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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삶의 지혜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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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조인석 1990년 08월 102호
나는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줄곧 성장하고 현재도 제주에서 살고 있으므로 ‘순 삼다도 사람’인 셈이다.
마침 「해인」지에서 ‘젊은 불자의 목소리’라는 주제가 나에게 주어졌을 때 무엇을 쓸 것이가? 하고 망설이다가 이번 기회에 제주의 삶, 특히 이제 사라지려하는 전(前) 세대적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살펴볼까 한다. 따라서 원 주제와 다소 거리감이 있더라도 해량하시기를 빈다.

70년대 이래 우리나라도 공업이 발달하고 산업화됨에 따라 경제적 수준이 전보다는 눈에 띄게 나아지면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몇 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생활에 여유가 있게 되면서 전국 어디에나 마찬가지겠지만 제주 또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가 구분되긴 했었지만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발달된 교통수단 때문에 쉽게 찾아와서, 관광하는 철이 따로 없다.
예전처럼 배낭지고 무전여행하면서 제주의 인심을 직접 맛보았던 낭만적 여행은 점점 사라지고, 승용차를 갖고 여행하든지 렌트타를 빌린다든지 하는 고급 관광객 때문인지 고급호텔의 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되고 말았다.
눈만 뜨면 하루아침에 호텔·장급 여관이 들어서고, 이처럼 세상이 변하는 만큼 제주 인심 또한 변하고 있다.
제주가 본래 국제관광지가 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일확천금을 꿈꾸는 호화판 관광지도, 황금의 땅도 아니었다.
아직도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초가집처럼 소박하고 질박하여 사람 사는 향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사철 꽃이 있고 푸른 숲이 늘 가로수로 있지만 바람부는 날 제주 앞바다에 나가 보면 얼마나 이것이 바람 많은 곳인지 깜짝 놀라게 되고, 들에 나가서 풀섶을 보면 순 돌덩이 투성이로 얼마나 척박한 땅인지 실감이 날 것이다.
그 돌 많은 땅에 농사를 지을려면 얼마나 고충이 심했는지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근면성은 예로부터 유명해서 산에서 밭에서 바다에서 남자 못지않게 일하였던 것이다.
한두 번 제주도를 관광하러 온 사람들은 이름난 관광풍물과 아름다움만을 보고 갈 뿐이므로 제주도 고난의 역사는 잘 모르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제주도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이다. 그 역사의 질곡과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기고 오늘날과 같이 관광명소로서 제주도의 얼굴은 너무나 다른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평균 학력이 높고 관광 수입, 농산물 수입으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제적 소득이 높아지고 풍요해지면서 제주도는 이제 제주도 본래의 삶이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본래 제주도인의 소박성과 질박함도 그리고 척박한 제주도 땅을 일구어 내었던 근면함과 강인함도, 그리고 고유한 제주의 풍물도 없어지고 여느 관광지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되어간다는 것은 제주의 한 사람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제주의 주부들이 중심이 된 몇 십억인가 몇 억인가 하는 도박사건은 우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특히 제주의 여성들은 근면하기로 이름나 있는 곳이니까 더욱 놀라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허벅을 등에 지고 우물가에 가서 물을 길어다 풋나무로 불을 때느라 눈물을 흘리면서 밥을 짓고 조반을 먹고는, 뗄감나무를 하고 밭에 나가 김을 매고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따고, 여기 말로 때뿌신다(뼈 쑤신다)라고 할 여가가 없었다. 그러고도 ‘피곤하다’, ‘힘들어 못살겠다’는 불명 한마디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가스레인지·냉장고·전기밥솥·수도시설·세탁기·청소기……. 웬만한 가정이면 다 갖추고 사는 현대 여성들은 만나기만 하면 ‘피곤해서 죽겠다’느니 ‘어떻고 어떻다는 등’ 불명이 만연하니 요즈음 아낙네들 한번쯤은 옛 어른들의 삶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론 보다 불교신행들이 적극적으로 부처님의 높으신 교훈으로 새마음 갖기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불교의 가르침은 물질위주의 삶이 아니라 마음을 옳바르게 갖자는 가르침이요 바른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훈이 주된 교훈이므로 보다 청년불자들이 나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선양할겸 서예·꽃꽂이·다도·경전읽기 등 새로운 방법으로 현대인의 정신을 깨닫게 해주는 얼에 보다 적극적이기를 바란다.
부처님의 말씀이 곧 생활 속에서 피어나야 한다는 생활불교를 채창하면서 이러한 운동이 내 고장 제주에서부터 펼쳐지기를 바라고, 자연환경만 아름다운 제주가 아니라 제주인의 심성까지도 아름답기를 기원하면서 이런 운동에 청년불자들이 앞장서기를 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