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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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추경
1989년 08월 90호
인류는 문명이리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연의 정화 능력 덕분으로, 지금까지 인류는 생태계의 파괴가 인간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르고 번창하여 왔으나, 금세기 초부터 서구문명권에서는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생태계의 파괴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자성능력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인간 생존의 뿌리가 내려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서구문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제3세계에서도 환경오염의 현상이 칠십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환경오염으로부터 비서구문명권이 받는 피해는 환경오염의 발생원인 서구문명권보다 훨씬 더 심각하여 생존 자체가 위협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육이오 이후 사십 년 동안 소비성향인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은, 그동안 경제성장의 기치 아래 오염실태를 은폐하여 왔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물고기의 떼죽음, 썩어가는 못자리, 미역이나 조개가 자라지 못하는 양식장, 지역주민들의 집단피부병, 농약오염으로 인한 농민들의 발병 내지 사망, 최근에 높아진 기형아 출생율 등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도 오염 실태에 대한 정부의 자료가, 국민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도록 정확하고도 체계적으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오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으며, 다만 최근에 와서야 사설연구기관, 환경청 들에서 조사한 단편적이고 선별적인 자료가 신문지상을 통해서 발표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은 돌이킬 수 없는 선까지 육박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산업사회를 추구하고 있는 발전도상국들을 보면, 자연환경 중 비교적 빠르게 오염되며 그 피해가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수계(水界)의 오염이다. 모든 환경오염의 피해는 광범위하나 수질오염이 인간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그 범위나 피해 계층을 보더라도 가장 광범위하며 직접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식수 및 생활용수의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는 남산의 사대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대청, 안동, 아산, 충주, 진양호 등 주요 인공호들의 오염 실태는 그 대부분이 식수로 적합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한강수계의 최하류 댐이며 서울시 취수원으로는 최상에 위치한 팔당호의 경우에는, 남한강을 통해서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광산폐수와 생활폐수가, 춘천지공천을 통해서 하루 평균 오만이천오백 톤의 각종 폐수가, 경안천(용인)을 통해서 하루 평균 삼만육천삼백 톤의 공장 축산 및 생활폐수가 흘러 들어오고 있다. 팔당호와 한강 상류는 이미 삼급수원지를 넘어서 식수로 부적합한 상태이며 하류에는 물고기조차 사라진 형편이다. 남한 인구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서울시 인구 일천 이백만 명이 농약, 중금속, 화학 물질, 축사분뇨 들을 마시고 있는 셈이라고 활 수 있다. 강원도 태백이 발원지이며 영남지역 전역을 유역권으로 하는 낙동강의 오염은 팔십칠년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밀양하남까지 육십 킬로미터가 저수화하여 유속이 떨어지면서 급격히 악화되었다. 하구둑 상류에 서식하는 패류는 팔십 퍼센트가 폐사하였고 나머지도 악취 때문에 식용이 불가하다. 삼랑진, 함안들의 상수원 수질은 삼급 기준을 넘었으며, 낙동강 열두 개 지점에서 채취한 민물고기의 평균 수은 함량이 토양의 평균 함량보다 높게 나왔고, 인체 내에 축적되어 뼈를 연화시키는 병을 유발하는 카드뮴 금속이 삼랑진의 하천 수질
기준만큼 검출되었다. 지방의 지천들도 합성세제, 농약, 공장폐수들로 오염되어 있으나 자세한 자료가 나와 있지 않고 지하수 오염에 대한 자료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 하천의 오염은 환경청에서 그나마 통제관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농업용수의 오염은 농수산부와 환경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행정상의 공백상태이어서 그 실태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농수산부의 단편적인 자료에 의하면 농지개량조합농지의 칠 퍼샌트가 오염된 농업용수로 농사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대강 및 주요 인공호의 오염상태로 보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농업용수 오염 실례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팔십팔년 낙동강 유역 김해 근처 농가에서는 모가 썩어서 모내기를 할 수 없었고,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 지도읍 일대는 벼가 웃자라 잘 쓰러지며 수확이 단보당 두세 가마가 줄고 농부들은 피부병을 앓는다고 한다. 농업용수의 오염은 우리 주식인 쌀의 오염을 뜻한다. 상수만큼 중시해야 할 것이 농업용수의 관리인데, 오염실태 파악과 최소한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 함량의 측정만이라도 되어야 할 것이다. 바다의 오염도 하천 오염에 못지 않게 심각하다. 동해안의 주요 항구 중 울산, 포항, 북평 이외에는 해수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해수가 오염되었으며, 물론 대부분의 항구 근해는 수산물 양식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팔십년부터 연근 해어장의 어획고가 거의 정체되어 있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해수오염이다. 그 원인은 각종 임해공단에서 배출하는 폐수, 선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기름 들이다. 서해안 해안선은 굴곡의 변화가 많고 수심이 얕으며 간만의 차가 커서 어패류와 해조류의 산란장이나 생육장으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며, 특히 넓은 갯벌은 자연정화능력이 높고 생산성이 높아 수산물양식에서 연근해보다 열 배 이상 생산성이 높은 곳이다. 칠십사년부터 시작된 산업기지 개발, 다가올 서해안 시대를 위한 공단 조성, 국토 확장 들로 이천년에는 서해안의 해안선이 밋밋해질 지경이다 생태계의 파괴가 극심할 것은 물론이며 어민들의 생활 타격도 클 것이다. 또한 서해안 개발사업에 의해 세워질 중공업단지가 뿜어낼 폐수 및 폐기물은 동해보다 수심이 얕은 서해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건강과 직결된 환경오염 중의 하나가 식품오염이다. 우리
