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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일정토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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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고준환 1989년 08월 90호
인생의 목적은 성불제중 (成佛濟衆)에 있다고 부처님은 가르치신다.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여 인격 완성과 사회 완성을 이루는 것-인간 해탈과 사회 해방(mohsa)을 통하여 자유와 평등과 평화가 조화된 정토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보편적 진리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되려면, 우리는 부처님 정법에 터잡아 나라를 민주화하고 한반도와 만주벌판을 통일하여 찬란한 불교문화가 꽃피우는 민주통일정토 (民主統一淨土)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ꡐ지금, 여기ꡑ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 지역 감정, 계급적 갈등, 학원 분규, 노사 분규, 광주 민주화운동 미해결, 제 5공화국 비리 미청산 등으로 대단히 혼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학적으로는 가치 기준이 붕괴된 아노미 현상이지만, 이것이 전국적,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가히 천하대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많은 중생은 석가여래가 갈파하셨듯이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다. 이 같은 고통의 바다를 떠나서 중생이 기쁨과 즐거움에 찬 삶 즉, 행복한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에 곧 정토구현에의 길이 될 것이다. 물론 즐거움에는 세간락(世間樂)과 열반락 (裡槃樂)이 있는 바 세간락은 덧없는 것이요 열반락은 고통이 완전히 소멸된 상황으로 궁극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세간락을 누리면서 열반락을 얻어나가는 민주통일정토를 구현하려면, 먼저 국시인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부처님은 그것을 어떻게 가르치셨나 하는 것을 살펴보고, 민주통일정토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란 일반적으로 민주성, 상대성, 자동성과 다수결을 그 본지로 한다 민주성이란 존귀한 인격적 가치를 지닌 국민대중이 주인인 것이요, 상대성은 모든 사람이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다원성이요, 자동성은 국민 대중이 지배․피지배 계급과 같은 계급이 고정되지 않아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정치적으로는 평화적 정권 교체로 상징되는 것이다.
다수결은 공동체적 삶에 있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와 타협과 양보를 우선적으로 시도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복종하기로 하는 결정이다. 불교에 있어서 민주성은, 모든 중생(국민)이 존귀한 가치를 지닌 인격체로서 자유로운 주인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질 것을 전제로 한다.ꡐ나ꡑ의 주인도ꡐ나ꡑ요 가정, 직장, 사회, 사찰, 나라 및 세계의 주인도ꡐ나ꡑ라는 정신을 갖는 것이다禮處作主〕.그것은 중생들의 마음바탕에 모두 여래의 성품을 함장한 여래장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세상에 태어나시면서 ꡒ천상천하 유아독존ꡓ이라고 최고의 인격성을 사자후하셨고, 그 전생인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 시대엔 다른 모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ꡐ그대가 여래의 성품을 가졌으니, 일정한 과정을 거쳐 성불하리라ꡓ고 매를 맞으면서도 외치셨다. 항상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ꡐ상존중보살ꡓ이며,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정신적 발현이라고 하겠다. 불교에 있어서 상대성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ꡒ연기론ꡓ에 잘 나타나 있다. 모든 중생은 인연과보 및 윤회에 따라 형성되고 변화해 나가는 관계적, 상대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하고, 저것이 멸하므로 이것이 멸하는 상의상존적, 상호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관계적, 조건적 존재이기 때문에 중생은 홀로 평화로울 수 없고, 함께 어울리는 관계를 가질 때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 자동성은, 존재 전체는 하나의 생명이며 중생은 그 대생명의 분신생명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카스트 같은 계급을 타파하여 평등한 삶을 누리게
허는 것이다. 곧, 모든 사람의 고정관념이나 착각을 타파하고 특권의식을 버리게 함으로써, 동질성을 지닌 평등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 다수결은 승가공동체 운영에 있어서 민주적 합의제로 나타났다.
승가공동체에서는 원칙적으로 전원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갈마작법으로 일을 결정한다.
