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여름 斷想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칼럼 - 편집실 1984년 08월 30호
요즈음은 어딜 가 보아도 더위에 지친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려고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터미널로 역으로 몰려가지만, 글쎄, 어찌 더위가 이곳 뿐이랴. 사바세계가 온통 불볕 더위인 것을.
찢어질 듯한 기계의 소음과 숨막히도록 탁한 공기 속에서 오직 일하는 것으로 더위를 견디는 노동자들, 8월의 타오르는 햇살 아래서 가을의 풍요한 수확을 기대하며 일손을 멈추지 아니하는 농부들, 전세방 한 칸 없이 월세방에서 월세방으로 철새처럼 도시의 변두리를 떠도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각하면 몇 일간이나 밤새우며 준비하였던 우리의 피서여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더구나 요즘 보도되는 청소년 범죄를 보면 대부분이 그 동기가 피서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범행이라고 하니 모처럼의 여행이 가진 자들의 여유의 남용처럼 여겨져 더욱 마음을 어둡게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냉엄히 살펴보면 계층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 지 모를 구조적인 모순이 극대화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청소년의 범행에도 단순히 한 인간의 품성을 논하기에 앞서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될 몇 가지 요인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주의에 편승한 언론 및 전달매체들의 과대 선전이 국민들의 사치심을 조장시켜 범죄를 유도한다는 점이요, 둘째는 빈부의 차이에 따라서 문화적인 혜택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의 80%가 부유하지 못한 계층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어떤가를 단적으로 지적해 주고 있다.
초복을 지나면서부터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정말 참기 힘든 폭염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보다 더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더위를 이겨내어야 하지 않을까?
소낙비라도 한 줄기 시원하게 내렸으면 싶다. 단순히 더위만 식혀주고 멎는 비가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한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게 되고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기쁨의 소낙비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올 가을엔 가난한 이웃들과 가슴을 끌어안고 목이 터져라 기쁨의 노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