은 날 광주에선 문빈정사, 원각사 등 광주지역 사찰 청년회와 대불련 전남지부 등으로「광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12일 광주 원각사에서는 법회를 갖고 성명서를 발표한 뒤 지선스님 면담 요구 가두 행진을 전개하다가 면담요구자 전원이 연행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광주지역사암연합회」가 대책위에 참가키로 하면서 송광사, 대흥사 등 전남지역 사찰에서 적극적인 서명운동 전개에 들어가고 항의농성에 참여했다. 농성 4일째인 14일, 서울에서는 스님 10여 명이 동국대 불상 앞에서 단식농성 입제식을 갖고 다음날에는 기자 회견을 통해「단식농성에 들어가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부산지역에서는「불교탄압 규탄과 지선스님 및 구속불자 석방촉구 대회를 갖고 성명서 채택과 서명운동을 결의했다.
15일 광주 문빈정사에서는 불교탄압 규탄과 구속자 석방을 위한 법회를 가졌다. 16일에는 부산지역 대책위원회 결성식을 갖고 석방촉구 항의 농성을 돌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9일 서울 동국대에서는 정토승가회, 민불련, 전한국불교 여성회 등 15개 단체가「불교탄압 저지와 지선스님 및 구속불자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 석주스님을 증명으로 모시고 진관(전통구현 승가회 부의장), 명진(대승불교승가회 상임위원장) 스님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동대책위는 결성선언문을 통해ꡒ정부당구은 공작정치를 통해 분기를 조장, 불교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ꡓ며ꡒ당국은 애국불교단체에 대한 좌경용공 매도 탄압을 중지하라ꡓ고 촉구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까지 석방 촉구 서명 작업에서 성철 종정스님을 비롯한 430명의 스님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저녁 서울 조계사에서는 스님 및 재가불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수호와 지선스님 및 구속불자 석방을 위한 범 불교도 결의대회를 갖고 12명의 스님들이 동국대에서 행한 일주일간의 단식 농성을 회향했다.
승가대중 침탈에 대한 불교계의 시각
최근 불교계 인사의 구속과 불교 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겪고 있는 불교계로서는 최근 서경원 밀입북 사건에 관련된 카톨릭계의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에 대한 당국의 처리와 대비하여 몇 가지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선 당국이 주장한 대로 지선스님의 경우 국가보안법, 집시법(集示法), 정기간행물 위반으로 구속됐는데 그 구속 이유가 불교도들에게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위의 법률에 위반되었다면 정당한 재판과정과 절차에 의하여 구속되어야 했을 텐데, 마치 10.27법란의 악몽을 연상시키듯이 새벽에 급작스럽게 구속이 자행되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행위를 저지른 당국의 태도에 대해서 불교계로서는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이미 온 천하가 다 알고 있듯이 서경원 사건과 관련하여 불고지죄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불고지죄를 자청한 가톨릭계의 인사들에게 취한 태도에 비교해 볼 때 불교계에 대한 당국의 태도는 불교탄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뢰하고 방자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이번 불교계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면밀한 계획 아래에서 자행되었다는 의혹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이미 각 부분의 민족 민주운동을 좌경용공으로 몰고 있는 당국의 민불련과 통불련에 대한 탄압은 그 동안 불교 안팎으로 자주화와 민주화를 위해 애써온 불교 내 민주세력에 대한 일대 탄압의 서곡이며, 전체 민주운동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불교계를 최초의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민중불교운동의 핵심적 위치에 있지만 현재 민불련에서는 활동이 중지 상태인 지선스님의 경우에 전남국본과 관련해서만 구속시킨 점이다. 그 활동이 미미한 민불련의 여익구 씨가 탄압의 대상이 된 것과 지선스님의 구속사건은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재야에서는 이번 구속과 관련하여 전체 운동권과 불교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면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하는 이가 많다. 즉, 전민련의 핵심간부를 현재 그 세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되는 민불련과 엮어서 처리하고 성직자인 스스님은 교와는 상관없는 전남국본과만 연결해서 구속하는 것이 불교계의 반발을 가장 극소화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승가정신의 소멸과 회복
불교단체가 침탈당하고 교계의 중진 스님이 사찰에서 연행 구속되어도 종단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있다. 거대한 공권력으로 짓밟혔던 10.27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한데 또 다시 사원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었음에도 공식적인 논평 한 마디 없는 총무원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가.
당국의 처사가 분명히 교권 침해이며, 이에 대해 많은 스님과 청년 불자들이 부산, 광주, 서울 등 각지에서 단식 농성을 전개하고 규탄 법회를 열어나가는 등 구속사래에 대한 파급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종단은 불평은커녕 무사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종단의 모습은 젊은 불자들로부터 깊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데, 그 의혹의 내용은 노태우 대통령이 교계의 원로 중진 스님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불교계의 좌경 용공세력 척결에 대한 양해와 협조를 구했고 참석한 스님들은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최근 종단은 정부의 불교방송국 허가, 중앙승가대학 각종 학교인가, 봉은사 사태에 대한 협조 등을 댓가로 10.27법난 마무리, 정부 입장에 대한 전폭적 지지 등을 약속한 듯하다는 것이 교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많은 불교도들은 이러한 종단의 태도에 큰 실망을 하고 있음을 종단은 빨리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처님 법이나 스님들이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침탈이 있을 때에는 마치 300자루의 창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듯이 아파해야 한다는 대승보살 계율정신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