나라는 식품오염의 중요 부분인 잔류농약에 대한 국제법이 없다. 암, 간장, 신장, 신경장애 들을 유발하는 농약이 인체에 해가 안 되는 수준 이상으로 농산품에 함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온 국민은 국내 농산품은 물론 수입농산품에 함유된 농약까지를 먹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국내 농산품의 경우에는 비가 온 뒤 수확한다든가 하여 농약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미국농산품 등 수입품 중에는 그 나라에서는 오염 등의 이유로 판금된 것들이 제 3세계로 수출되는 경우가 있다 수입품은 몇 주간의 선적 및 운송기간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그 사이 밀폐된 용기 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농약보다 더 해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변질을 막기 위해 과량의 방부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국내 농산품보다 훨씬 유독할 수 있는 수입농산품들이 아무런 여과과정도 없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의심케 한다. 서울 시민은 누구나 대기오염의 심각함을 피부로 느낀다. 시내로 들어서면 눈이 따갑고 맑은 날씨라도 시내는 흐려보이며 흰옷은 입은 지 얼마 안 되어도 소매끝 등이 검게 되며 가을에는 가로수잎은 단풍이 들지 않은 채 그대로 검게 말라서 떨어진다. 남한인구의 과반수가 살고 있는 팔대도시의 대기오염은 먼지와 아황산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이미 환경기준치를 넘은 지 오래다. 호흡기 속으로 흡입되는 먼지에는 수은, 납 들의 중금속 함량은 아직 위험한 정도는 아니나 증가일로에 있다. 아황산가스는 천식을 유발시키며 비에 녹아서 산성비로 변하여 건물을 부식시키고 토양을 산성화하여 생태계에 피해를 입힌다. 농공 지역이나 공단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에 의한 피해도 지역 주민에게는 막대하다. 오십 삼 년 동안 구리원광을 제련해온 장항제련소는 오염 때문에 마침내 지난 오월에 폐쇄하였다. 그밖에도 공단지역의 주민 피해와 환경오염의 사례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조사되어 있지 않다. 폐수, 농약, 유해가스 들에 의한 환경오염 이외에도 자손대대로 기형 및 유전병을 물려주거나, 불치의 백혈병 들로 수많은 인명을 죽이고, 또 생태계를 영구적으로 파괴함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일시에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는 오염물질이 있다. 방사능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방사능은 암치료에, 연구실의 실험에, 그리고 원자력발전에 두루 쓰이고 있으나 여기서 나오는 각종 형태의 폐기물 처리는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남한에는 경남 양산에 한 기. 경북 월성에 한 기, 전남 영광에 두 기, 경북 울진에 두기 등 모두 열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며, 구십오년까지 영광에 두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는 원전 보유 수에 있어서 개발도상국 중 제일 위에 있다. 원전 이외에도 남한에 비치된 핵무기 및 핵기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비밀로 되어 있으며, 그 규모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천 배 내지 수백 배로 추정되고 있다. 군산은 공식화된 핵기지로 알려져 있고 그밖에도 광주, 오산 등 열 아홉 곳이 있는 것으로 외지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방사능에 의한 하천, 대기, 토양 등 단 한번이라도 국토가 오염되면 그것은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생명체는 그것이 인간이건 다른 것이건 간에 생명의 본질이 일그러지거나 난치의 병에 걸련다. 원전산업은 발전에 드는 비용이 비교적 싸며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작되었으나, 그 동안의 경험에 미루어보면 오히려 경제성이 없으며 일반 환경오염문제보다 더욱 심각하고 위험한 방사능오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소련의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것을 국민 투표에 붙여서 가동중인 원전을 패쇄하거나 건설 계획중인 것을 전면 취소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십여 년에 걸쳐 완성한 원전을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하고 폐쇄에 들어간 것도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 정부만은 원전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대의 전력 수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마흔네 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워 후보지까지 선정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사양길에 접어든 원전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되어 있는 셈이다. 제 3세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오염문제는 일반적으로 기술상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는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이며 그 원인도 기술상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국제정치학적인 문제이며 한 나라의 정책적인 문제이므로 해결의 첫걸음도 그 차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공해방지기술, 종교, 윤리, 심리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의 제휴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한 나라의 국토가 뿌리째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에서 정부는 아직도 오염실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국민들에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핵문제에 대해 치졸한 비밀주의를 내세운 채 원전건설이 타당하다고 우기면서 미국의 칠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좁은 땅덩어리에 미국의 핵무기를 쌓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뒷받침해 온 일부 환경학자들과 정책 결정을 하는 고위담당자는 지금이라도 진솔한 태도로 환경오염문제에 맞서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국토와 국민들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빠지게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