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의 사(書)
백봉초 편역/경서원
윤회설(輪廻說)은 현재 불교의 중심적인 교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윤회설은 불교의 근본적인 교리는 아니다. 인도 전통사상에서 불교화된 교리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근본이 연기나 무아의 입장이라면 불교의 기본적 논리나 입장과는 형식논리상 상치되는 교리라고 볼 수 있다.
윤회설은 인도의 순환되는 세계관의 표현이다. 순환의 논리, 윤회의 주체, 윤회하는 세계 그리고 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이 인도적 사고의 기본 논리이다.
윤회의 논리는, 한 물체란 성립되고 머물다가 파괴되어 결국 공(空)으로 돌아가며(成.住.壞.空의 四相) 생물의 육체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서(生.老.病.死), 그러한 순환의 과정을 영겁으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윤회의 세계를 무시무명(無始無明)의 업력(業力)에 의해서 윤회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 교리사에서도 업을 짓고 삼계육도(三界六道)를 전생하는 윤회의 주체로서의 영혼이라는 실체를 증명하기 위하여 보특가라, 중유, 중음 등의 실재를 끊임없이 추구해 왔고, 무아(無我)라는 불교적 사고와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불교는 외화된 세계를 삼계육도라고 한다. 삼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고, 육도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여섯으로 중생들이 업에 의해 태어나는 세계이다.
욕계는 감각적인 대상으로서 물질이나 감각적인 욕망의 세계를 말한다. 육도 중의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과 천중의 사왕천을 포함한 육욕천(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이 이에 해당된다.
색계는 물질에 소속된 세계이다. 감정적인 욕망에서는 벗어났으나 정신적으로 물질적인 애착이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적이고 이성적인 세계를 말한다. 천계의 33천중에서 색계는 18천으로 초선(3), 제2선(3), 제3선(3), 제4선(9)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무색계는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비물질적인 정신의 세계이다. 본질적인 물질과 순수한 정신의 세계로 물질적인 걸림은 없고, 정신적인 번뇌가 남아있으나 윤회하는 세계 가운데서 최상의 세계이다.
삼계 중에서 욕계는 선악 등의 어떤 행위의 결과로 이룩되는 감정적인 복(福)의 세계다. 그러므로 정과 혜가 부족함으로 산지(散地)라고 한다. 색계는 감정적인 세계보다는 이상적이고 지적인 세계로 행위보다는 지혜로써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무색계는 정(定)의 세계다. 직관적인 정관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이다.
「영혼과 윤회의 세계」는 외화 된 세계로서의 삼계육도와 윤회의 논리, 윤회의 주체로서의 영혼에 대한 설명이다.「사자의 서」의 원제는 바르도 쉐돌(Bardo Thodol)의 중음천도밀법(中陰薦度密法)으로서 티베트에 전해지는 진언밀교의 성전이다. 죽음에서 재탄생에 이르는 환생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49일간의 중음계에서 일어나는 환상을 만다라의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전은 죽은 자의 장례를 위한 의전서가 아니다. 명상수법(冥想修法)에 있어서 깨달음에 이르는 마음의 여러 단계와 해탈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윤회설은 비불교적인 사상으로서 불교화되었다. 윤회적인 사고는 수용의 과정에서 고통스런 현실의 삶에 대한 위안을 주고 내세에 대한 믿음과 인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한편 부정적인 측면도 없는 것이 아니다. 실재론적인 사고를 낳은 일면이 있고, 부조리한 현실이나 상황에 대해서 과거 업의 결과라고 하여 개선의 의지를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인간상을 낳았다고 비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