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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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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법성 1984년 07월 29호
근래 우리 불교교단에 도래한 심각한 위기상황들은 불교가 더 이상 이 땅의 역사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종교적 행동의 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또 반면 끝없는 좌초와 난파를 거듭했던 불교교단의 병폐와 정체성을 지양하기 위한 많은 반성과 극복의 몸부림들이 이루어져 왔다. 만신창이가 된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해서 때로는 비관적이고 때로는 낙관적인 여러 진단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우리는 불교교단에 도래한 일련의 좌절상황과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모색의 과정 속에서, 상황을 수용하는 몇 가지 삶의 태도를 발견한다. 어떤 이는 상황의 부정적인 흐름 앞에 무릎꿇고 무관심과 허무감 속에 전락해버린다. 또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더욱 악착스럽게 자기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세속적 가치추구의 열망에 불을 붙인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람들은 내면의 자유만을 위하여 은둔과 도외시의 걸을 걷는다. 그러나 이 모든 삶의 유형들이 상황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는데 진정 보탬이 되는 길인 것인가. 우리는 거기에 회의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찌기 일제하 민족주의 사학자인 단제 신채호는 그의 조선혁명선언에서 일제식민지 예속에서의 탈피를 위한 민중의 직접 운동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승만류의 외교론, 안창호류의 준비론 등을 통렬히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의 새로운 자기탈피를 위한 종교운동에 있어서는 이 세가지 유형의 행동론 등이 모두 필요조건으로서 요구되어진다.
이 가운데 외교론·준비론에 대비되는 승가 및 신도 교육문제 교단이 갖는 정치권력과의 상관관계 및 해외불교와의 관계 등은 일단 뒤로 미루고 불교운동(불교적 이념의 사회적 확산운동) 의 측면에서 몇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선 불교운동의 기본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불타에 의해서 확인된 참된 인간성의 실현에 있다 할 것이다. 그 참된 인간성은, 개인적으로는 지혜와 자비로 충만한 깨달음의 모습으로 기술되어지며, 사회적으로는 정토(淨土)의 완성으로 표현되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간성의 실현에 귀착되어지지 않는 어떤 불교적 행동양식도 불교의 탈을 쓴 위선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오직 자신의 명리만을 위한 포교활동, 사변적인 이론의 회롱에 빠진 불교학, 독선적인 수행, 권력추구에 혈안이 된 종무행정등 이 모두는 진정한 불교신앙운동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은 불교운동의 주체에 관한 문제다. 물론 운동의 주체는 불교적 가치관으로서 자신의 삶을 결단하고 세상에 관여하는 불교도 자신이다. 그러나 불교운동의 실제적 추진과정에서는 현실생활양식의 차이로 말미암아 재가와 출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이분법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즉 재가불자는 역동적인 사회구조속에서 사회구조의 제모순을 불교적 자비윤리로 정화해 가는 선봉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며, 출가승단은 구도자적 청정과 지혜의 힘으로 세상으로 하여금 본연의 삶의 모습을 확인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두 계층은 서로 이원화된 방법과 견해로 분리되어서는 안되며 불교라는 공동이념과 사찰이라는 공동의 장(場)에서 만나야 한다.
또한 출가승단을 가르는 이판과 사판이라는 재래적 구분은 필연적으로 오늘날의 사회 속에 발전적인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해야 한다. 종무행정 및 사회일선에서 활약하는 스님들은 불타의 자비정신을 세상에 실현하려는 종교적 의지를 갖추어야 하며 투철한 역사 의식으로써, 권세 앞에 굴절해 왔던 구태를 벗고 당당한 교단의 자율을 지켜야할 것이다. 또 산중에서 은거하는 스님들은 세상을 도외시하는 독선적 수행론과 무사 안일한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 불교적 이념의 근원적 실상을 세상에 끊임없이 개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세상의 불의와 사판승들의 오도된 종교활동 등을 과감히 부정하고 선도하는 예언자적 윤리감을 가져야 한다. 과거 이조역사에서도 경세제민(屬世濟民)의 경륜을 편 묘당유(蘭堂兪) 와 역사적 심판의 대의를 천명한 산림유(山林橋)가 서로 보완하여 사회를 이끌었듯이 오늘날 불교교단도 행정승과 수행승이 서로 견제 보완을 통해 불교운동의 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불교교단이 안고 있었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런 종교적 신앙과 이념이 없는 승려들이 종무행정권을 장악한 반면 수행승들은 세상의 고통과는 무관한 자아중심적인 수행만을 주장해온 점일 것이다. 이 두가지 부정적인 흐름이 지양되어질 때 불교는 이 땅의 역사에 창조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인간구원의 종교로서 민중의 가슴속에 빛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