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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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03월 157호
따사로운 봄 햇살은 졸음을 불러오고 여린 싹을 틔워 장 담그기에 좋은 계절이다.
정월 대보름부터 삼월까지가 장 담그는 철이다.
아리도록 저린 다리를 풀고서 대중들이 동안거 한철 동안 익힌 화두를 들고 선지식 찾아 만행을 떠나버리고 나면, 한가해진 도량에서는 장 담그기가 한창이다.
지난 늦가을 찬바람이 일기 시작할 때 대중 울력으로 띄운 메주로 장을 담는다.
장은 날씨가 쌀쌀할 때 담가야 소금이 적게 들어 맛이 달고, 숙성되는 동안 변질되지 않아 제 맛을 낸다.
메주는 표면이 누르스름 하면서도 붉은 기가 돌고 안쪽은 검은 빛이 나는 것이 좋다.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따위의 기본 식품을 저장하는 곳이 바로 장독이다.
장독은 흔히 부엌 뒷문에서 가까운 뒤뜰에 두는데,
ㄱ자 집에서는 안채의 옆 공간인 뒤뜰에 두기도 한다.
장독을 두 줄 또는 석 줄로 가지런히 정렬하되, 큰 독은 뒤쪽에 작은 독은 앞쪽에 둔다.
호남과 영남 지방에서는 더러 장독을 안마당에 두는 대신 주위에 담장을 나지막하게 두르고 지붕을 해 달아서 멋스럽게 꾸미기도 한다.
요즘은 식품을 저장하는 일을 냉장고에 뺏기다 보니 이러한 정겨운 장독을 좀처럼 볼 수 없다.
맛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가서 여로에 지친 운수묵객들의 시장기를 감칠맛으로 달래 주던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