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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와 핵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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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성실 1989년 08월 90호
1. 유럽의회 선거결과 나타난 더욱 짙은 녹색에의 희망
지난 유월 십오일 이후 유럽 각국에서 있었던 유럽 의회 선거 결과 녹색당의 지지율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서독에서 환경보호시민단체의 모습으로 출범한 녹색당은 불과 십여 년 만에 ꡐ녹색의 이데올로기ꡑ로 유럽 전체를 물들이고 정책정당으로서 자리를 잡아나가게 되었다.ꡐ군사동맹 해체, 에너지 보존, 핵발전소 폐기, 공해방지기준의 강화ꡑ들을 공동강령으로 내세우는 유럽 각국의 녹색당들은 파괴주의를 촉진하는 공격적 체제와 구조의 해체,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등의 새로운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유럽인들의 더욱 짙어진 녹색에의 소망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나타난 지금, 문제는 ꡐ환경보호ꡑ라는ꡐ구호ꡑ를ꡐ정책ꡑ화하는 것이다. 운동이 발달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구체화되는 내용들이 있지만 집권당으로서 혹은 정책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좀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2. 공해문제를 일관된 시작으로 파악하더라도 극복 방법은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재 환경운동의 정치세력화가 미흡하여 여야 네 당의 정책에는 공해문제가 단순히ꡐ구호ꡑ정도의 수준으로도 반영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공해문제의 해결 방안과 정책의 구체적인 제시는 공해추방운동의 발달과정 속에서 각계 각종의 연구와 노력에 의해 구체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몇 가지 해결방향과 원칙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공해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전제할 점은 공해문제를 일관된 시각으로 파악한다 하더라도 그 극복방법은 다각적인 방향에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해문제의 해결 방법을 단순히 공해기준치 설정의 문제나 공해시설의 제어(Contral), 검측문제 들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로 본다든가 사회문화적인 문제 혹은 정책 설정의 문제로만 보아 넘기는 것은 모두 부분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면에서 한계점을 갖는다. 실제로 공해법규를 시행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필요불가결하며, 또한 공해방지 대책을 정책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는 법이나 제도의 문제도 함께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ꡐ오염자 부담원칙ꡑ의 관철로 공해의 사전 예방효과를 가져와야.
공해문제가 해결되려면, 첫째로ꡐ오염자 부담원칙ꡑ의 관철이 필요하다. 이는 환경규제의 강화나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서 문제해결을 위한 대원칙이다. 공해문제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공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비용이 사후처리 비용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공해방지에 대한 강제사항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방지비용 자체를 회피해 왔다. 결국 공해의 사후처리조차도 법과 여론의 강제에 의해서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각 기업의 공해방지에 대한 규제에는 ꡐ오염자 부담의 원칙ꡑ이 적용되어야 한다. 오염시킨 쪽에서 오염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러한 ꡐ오염자 부담의 원칙ꡑ은 결과적으로 공해의 사전예방 효과를 가져온다.
폴리에틸렌병이나 비닐을 예로 들어 보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ꡐ제도화된 낭비ꡑ가 하나의 특징이다. 폴리에틸렌 등이 개발되어 기업은 대량판매가 더욱 손쉬워졌으며 많은 이윤을 얻고 있다. 그러나 폴리에스틸렌은 회수가 어렵고 폐기되었을 때 공해가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그 폐기물 처리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처리되고 있다. 모든 상품이 독점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공해가 덜한 상품을 선택할 기회조차 없으며, 또한 편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제도화된 대량소비를 강요받고 그에 따른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오염의 주범을 정확히 가려 책임 소재를 묻고 공해방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각 기업에서는 폐기물 처리가 가능하고 관리수거가 쉬운 쪽으로 기술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산업폐기물뿐만 아니라 공장에 의해 수질과 대기가 오염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ꡐ오염자 부담 원칙ꡑ이 철저히 적용된다면 더 이상 기업은 오염의 결과를 국민 전체에게로 돌릴 수 없게 될 것이며, 스스로 오염이 덜 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하게 되고 사후처리보다는 사전예방에 힘쓰게 될 것이다.

