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출가 후의 교육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칼럼 - 편집실 1984년 11월 33호
지난 10월 15일 이곳 가야산 해인총림 금강계단에서 다섯 번째 단일계단 수계식이 있었다. 부처님 법에 귀의하여 수행해 가는 데 지켜야 할 계율에 대한 강의와 수계의식에 따른 제반 습의살림 (생활규범)을 익혔다. 그런 뒤 마지막 날 3사(師) 7증(證)을 모시고 수계의식이 거행되었다. 무려 5백명이 넘는 이들 젊은 출가 사문들은 한결같이 맑고 신선하며 그 자세가 의연해 보였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은 일상의 세속적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 얽매임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이며 우리들 생존 그 자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존재의 매듭을 투철히 인식하여 그것들을 극복하려는 길의 시작이다. 또한 출가란 우리들 생존의 밑바닥에서 존재하는 무지(Avidya), 무명으로 끝없이 헤매이게 하는 존재의 조건들, 그 갇혀진 세계에서 자아의 망집을 극복하여 열려진 세계로 도달하고자 하는 눈부신 출발이다. 이런 자유스런 세계의 길을 실현하려면 석존이 깨달으신 고귀한 법(Dharma), 진리에 대한 바른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바른 법을 참구하여 실천 수행해 나가는 것이 출가 수행자 본분의 일이다. 그런데 입산하여 계를 받는 사미승이나 비구계를 받은 스님들이 진리의 길을 편력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들은 마치 굳은 땅 속에서 어렵게 발아한 씨앗과 같은 것이다. 어린 씨앗이 싹을 터 생명을 얻었다고 해서 그대로 잘 살 수는 없다. 갓 태어난 떡잎들이 튼튼히 뿌리를 내려 성실한 줄기를 엮고 온전한 열매를 맺어 걷우려면 비욱한 토양과 슬기로운 농부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무성한 잡초들을 뽑아 줘야만 된다.
지혜의 열매를 얻어 이웃들에게 인생의 참된 실상을 체득케 하려는 구도자가 고운 풍토속에 건전하게 길러지지 못하면 귀중한 곡식 밭에 잡초처럼 쓸모 없게 될 것이다.
종단에서 어지러운 계단질서를 정비하여 통합계단을 설치하여 수계식을 가져온 것이 올해로 다섯번째다. 그동안 어지러운 계단의 질서는 많이 회복됐다.
그런데 단순히 계만 주고 그 후 교육문제는 전혀 무관심 한것 같다. 그렇다고 미래의 어떤 구체적 계획이나 어떤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승려를 무작정 만들어 아무런 교육도 시키지 아니하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미래의 교단은 어찌 되겠는가? 그들은 가까운 장래에 교단을 이끌고 갈 주인들이다.
현시대는 조직적인 교육체계로 전문화된 지식인이 요청되고 있다. 높은 지혜를 쌓아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승려들의 교육은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화되어야만 한다. 나이가 같고 학력이 동등한 새로 출가한 승려들에게 통일된 교육 수련원을 만들어 일정 기간의 교육을 마친 다음 바구계를 줄 수 있는 교육체계가 제도화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수 있는 참된 구도자가 많이 배출되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