승가는 화합대중으로서 일을 결정할 때 대중공사를 하여 원칙적으로 합의나 만장일치에 의하는데, 모든 의사결정이 합의나 만장일치가 되지 않을 때는 도반으로서 절복이나 합의를 유도하고,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수결, 또는 조사의 뜻에 따라 결정하였다. 이같은 불교적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우리들이 민주통일정토를 구현해 나가려면 그에 앞서 한국불교의 역사적 위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약 일천 육백여 년이 흘러갔다. 삼국시대에는 신라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삼국을 통일했고, 불교를 국교로 했던 고려는 불교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웠다 그러나 이씨조선에 와서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심하게 탄압을 받았으며 일제시대에는 불교문화 말살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최근세에 이르러서는 서세동점에 따른 문화의 서구화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정체를 딛고 활기찬 민주통일정토를 구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행해야 한다. 첫째는 진여인 불법승삼보를 믿고, 사부대중이 대단합을 이루는 보살대중이 되어야 한다. 믿는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조건 없이 활짝 열고,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선과 명상의 실천이다.ꡒ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ꡓ는 말과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천만이 진리의 유일한 검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선이나 명상을 날마다 실천함으로써,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무아(無我)의 경지에 나아감으로써,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은 날이 되어야 한다. 나날이 좋은 날이어야 함이다〔日日是好日〕. 선과 명상을 실천함으로써 인격의 내면이 바뀌어, 마음이 밝아지며 기쁨이 넘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 그것은 곧 보살도가 되는 것이다. 선명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인생을 고해라고 전제할 때 생활선의 방법으로는 난행고행 (難行苦行) 낙습고행 (樂習苦行), 이신공양(以身供養)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난행고행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여 수행이 되게 하는 것이요, 낙습고행은 현실의 고통이 모두 자신이 지은 업보의 결과로서 어차피 받을 것이면 지금 와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즐겁게 고통을 극복해 가는 것을 말하며, 이신공양은 자기를 완전히 내던져 전력투구로 무아의 경지에서 공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무아의 경지는 집착이 없어졌으므로 중도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극좌와 극우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중도는 형식적인 중간이 아니라 양변이나 양극단을 떠난 것이요, 또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구체적이고도 상황에 알맞는 길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예로 괘종시계의 추는 왔다 갔다 하며 운동한다. 시계추가 중간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죽은 시계다. 살아 있는 시계는 그 시계추가 양변에도 닿지 않고 적절한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면서 제자리를 지킨다. 난행고행과 낙습고행을 하고 자기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려서 중도에 나아가는 삶은 바람직한 생활이며 생활선의 실천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셋째는 인연과보와 윤회사상의 전파이다. 인연과보의 원리인 연기(緣起)는 부처님께서 새벽별을 보고 깨치신 진리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상당히 혼탁한데, 인과윤회를 모든 국민이 믿는다면, 누구나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서 이 사회는 점차로 정화되어 갈 것이다. 따라서 청정한 사회 형성을 위하여 인과윤회 사상이 국민에게 강력하게 전파됨이 절실한 것이다. 넷째는 사회해방을 위한 보살도의 실천이다. 보살은 깨친 중생으로 부처님의 마음인 4무량심〔慧悲喜擔心〕에 바탕을 두어 4섭법(또는 6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4섭법 (四擔法)은 보시 (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섭(同事攝)이다. 보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줌으로써 마음을 비우는 것이요, 애어는 참되고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이며, 이행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동사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놀며, 함께 일하여 얻은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동사섭으로 4부대중이 단합하여 지역과 직장 불자 단체를 확대하면서 사회복지사업을 함께 확장하고, 신도들은 스님을 공경하는 한편, 스님들은 청정수행을 하면서 지도성을 회복하여 종단을 혁파해야 한다. 다섯째는 민주화의 적극 추진이다. 국민대중이 주인 역할을 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바뀌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룩하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 보장, 언론의 자유, 종교의 평등, 권력 분립, 직업 공무원 제도의 확립. 사법부의 독립, 지방자치제의 실시, 직접 평등 선거 동의 실시로 풀뿌리의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한다. 여섯째는 독립에 이어 민족해방을 완성하는 민족통일의 추진이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려면, 남북이 모두 통일주체세력을 형성한 뒤, 그들이 힘을 합하여 국론을 통일하며 교류를 확대하고, 미, 일, 중, 소와 같은 외국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벌여 한반도를 분단시키지 않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주지시켜 남북통일에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남북한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해소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타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자유민주주의와 평동사회주의를 혼합한 형태로 해야 함을 검토해야 한다. 불교는 소유 관계에 대하여 욕심을 버려 갈 것을 전제로, 재가자의 사유제와 출가자의 공유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를 준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데올로기로서 불교적 민주사회주의를 제시해 보는 것이다. 다음에 올 민주통일정토, 즉, 제 8미륵불 시대의 정토를 그려 보며 글을 맺고자 한다.
미륵하생경에는 정토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ꡒ평등과 평화가 넘치며, 원수나 도둑이 없어 문을 잠그지 않고, 수재, 화재, 전재, 기갈도 없고 착취도 없으며, 계급적 차별도 없고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공경하며, 겸손함으로 서로 화합하여 살생하지 않는다 물질은 풍요로워 모든 거리는 보배로 되어 있고, 맛있는 과일나무가 풍성해도 탐욕이 없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정토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보다는 언제나 발심하여 수행하는 것을 일과로 삼는다.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