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타고 승천한 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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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설명 - 편집실
1984년 06월 28호
- 칠불암의 아자방(亞字房)-
하동 쌍계사에서 북쪽으로 10km쯤 올라가면 칠불암이란 암자가 있다. 이 절은 가락국의 시조인 김 수로왕이 출가하여 성불한 자기의 일곱아들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이곳 아자방(亞字房)선원은 옛 부터 이름난 곳으로서 방의 구조가 아자(亞字)형으로 되어 방바닥의 높이에 따라 凸형으로 된 곳은 좌선을 하고 凹형으로 된 곳은 다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번 불을 때면 한달 이상 온기가 남아 있을 만큼 특이하다 하여 세계건축사전에도 올라있다. 이 특이한 온돌의 설계는 신라 효공왕 때 구둘도사로 이름난 담공 스님이 설계하였다고 한다. 천여년을 두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높은 선원이었으나 아깝게도 6.25 당시 아군이「작전상의 이유」로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이야기는 이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동군수로 새로 부임한 사또는 초도 순시차 쌍계사에 들렀다가 아자방의 얘기를 듣고는 꼭 아자방을 구경하고 가겠다고 했다. 사또 일행이 쌍계사를 출발해 칠불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입선(入禪)에 들어간 뒤였다. 마침 후원채에서 노스님 한 분이 다가오자, 이방이 나서서 사또의 소개를 했다.
-새로 부임한 사또님께서 초도순시차 여기 구경하고 갈까해서 왔소이다.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읍니다만, 이곳은 공부하는 선방이라 별 볼만한 게 없습니다.
-허허 내 본시 불교에 적잖이 관심이 있는지라. 고승대덕을 친견하거나 수도하는 모습을 참관하는 것만 해도 어찌 여기 온 보람이 아니겠소
사또가 점잖게 말을 건네었다.
-지금은 공부시간이라 선방을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노스님의 거절에 사또가 노기등등해서
- 내 이 고을의 사또로서 마땅히 민심의 동태를 살펴야하거늘 내 기어이 보고 가야겠소.
사또는 말리는 노스님을 물리치고 아자방 선원으로 다가가 살며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선원에는 점심공양이 끝나고 식곤증에 취했는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졸고 있는 스님들이 보였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조는 스님, 땅을 내려다보며 조는 스님, 좌우로 흔들흔들 하며 조는 스님, 게다가 풍풍 방귀를 뀌는 스님 등.
사또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노스님을 노려보았다.
- 저게 공부하는 스님들의 모습이라고, 어디 두고 보자.
사또는 소맷자락을 크게 떨치며 일행을 재촉하여 산길을 내려갔다. 며칠 뒤 고을에서 한 장의 공문이 올라왔다.
[고승대덕들만이 수도한다는 그곳 선방에 필시 도승이 있을 것이니, 내일 오전까지 목마(木馬)를 만들어 와서 동현마당에서 한번 타고 달려보라. 만약 목마를 달리지 못하면 선방을 철폐함은 물론, 그곳 대중들은 큰 경을 치리라.]
하는 내용이었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대중이 큰방에 한데 모여 대책을 숙의했으나 별 뾰쪽한 수가 없었다. 그때 가장 말석에 앉은 동자가 나서면서
-대중스님께서는 걱정마십시요 제가 동헌에 갈 테니 목마를 만들어 주십시요
-동자가 무슨 지혜로 이 일을 감당한단 말인가?
하고 힐책하였으나 다른 수가 없어 목마를 만들어 동자를 관청으로 보냈다. 마침내 동자가 동헌 뜰앞에 목마를 타고 앉자
-네가 목마를 타려고 왔단 말이냐?
사또의 의아한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동자를 보고
-그렇다면 네가 목마를 타기 전에 내 한가지 묻겠다. 하늘을 쳐다보고 조는 것은 무슨 공부냐?
-네, 그것은 앙천성수관(仰天星宿觀)이라고, 하늘의 별을 관해서 천하만상을 알고 천하 중생을 다 제도하고자 하는 공부입니다.
-그럼 머리를 숙이고 땅을 들여다 보는 것은?
-그것은 지하망령관(地下亡靈觀)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한 세상 무수한 업을 짓고 땅속에 묻히는데 그들을 무슨 방법으로 제도할 것인가 하고 일심으로 관하는 공부입니다.
-그러면 제 몸도 하나 가누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흔들 조는 것은 무슨 공부인고.
-그것은 춘풍양류관(春風樓柳觀)이란 것이니, 공부하는 사람은 유(有)와 무(無), 선과 악, 고와 락에도 집착하지 않는 관을 해야만 오묘한 도리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사또는 조그만 동자의 거침없는 답변에 내심 놀라며
-그럼 앉아서 방귀나 풍풍 뀌고 있는 것은 무슨 공부냐
-네 그것은 타파칠통관(打破漆補觀)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무식하여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만 하려는 칠통같은 마음을 타파해 주기 위한 공부이지요.
하는 말이 끝나는가 싶더니 동자는 손바닥으로 목마의 엉덩이를 힘껏 갈겼다. 그러자 목마는 히히힝 소리를 내며 뜰을 세 바퀴나 돌더니 방울소리를 울리며 하늘로 뛰어 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목마는 푸른 사자가 되고 동자는 문수 보살로 화해 하늘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후 사또는 지극한 신심으로 칠불암 선원을 보살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