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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이상(理想)과 삼귀의(三歸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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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 현능 1984년 11월 33호
불자의 첫걸음은 삼귀의에서 출발한다. 이 삼귀의는 원시불교에서 대중불교로 발전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심화되어졌다. 특히 화엄경(華嚴經)에서는 독특한 경향이 보이고 있다. 정행품(淨行品)에 나타난 삼귀의문을 보살의 이상과 관련지어 살펴보기로 한다.
화엄경의 주불(主佛)인 비로자나 불은 우주 속에 충만한 광명의 부처님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진리를 추구해 간다는 의미에서 보살로 일컬어진다면, 보살의 활동은 비로자나불의 무한한 광명속에 포함되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비로자나 불은 우리들 개인의 자유의지의 근거로서 내적 광명(法身佛)임과 동시에 외적으로 표출되어진 보살의 일(本業)인 것이니 비로자나 불에 대한 귀의로서의 화엄정의 삼귀의는 곧 보살의 이상과 직결되는 것이다.
삼귀의는 초기 교단이래 불교입문자의 기본의식으로 행해져 왔는데 원시불교에서의 불.법.승(佛. 法. 僧) 삼보(三寶)에서 귀의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교법출가승단에 귀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화엄경은 정행품(淨行品)에서 다음같이 삼귀의를 말하고 있다.
r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노니 마땅히 중생과 더불어 불종을 이어 위없는 보리마음 발하겠습니다.
自歸於佛  願衆生 紹隆佛種 發無上意
스스로 법에 귀의하노니 마땅히 중생과 더불어 경장에 깊이 들어 지혜가 바다처럼 되도록 하겠습니다.
自歸於法  願衆生 深入經藏 智慧如海
스스로 승가에 귀의하노니 마땅히 중생과 더불어 대중을 통리하여 일체에 걸림없이 하겠습니다.
自歸於僧  願衆生 統理大衆 一切無碍」
위와 같은 화엄경의 삼귀의품은 원시불교의 삼귀의와 비교할 때 그 의미가 현저하게 확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부처님이란 원시불교에서 말하는 석존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을 의미한다. 이는 진리의 몸으로 우주의 본체(本體)이며 무한한 전일자(全一者)이다.
우리들 보살은 전일적인 비로자의 광명에 돌아감으로써 우리 마음속에 부처님의 종자를 싹틔우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발보리심(發菩提心)이다. 다시 말하면 보리심은 비로자나불의 궁극적인 지혜의 세계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니 보리심을 내는 것이야말로 보살이 되는 기본 조건이다. 또한 바로자나의 광명안에서는 중생과 내가 둘이 없으므로 일체중생과 더불어 일으키는 광대한 보리심만이 보살의 진정한 보리심인 것이다.
즉 대승불교에서는 사회전체와 일체중생의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구도의 모습을 궁극적인 진리의 완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체중생과 더불어, 라는 대승보살의 정신은 다음의 둘째 셋째 서원에도 통한다.
둘째로 법은 석존에 의해 설해진 교법만이 아니라 바다같이 넓은 지혜의 세계를 말한다.
입법계품에서도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찾는 선지식에 외도(外道)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 당시 외도의 대표인 바라문이라든가 사회에서 천대받는 매춘부까지도 끼어있었다. 문제는 구도의 상대자가 진리(道)를 깨달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는 것이지 종파나 신분계급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논한다면 여기서의 경장(經藏)이란 불교이외의 다른 종교나 철학 또는 과학 일반에까지도 거기에 지혜가 있고 진실이 깃들어 있는한, 그러한 모든 것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살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약됨이 없는 열려진 진리의 곳집(法藏)에 들어가 바다 같은 지혜의 세계를 모든 이들에게 미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둘째 서원이다. 셋째로 화엄경의 승(僧:Sangha)이란 단순히 스님들 단체만을 뜻함은 아니다. 승(僧)은 원래 Sangha로서 무리·모임·집단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석존은 이러한 사회적인 의미로서의 상가개념을 도입하여 사부대중(四部大衆: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나)으로 이루어진 구도자의 집단을 상가라 했다.
그러나 화엄경에서 말하는 숭(僧)이란 사부대중의 의미를 초월하여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모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생이라 하면 인간만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을 말하지만 최소한 인간의 집단이라도 화합하여 반목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다.
이상이 화엄경에서 설한 우리들 보살의 삼보(三室)에 대한 귀의다.
이제까지의 설명으로 알 수 있듯이 원시경전에 보이는 삼귀의의 근본정신을 계승하면서 그 뜻이 크게 확대되어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즉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인 진리를 깨닫고 바다같은 지혜를 얻으며 평화로 공존하는 열린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 이것이 화엄경에서 말하는 우리들 보살의 이상이며 실천덕목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살의 이상이 실현되어지는 곳이야말로 바로자나부처님의 광명이 현현(願現)하는 장소라할 것이다. 〈해인사 회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