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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의 혼란과 종교적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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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 제월 1984년 08월 30호
종단의 제도개혁에 따르는 혼란이나 분열은 종권이나 이권에 대한 분쟁이라는 느낌을 짙게 풍기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혼란의 원인은 조계종단이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기능의 다양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종단내의 혼란이나 분쟁이 이권이나 종권에 있다면, 기존의 집권자나 이익집단에 대한 새로운 집단의 도전에 의한 투쟁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해결의 방법 역시 끝없는 투쟁이 아니면, 타협이나 안배에 의한 식으로 끝날 것이다. 이러한 해결은 종단의 혼란을 막는 일시적인 방법은 될지 몰라도 상호간의 갈등이나 긴장은 항상 내재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종교적 이념이 교단이라고 하는 집단으로 조직화되면 집단의 유지를 위해서 여러 가지의 기능을 요구하게 된다. 초기에는 공동의 이념을 가지고 단순한 동기에서 모인 구성원들이 집단이 확대됨에 따라 참가의 동기나 기능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또 집단의 이익이나 유지를 위해서 이념 자체까지도 변질시키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조계종단은 출발 자체부터가 하나의 이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잡다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혼합된 종단이다. 선적인 이상, 보살적인 행위, 기복적인 성격등 다양한 이상에 따르는 수행방법이나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불교는 단순히 부처님의 가르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불교에서 발전된 대승불교나 선불교와 불교 외적인 많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종단의 상황은 이러한 다양성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통일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논리의 부족이나 혼란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불교와 비불교적인 요소를 가릴 안목이나, 선후나 경중을 따져 다양한 요소들을 재구성할 수 있는 척도로서 논리의 부족이다.
제도개혁의 논의가 어딘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나, 명분과 태도가 이권에 대한 투쟁이라고 보이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논리를 등한시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한 사건의 선악이나 시비는 그 자체로서 규정될수 없고, 다른 것과의 관계안에서 설정되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혼란은 「언어의 놀이」에 있어서 규칙의 차이를 무시하고, 바둑에 장기의 규칙을 강요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언어의 놀이」에 있어서 규칙, 불교의 이상과 그에 따르는 수행방법, 그리고 행동양식이나 생활태도에 대한 논의나 확립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보살의 이상과 선사의 이상의 차이로 인한 다른 행동양식 그리고 선적인 수행방법과 기도적인 방법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혼란 등이다.
이 다양성으로 말미암아 일관된 논리도, 통일적인 행동 양식도, 또 교육이념 같은 것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선을 종지로 하고 있는 조계종이 종교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고,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이 선적인 방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모순에 있든 아니면 외척 요인이나 인간에게 있었든 그것은 차치하고라도.
비합리주의적인 성격의 선에 대한 합리주의적인 신앙형태의 갈등이다. 선이 언어나 논리가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선이 형식논리는 아니더라도 공동의 연식 기반으로서 선의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데 대한 합리주의적인 측면에서 선이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타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중생을 구제할려는 보살적인 이상에 따른 선이 비윤리적 (사회적)이라는 비판이다. 비판의 내용은 주로 종교의 사회적 기능으로서 정치적 의미나 사회적인 윤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사회윤리가 아니더라도, 불교적인 사회윤리관이나 선적인 윤리의식을 제시하지 못한데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산업사회이고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소외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제도적이나 사회적인 소외는 또 다른 일면이 있지만, 개인적 (인간적) 인 의미에 있어서의 소외의 극복을 선적인 방법이 병폐없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조직화되어 가는데, 조직이나 권력의 폭력에 대해서 선적인 행동양식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이냐는 것과 같은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선적인 종지의 확립이나 이해의 부족으로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한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제도개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단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나 모순에 대한 논의나 해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갈등이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불교적 이상과 논리의 확립이나 서로의 입장이 확실시 될 때, 조화있는 교단이나 통일적인 행동양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宗 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