4. 구멍 뚫린 환경오염 방지체제
공해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둘째로는 환경규제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이는 처벌규정의 강화와 철저한 시행, 환경 기준치의 확립 들로 구체화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오염 방지 행정은 구멍 뚫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환경청이 시행중인 환경감시제도와 공해물질 배출 부과금제도는 사후관리 미흡으로 형식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오염방지 시설을 제대로 갖추려면 십억 원 상당에 이르는 시설투자 부담과 그 운영비를 감수해야 하지만 배출 부과금은 얼마 안 되는데다 단속의 횟수도 고작해야 업소당 오육 회이다. 따라서 공장의 입장에서는 ꡐ걸려봐야 그때뿐이고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된다ꡑ라는 의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결국 눈가림식의 형식적인 방지시설만 갖추고는 감시망을 적당히 피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과거 십 년 동안 우리나라 각 기업의 오염방지 시설 투자비는 공장시설 투자비의 0.4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기업의 환경보전시설투자 GNP대비는 0.03~0.04 퍼센트로 선진공업국의 0.5~2.0 퍼센트에 현저히 뒤진다.
기업체의 환경투자나 정부의 환경예산 비율이 구미나 일본에 비해 십분의 일도 안 되는 형편에서 우리의 환경오염도가 열 배를 넘는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닌 것이다. 공해물질 배출 부과금제도는 비용을 늘리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여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방사능이나 대기, 수질오염 물질 등의 오염기준치가 안전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기준치 자체는 ꡐ그 정도면 안전하다ꡑ라는 의미가 되어야 할 텐데 그 이상이면 위험한 양으로 정해지고 있다 이는 오염기준치를 넘은 상태에서는 이미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준치는ꡐ그 이상이라도 안전한 정도ꡑ로까지 낮춰져야 한다.

5.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들이 제도적으로 참여해야
환경영향평가제도란 대규모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 예측, 평가하여 관련기관과 전문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계획의 적부판정 및 수정을 꾀하는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설과 개발의 대부분이 상공부, 건설부들에 의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청에 의한 환경영향평가는 거의 도외시되다 시피하고 있다. 건설이 시작된 뒤에야 환경 영향평가가 이루어 진다든지, 공장이 가동된 이후 환경파괴로 주민운동이 발생되었을 때에야 보상을 위한 평가가 시행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주민의 참여 기회가 없고, 적부판단이 아닌 수정만을 하는 실정이다. 칠십년대 이후로 시작되어 팔십년대에 이르러 극에 달한 대규모 공단지역의 공해발생과 그에 띠론 농어민 지역주민의 생존권 파괴 현상은 이같은 제도에서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진정한 확립은 주민이 환경영향을 조사, 평가하는 데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확립될 것이다.

6. ꡐ성장의 질ꡑ올 고려한 자립경제로 변화해야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해문제를 고려한 계획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립적 경제구조의 구축이 최대 관건이 된다. 육십년대 이후 지속된 경제성장정책은 GNP 위주여서ꡐ성장의 질ꡑ에 대한 고려는 전무했다. 특히 선진공업국으로부터 제철, 화학, 석유산업 들과 같은 공해산업을 도입한 것은 공해문제를 더욱 가속화한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수출주도형 산업구조하에서 대외수출경쟁력은 값싼 노동력과 지대,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를 대가로 한 비용의 절약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육십년대 이미 환경오염으로부터 비롯된 재해를 충분히 경험한 선진공업국은 이 경험을 이용하여 고도의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 치중하면서 공해사양산업올 제 3세계 신흥공업국에 전가시켰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얻지 못한 제3세계의 역대 독재정권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과 맞물려 공해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공해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경제구조 자체가 현재의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에서 자립경제체제로, 공해를 심화시키는 산업에 대해 배제하는 계획경제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GNP 위주의 양적인 경제성장보다는 인간의 삶의 질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변화 또한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7. 작은 기술, 작은 에너지의 이용
앞서 언급한 원칙들이 확립되면 이는 당연히 공해방지 기술의 개발이나 공해가 덜 배출되는 생산기술로의 변화로 귀결된다. 특히 경제구조의 변화는 다(多)에너지 소비사회를 지양하고 저(振)에너지 소비의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특히 저에너지 소비사회로의 전환은 핵발전소에 의한 방사능 오염문제를 해결해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 번의 방사능 유출로도 인간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발전소의 건설을 극구 찬성하는 기존의 정책입안자들은ꡐ 전기 소비의 증가ꡑ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삼는다. 전기를 목적으로 생명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ꡐ대량소비ꡑ의ꡐ중독증세ꡑ에서 풀려나야 할 것이다.
환경운동이 활발하고 정치세력화된 유럽에서는 국민투표에 의해 발전소가 폐기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대안체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중앙집권적이고 대규모적인 에너지 체계에 비해서 철저하게 지방자치제에 기반한 소규모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8. 운동 없이 대책 없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개발되고 엄격한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그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이를 현실화시키는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운동의 주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공해와 핵으로 피해 받는 각계 각층의 전 민중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ꡒ운동이 없는 곳에 대책은 없다ꡓ라는 공해문제의 철칙은 세계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