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의 글들은 출가 본연의 자세에 관한 글이고, 그러면 오늘의 출가자는 어떠한가? 지금 불교의 꼴은 어떤 꼴인가? 차마 부끄러워서 그 소상한 경위는 말 할 수 조차 없다. 자비를 가장 근본으로 하는 자들이 살상하는 것을 그 수단으로 삼고, 보시를 근본으로 하는 자들이 빼앗는 것을 능사로 삼고,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할 우리들은 그 책임소재를 서로 질책하는 것을 어찌 출가자라고 할 것인가? 마땅히 출가한 자는 거룩한 자라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차마 세상사람도 살상하고, 빼앗고 책임질만한 자들이 회피하는 따위의 행동을 하지 않거늘! 이제 어떻게 그 입으로 자비하라, 보시하라, 성실하라고 가르칠 것인가? 종교에서 믿음은 생명과 같은 것. 믿음을 새로 심지는 못할지언정 그 믿음의 종자를 끊으려고 하는 자들이 무슨 출가한 자인가? 총무원이란 싸움이나 하고 사회에 물의나 일으키는 곳일 바에는 없는 편이 백번 낫고 전 승가의 뜻을 모르고 싸움이나 하는 종회는 해산하는 편이 낫다. 권력이나 휘두르고 싸움이나 하라고 있는 총무원 종회가 아니다.
수도하는 스님들을 대신하여 출가자의 양식을 믿고 종단 일선에서 앞장 서 일하라고 그 중책을 맡긴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내 수행마저 버리고 딴 스님의 수행을 돕기 위한, 보살행으로서의 자리이지, 뽐내고 휘두르라고 준 자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3)
신흥사 사건은, 단순히 출가한 승가만이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총무원이나 종회의 스님만이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전 불교도의 잘못이다. 한쪽에서 손가락질 하고 흉보고 욕하는 모든 이들의 잘못이다. 우리는 깨끗하고 청정하다고 하는 자들, 그들도 또한, 같은 공범자라고 통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자들이고, 풍랑이 일고 배가 침몰하면, 같은 운명이 될 것을 알아야겠고, 이런 때일수록, 서로 질책하고 욕하기 전에 서로가 격려하고 같이 참회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일 두려운 것은, 그 사건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의 내부에 있던, 신념과 용기를 잃어버리고 의기 소침하거나, 부처임의 가르침을 이번 사건과 함께 혼돈하는 불자가 있을까 그것이 가장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