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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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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시명 1985년 05월 39호
나무들이 잎새를 피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5월의 산은 초록빛의 삼매(三妹)에 잠겨 있다. 뜨락에는 라일락도 져 버리고 불두화(佛頭花)가 그 여린 꽃잎을 피울 즈음 밤마다 들리는 자규(子規)의 울음 소리, 그리고 살진 가슴같은 푸른 보리이량, 연년이 이맘때 쯤이면 사암(寺庵)에서는 부처님께 올릴 등을 만드는 손길이 바빠지고 불교도의 가슴에는 오지 항아리 같은 염원이 싹튼다.
올해에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이 땅에 자비와 지혜가 가득하고 평화와 안락을 누리어 이 땅이 곧 극락이게 하소서-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인간이 이 지상에서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물으면 개개인 모두다가 그 삶의 목적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불교도의 삶은 부처님께서 주신 그 교훈 안에서 사는 것이요 부처님 교훈의 근원적인 의미가-곧 이 땅에 있는 모든 존재가 근본적으로 부처이며 미망과 번뇌에 쌓인 무명(無明)을 현출히 벗어나 참 자기 본래 모습으로 복귀(復歸) 하자고 말씀하시었다.
그 분은 이 땅에 나시자 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쳤는데 이 말씀 속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본질적인 자기 존재」임을 선언 하신 것이다.
이 세상에는 귀중한 것들이 많이 있다. 금, 은을 비롯한 갖가지 물질과 명예와 부귀 권세 등 모든 중생이 동경해 온 것들이지만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명 그 자체이며 생명이라고 하면 언듯 육체적인 것을 연상하지만 육신적인 삶이 아니라 정신적인 삶 그 가운데서도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것에 대한 깨달음의 생활, 즉 영(훌)적 생활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갠지스 강가의 모래 수 만큼이나 많은 금•은•보화 보다 몇 구절의 진리가 더욱 소중하다고 말씀하셨으며, 참 진리란, 물질이나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된 마음에 있다고 설법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불제자로서 부처님의 말씀대로 사는가? 하찮은 명예나 물질에 급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속적이고 비불교적인 것이 더욱 중요한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아닌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 하면서 그분의 교훈 속에서 거듭거듭 태어나야 하리라고 본다.
또 을해에는 예년과 달리 여의도에서 「부처님 오신 날」에 대한 봉축행사가 거 종단적으로 성대히 거행되리라고 한다. 거기에 따른 제반 준비가 한창이며 다채로운 행사 프로그램과 함께 화려한 축하쇼도 계획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종교 행사는 어디까지나 경건하고 엄숙하게 치루어져야 할 것이며, 어떤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세속적이며 겉 모양만 화려해서, 내면으로 와 닿는 감동이 없다면, 아무리 보기에 화려하다 해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꼴이 될 것임을 명념해야 할 것이다.
이교도들이 행사를 거창하게 하니까 우리도 거기에 질소냐 하는 과다한 경쟁의식이나 세심한 배려없이 행사만 잔뜩 벌리기만 하지 별로 실속 없는 행사는 그 동안에 쌓였던 열등의식에 대한 보상심리에 불과하거나 그 자체에 별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행사도 하기 전에 깊이 빠지게 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이제까지 행사를 준비하고 수고하는 분들께 우리는 아낌없는 격려와 함께 적극 참여하여야 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러나 행사의 화려함만 생각하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종교 행사에 경건함과 소박함을 결코 잊지 말라는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이다.
또 한가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불교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질서있는 행사가 되도록 하자는 부탁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자연 질서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서로 양보하는 마음과 공중 도덕을 지켜 보다 성숙된 불교도의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 아무리 목적 자체나 행사 진행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끝 마무리가 잘 되지 않은 행사는 그 전체의 인상이 흐리기 마련이다. 어느 타 종교 집단의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휴지 한 장 없었던 것을 거울 삼아 보다 질 높은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부처님
그분은 참 빛으로 오신 분이다.
중생의 무명장야(無明長夜)에 영원한 등불이 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님!
그분처럼 우리도 이 땅에 영원한 등불이 되고 빛이 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