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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동물산책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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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화 - 윤상림 1995년 03월 157호
나까무라 하지메 편·윤상림 한글 번역

사슴
사슴은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동물이다. 석존께서 깨달음을 얻은 뒤에 처음 설법한 곳이 사슴이 많이 사는 사슴동산 이었다.
사슴은 유럽, 사하라사막 이북의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전역에 분포한다. 사슴은 종류가 무척 많지만 어디에 사는 사슴이든 모두 초식성으로서 풀, 이끼, 나무의 싹을 먹는다. 성질은 온화하고 무리를 지어 살고 위험이 닥치면 엉덩이의 흰색 긴 털을 세워서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린다.
일본에서는 「고지끼(古事記)」에서 아마따다게르노미코도가 에조를 평정하고 돌아왔을 때 가나가와(神l|l)현의 아시가라 고개 밑에 이르렀을 때 고개신이 흰 사슴으로 나타났다고 전하고 있듯이 신이 사슴으로 변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카스가(春日) 신사에는 사슴을 신의 하인으로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카즈가의 사슴 산을 보는 것을 매우 길한 것으로 여겨 기뻐한 것이 여러 기록에 남아있다.
이렇게 사슴은 신성시되었으며 이 점은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슴동산’을 다른 이름으로는 ‘신선이 떨어진 곳’이라고도 한다. 곧 공중을 날던 신선이 여기에 떨어졌다 하여 여러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도 불리듯이. 사슴과 신선은 서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석존이 깨달음을 연 부다가야에서 이 ‘사슴동산 까지 걸어서 열흘쯤 걸리는데,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을 최초의 설법 장소로 정했을까? 참으로 궁금한 일이다. 여기에 실마리가 되는 것은 ‘사슴 우는 집’이라는 이름의 유래이다. ‘사슴은 동료들을 불러 모아 사이 좋게 맛있는 먹이를 먹는다’고 사슴의 생태를 노래한 중국의 「시경」에서 ‘사슴 우는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사슴의 이런 생태는 인도에서도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을 것이다. 사슴들이 동료를 불러모아 맛있는 먹이를 먹듯이. 예전에 함께 수행을 시작했던 다섯 명의 친구들에게 진리를 깨친 기쁨이라는 맛난 음식을 나누어 주려고 여기 ‘사슴동산’을 택했던 것이리라. 그때 사슴들도 석존의 최초의 설법에 귀를 기울였음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석존은 최초의 설법 장소로 적합한 이 곳에서 다음과 같이 설법하였다

수행자들이여! 욕망의 대상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니라. 그 다섯이란 무엇인가. 눈, 코, 귀, 혀, 피부에 의해서 식별되고. 좋아하고, 욕망을 부추기는 물질, 소리, 냄새, 맛, 느낌 등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의 욕망의 대상이라고
한다. 어떤 수행자이거나 또는 바라문이라도 이 다섯 가지 욕망의 대상에 얽매이고, 거기에 미쳐서 푹 빠져 노는 자는 불행에 빠지고 재앙에 빠져 악마의 포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예를 들면 야생 사슴이 덫에 걸리면 불행에 빠지고 재앙에 떨어져 사냥꾼의 포로가 되어 사냥꾼이 다가오더라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된다.
그러나 거꾸로 이 다섯 가지 욕망의 대상에 얽매이지 않고 탐착하지 않고 사는 이들은 불행에 빠지지도 않고 재앙을 만나지도 않으며 악마의 포로가 되지도 않음을 알지어다.
예컨대 야생 사슴이 이런 저런 덫에 걸리지 않으면 불행에도 빠지지 않고 재앙을 당하지도 않고 사냥꾼의 포로도 되지 않아 사냥꾼이 오더라도 마음대로 탈출할 수가 있다. 야생 사슴이 숲이나 산속을 노닐 때 편안히 다니고 멈추며, 안심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사냥꾼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의 지혜에 의해 번뇌는 완전히 사라진다. 수행승은 악마를 눈멀게 하고 악마의 눈을 뿌리째 잘라 버려 악마가 볼 수 없는 자. 세간의 집착을 떠난 자라고 부른다. 그는 어묵동정語默動靜하든지 행주좌와行住坐歐하든지 늘 자유자재하다. 그것은 왜 그럴까? 악마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나카무라 하지메 「코티마 붓타」선집 제 11권 발췌

다섯 명의 옛 친구들은 몇 해에 걸쳐 엄격한 고행에 전념했음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 바로 그네들에게 석존이 욕망의 대상을 누리는 것을 반드시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가르침을 폈을 때, 그들은 그때까지 맛보지 못한 더 없는 진리의 기쁨에 젖어 들었다.
- 야마구찌 쯔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