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황벽선사의 법어-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선의 어록 - 편집실 1984년 05월 27호
균주(筠州) 황벽운선사(黃壁運禪師) 시중(示聚)
대중들아 너희들이 만약에 미리 칠통을 철저히 타파하여 놓지 않으면 납월 三구일을 당하여는 정녕 열뇌(熱惱)하고 황란(惶亂)할 것이 분명하니라.
어떤 외도들은 공부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저러고 있다」하며 냉소하나 내 그대들에게 묻노니, 홀연 죽음이 닥치면 너는 무엇으로 생사를 대적하겠느냐. 모름지기 평상시에 힘을 얻어 놓아야 급할 때에 당하여 다소 힘을 더는 것이니, 마땅히 목마르기를 기다려 샘을 파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 죽음이 당도하여서는 이미 수족이 미치지 못하니 앞길이 망망하여 어지러히 갈팡질팡 할 뿐이라. 가위「고재 고재」(苦哉)라, 평시에 다만 구두선(口頭禪)만 익혀서 선을 설하고 도를 말하며 불을 꾸짖고 조사를 욕하여 제법 다 해 미친듯 하나 여기에 이르러서는 아무 용처 없으니, 평시에 다만 남만은 속여 왔으나 어찌 이 때에 당하여 자기 마져 속이랴. 형제들아! 권하노니 신체가 강건한 동안에 이 일을 분명히 판단해두라. 대개 이 문제는 풀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목숨을 떼어 놓고 힘써 공부하려고는 아니하고, 다만 「어렵고 어렵다」고만 하니 만약 진정한 대장부라면 어찌 이와 같으랴. 모름지기 저 공안(公案)을 간(看)하되 송이 조주에게 묻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답하되「무」(없느니라)」하였으니 다만 二六시중에 이 「무」자를 참구하여 밤이고 낮이고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누우나 옷 입으나 밥 먹으나 변소에 가나 생각생각 끊이지 아니하고 맹열히 정신을 차려 저 「무」자를 지켜갈 것이다. 이리하여 날이 가고 해가 가서 공부가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면 어느듯 홀연히 마음빛이 활짝 밝아 불조의 기틀을 깨달아 문득 천하 노화상의 혀끝에 속지않고 스스로 큰 소리를 치게될 것이다. 알고 보면 달마(達磨)가 서쪽에서 왔다는 것도, 바람 없는데 파도를 일으킨 것이오.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신 것도 오히려 한바탕 허물이라 할것이라. 여기에 이르러서는 천성 (千聖)도 오히려 입을 떼지 못하거든 하물며 어찌 염라노자(聞羅老子)를 말할까 보냐.
대중아, 이 사이에 기특한 도리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련 생각 하지마라. 매사에 일이란 마음있는 사람을 두러워 하느니라.
〈평〉
이것이 후대에 화두를 가져 공부하게된 시초가 된다. 그러나 반드시 「무」자만으로 한할 것은 아니니 혹은 「만법귀얼萬法歸一)」 혹은 「수미산(須미山)」혹은 「사요소요(死了燒了)」 혹은 「참구염불 (參究念佛)」도 좋으니 한개의 화두만을 지켜셔 오직 크게 깨치기만 기약하라. 비록 의심하는 것은 같지 않으나 깨침인즉 둘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