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어리석은 사람이 손님을 청하여 우유를 대접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날마다 우유를 짜 두면 우유는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소젖을 소의 뱃속에 모아 두었다가 그때가서 한꺼번에 짜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소를 따로 매어 두었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드디어 잔칫날이 되었습니다.
그는 손님을 맞아 자리를 베풀고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했지만 그 소의 젖은 이미 말라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화를 내면서 그를 비웃었습니다. 그는 창피만 독특히 당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습니다. 남에게 보시를 행하려다가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기 전에 관청에 빼앗기고, 도둑맞고, 홍수에 쓸려보내고, 화재에 타버리거나, 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므로 적절한 때에 보시(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젖을 모아 두었다가 잔치하려던 어리석은 사람과 똑 같은 것입니다.
편집자주 : 이번 호부터 불교우화 백유경을 연재합니다.
백유경(百喩廳:Upamasataka-sutra)은 백 가지-정확하게는 98종-의 유화(喩話)를 모은 경으로 모두 4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백구비유경(百句警喩輕)·백구비유집경(百句譬喩集經)이라고도 합니다.
인도의 상가세나(僧伽斯邪:Sanghsena)스님이 서기 5년에 저술한 것을 그의 제자 구나부릿디(求那毘地:
Gunavrddhi) 스님이 중국으로 가서 서기 490년에 한역(漢譯)하였읍니다.
상가세나스님은 이 백유경을 치화만(癡花?)이라고 한역하였는데 어리석은 사람을 위한 꽃목걸이라는 뜻입니다. 왕이나 승려를 위한 비유도 있지만 내용의 대부분이 일반대중을 위한 것으로서, 이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매우 흥미진진하여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웃음의 세계로 끌려 들어갔다가 마침내 불교의 참뜻을 깨닫게 되도록 엮어져 있읍니다.
이 경은 고려대장경(일명 팔만대장경, 국보 제32호 해인사 소장 No.987) 觀자함(函)에 실려 있고, 한글대장경에는 제17권 본연부에 실려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