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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세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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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 취영 1985년 02월 36호
회화-고려불화의 세계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여져 내려오는 불교회화는 신라 때의 것으로는 그 예(例)가 없고 다만 고려시대의 불교 회화로써 그 대부분이 13세기와 14세기에 걸친 고려 후기의 것으로 국한되어 있다. 그나마도 많은 수가 일본을 비롯한 구미(歐美) 여러 나라에 소장되어 있으며 최근에야 그 사실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한국의 불교 미술품 뿐 아니라 중요한 문화재가 일본에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특히 고려 불화의 경우 그 찬란하고 감격스러우리 만큼 아름다운 그림의 그 대부분이 일본을 비롯한 이국(異國) 땅에 있다는 사실에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마 그것은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해 갈 때 한국의 불화가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 간 것을 생각할 때 민족적 울분을 금할 길 없다.
또 한편으로는 이조 5백년의 억불 정책으로 만약 한국에 그 불화가 있었다 손 치더라도 자기 문화에 자부심이 없고 또 편협한 종교적인 편견과 아집으로 얼마나 그 문화적인 유산을 보존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남겨져 보존된 것이 퍽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고려 불화는 그 특징상 몇 가지를 살펴보면 고려시대가 불교국가였던 만큼 왕공귀족의 관심으로 불화가 많이 제작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며, 그러므로 자연히 굉장히 찬란한 빛깔과 그 모양도 최고도로 세련된 아름다운 불화들이 마음 놓고 제작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려시대에는 신라시대에 이어 불교 사상적인 면에서 화엄종과 법상종 고려로부터 천태 사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화엄경과 법화경의 변상도와 주존불의 탱화가 많이 제작되었고, 불교의 내세관인 극락세계의 아미타 여래와 지장보살이 많은 왕공귀족의 기원이나 현세의 복락이 후세에 까지 연장되도록 하기 위하여 많이 그려진 것도 다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고려시대 미술의 또 다른 특징은 사경화와 불교 판화인 경변상도의 유행이다. 지금 해인사에 보관중인 대장경판도 대부분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것은 불력으로 외적을 물리치려는 호국의 이념도 있었지만 불교학적 필요와 교리적 연구가 활발한 때문이었을 것으로 파악되어진다.
고려 불화의 양식적 특색이라면 예배상(禮拜像)인 주존(主尊)을 위로 모시고 협시 보살이 아래로 늘어서는 상하 2(二)단의 형식이 주로 표현되는 경우와 관음과 지장 그리고 아미타 여래가 홀로 그려진 독존상(독존상)이 많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한국 불화의 특징으로 이조시대의 불화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주존의 모습은 그 당시 귀족의 모습으로 풍만하고 여유가 있으며 유려하고 호사스러운 모습으로 가히 당시의 귀부인이나 귀공자의 모습을 재현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색채는 극히 호화 찬란한 가운데에서도 천박하지 않고 은근한 아름다움과 높은 격조를 보여주어 당시 회화의 중심이 불화였음을 한 눈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불교미술의 최고봉인 고려 불화는 서양 미술사의 최고 종교화가인 이탈리아의 지옷토(Giotto 1266-1337?)의 그림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회화로써 고요한 정적과 한 없는 선의 율동, 청초한 색감, 전체적인 조화와 서정적인 아름다움, 이러한 제(諸)요소를 갖춘 고려불화는 기교를 초월한 영원한 종교적 회화이자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이며 종교화의 최고봉이다.

불교미술의 세계를 마치면서
필자는 미술학도도 미술사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이 분야에 약간의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연 이 분야의 여러 글들을 찾아 읽을 기회를 많이 가진 것을 필을 놓으면서 퍽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읽는 독자들은 그만큼 위험하고 괴상한 글을 읽었으리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전공한 사람도 사양한 글을 13회나 밑천도 없이 쓰느라고 퍽 고심하였고 필자가 이러할진데 읽는 분들의 고통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을 다시 한번 사죄드리고 싶다.
이글을 쓰기 위해 한국미술사학자의 글과 불교미술 관계 서적은 다 뒤적였으니 그 분들의 힘이 컸음을 밝히고 싶고 불교 미술의 한 분야인 회화를 중심으로 글을 썼던 만큼 불교미술 속의 다른 분야 건축공예, 조각은 다시 다루어야 할 과제로 남겨둔다.

편집자주 : 지금까지 13회에 걸쳐 연재해 온 「불교미술의 세계」는 이번 호로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좀더 깊이 있고 다양한 내용의 교양강좌를 마련하겠습니다.
그간 우리 해인 가족들을 위해서 좋은 글을 주신 취영스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