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本則)
자,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조주가 어느날 좌하의 운수(雲水納子 :禪客)들에게 말했다. 지극한 도란 바로 절대 그 자체이다. 세상의 유식하다는 친구들이 이 도에 대해 저마다 아는 체 떠들어대지만, 그게 별로 어려운 건 아니다.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만물, 이 모두가 지극한 도의 모습이다.
다만 지극한 도는 차별을 꺼릴 따름이다. 그러니 세상과 식자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 그러나 조금이라도 말로 위의 도리를 나타내려 하면 그것은 곧 상대다 절대다 하는 차별적 견해에 빠지게 되므로 나는 그런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런데 너희는 어떠냐, 그런 걸 소중히 여기느냐 않느냐? 이때 문득 운수 하나가 「화상께선 이미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간택이니 명백이니 하는 따위는 일체 없으실 겁니다. 그런데 또 무엇을 소중히 여긴단 말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주는 「나 역시 모르겠다」고 대꾸했다. 이 잠꼬대 같은 답변에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운수가 다시 물었다. 「화상께서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실 정도면, 어째서 얼마 전에 절대의 경지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까? 그게 모순이 아닙니까?」 이 제법 날카로운 공격에 조주는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자넨 제법 이론을 좋아하는군. 그만 했으면 괜찮네. 자 이젠 절이나 하고 물러가게.」
벽암록 제 2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