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수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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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4년 09월 31호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의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말하기에는 자연의 피해가 너무 크다.
풍년을 기대하는 희망속에서 땀을 흘리는 농부들의 소망이 때늦은 수해로 하루아침에 꺾이어 버린 것이다.
이번 홍수의 피해는 수해자 누구에게나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농부들의 아픔이야말로 가장 깊으리라 생각된다.
오늘날의 농촌은 자연의 재해가 주는 고통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산업정책 치중에 따르는 농업정책의 부실이 가져온 경제적 빈곤과 문화적, 소외가 첨예화되어 농민들은 날이 갈수록 하층지대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런 아픔과 시련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농민들에게 업친데 덥친 격으로 홍수까지 겹쳤으니 아픔을 무엇으로 비견할 수 있겠는가?
이번 가을만이라도 정부나 농업기관은 농부들의 시름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다시말해서 농민을 위해 주었던 영농자금이나마 독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수매가격등 농산물 가격을 농민들의 입장에서 인상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을이 되면 막연히 찾아오는 감상적인 감정들,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순간적인 충동, 이런 사치스런 감정들은 올 가을엔 용납되어 질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진정 수재민의 아픔을 함께 나눌 때 이것이 바로 민족 화합의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한 알의 쌀과 한 포기 벼가 되어주었을 때 이 괴로움의 길을 함께 극복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