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실시에 의해
사실 그 동안 수입 좋은 몇몇 사찰에 대하여 그에 대한 주먹구구식의 추산만 있었지 정확한 통계와 실사에 의하여 수입과 지출의 현황이 파악된 적은 없다. 적어도 단일한 행정체계를 갖고 있는 종단의 처지에서 그러한 객관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특정 사찰에서 삼보정재를 탕진했다는 의심이 무성하여도 막연한 추측으로 끝나거나 임시 방편식의 감사로 때우기 일쑤였다. 또는 의심스러운 사찰에 대하여 감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뒷거래가 있었던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의현 전총무원장 체제였을 것이다.
그는 또 선본사의 막대한 수입으로 종권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했다. 그는 자신의 종권 안정을 위해 특정 사찰의 주지직을 뒷거래로 흥정했으니 그로 인해 종단운영의 파행성은 극도에 이르렀다.
이러한 구조적 부패를 해소하려면 과거처럼 탁상행정이 아닌, 정확한 현지 실사와 객관적인 조사가 수반되어 한 점의 의심도 없는 행정이 되어야 한다.
작년 10월 10일 개혁회의는 개정된 종헌 제54조 8항에 의거하여 그 동안 말썽 많은 사찰에 대하여 조치하였다. 총무원장은 교육, 포교, 역경, 문화사업, 복지사업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하여 중앙종회의 의결을 거쳐 직영 사찰 또는 특별분담금의무사찰을 지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 권한에 의해 개혁회의 집행부는 조계사, 보문사, 선본사를 직영사찰로 정했고 봉은사, 도선사, 연주암, 석굴암, 낙산사, 봉정암, 보리암, 내장사를 특별 분담금 의무사찰로 지정했다. 물론 이런 결정에 대한 근거는 위의 지정 사찰들이 그 동안 잡음을 많이 일으킨 대표적인 사찰인 만큼, 우선적으로 이들 사찰을 특별 관리해야 할 필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처에 앞서서나 또는 그 뒤에라도 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략 그동안의 사찰 운영을 감안하여 일정한 액수의 분담금을 내도록 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순응하는 절도 있으나 직영사찰 또는 특별분담금사찰로 지정된 바에 대하여 반발하는 절도 있다. 더러는 해당 본사가 말사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자 여러 가지 구실을 내세워 직영 사찰의 해제를 들고 나오는 사찰도 나타났다. 이런 사찰로 인하여 개혁의 진로에 장애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거스르는 일은 없어야
갓바위로 더 잘 알려진 선본사에 대한 총무원의 실사가 지난 1월 27일부터 한 달동안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단이 현지에 상주하면서 불전함, 기도비, 공양미, 자판기 등의 수입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조사에 다르면, 열흘 동안의 통계만 보더라도 선본사가 수입의 절반만을 보고했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초순에 있었던, 당시 총무원 홍보실에 의한 비공식 실시에 다르면 이틀 동안 삼만 명 가량의 불자가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수입은 얼마쯤 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갓바위로 오르는 주요 길목마다 사람을 배치한 데에다 계측기를 통한 집계인 만큼 가장 공신력이 높은 수치였다. 이번 총무원의 실사에서 나타난 열흘 동안의 수입은 십억육천만 원이라고 한다. 모든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한해 수입이 약 오십억 원이 된다. 총무원에 보고된 연 수입액이 십오억에서 이십억 원이었으니 결국 엄청난 금액의 재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경북 지역의 본사 주지들이 연명하여 총무원에 진정한 내용에 다르면 대구경북지역사암연합회 스님이 선본사의 수입액 중 상당한 액수를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만일 사실이라면 구체제의 악습이 재현될 우려가 있는 만큼 단호한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본사 이외의 사찰도 액수의 차이가 있을 뿐 공식 신고되는 수입액과 실제의 수입액이 많게는 몇 십억에서 적게는 몇 억의 액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직영사찰과 특별분담금 납부 사찰 총수입을 투명하게 한다면 연 오백억 원으로 어림잡고 있다. 총무원 직할 사찰인 조계사의 연 수입액이 육십억 원인데, 거의 비슷한 수입액으로 추정되는 봉은사나 도선사의 경우 연 이십억 원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지금까지의 관례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집안에 도둑을 키우는 일 밖에 안 된다.
현재 종단의 목적 사업을 위한 재정의 충당이라는 명분으로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의 문제 사찰의 재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호에서도 이 점은 지적한 바 있는데, 우전 재정 마련이 쉽다 하여 한국 불교의 애환이 서린 땅을 파는 어리석음을 짓기보다는, 종단 내에서 검은 돈을 영원히 추방하려는 의지를 먼저 확고히 함으로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사찰 직영, 특별분담금 납부 사찰로 지정한 근본 목적을 충실히 살리면 종단의 당면 목적사업인 승가대학교 이전에 다른 재정을 미련할 수 있거니와 방송 불사, 군포교 지원 사업, 청년 학생들에 대한 포교 사업, 승려 후생복지 사업을 비롯하여 그 밖의 지역 사회의 불교 활동에 대한지원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 공직자 재산 공개의 파장이 사회 전체로 퍼지자 93년 서의현 전 총무원장은 난데없이 불교계도 재산 공개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려는 의도일 뿐이었으며, 결국 교계 안팎의 비판을 받고 그냥 흐지부지된 채 삼보 정재의 유용은 계속되어 왔다. 사찰의 수입에 대한 과학적 실사를 통한 재정의 투명한 확보는, 개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이제 철저한 실사를 바탕으로 한 수입의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승려가 직영사찰의 해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의 저의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요구를 이번 2월에 열린 임시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정도로 집요하게 직영 사찰 해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대중의 힘으로 세운 종단 개혁을 훼손하려는 그러한 의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한국불교의 발전은 종단 개혁에 있으되, 앞으로의 개혁은 지난 3월 개혁 불사의 초발심을 온전히 지켜나가야 할 터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