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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여기에 오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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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수상 - 해진 1983년 09월 19호
부처님께서 지금 여기에 오신다면 우리 현대인의 의식과 삶의 구조에 대하여 무어라고 말씀하실까. 또 현대사회 구조와 형태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되고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부처님의 시대에도 인간의 실상(實相)을 잘못보고 그 정도(正道)를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을망정 어느 시대에도 이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완전히 파멸의 늪에 떨어지지 않고 존속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정견(正見)과 정행(正行)이 고갈되지 않고 그 사회를 부단히 개혁해 주는 원천의 구실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무릇 불타의 진리는 인간에 관한 진리로서 그것은 한 개인에 관한 진리일뿐 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관계에 관한 진리인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은 인간이 언제나 그 자신에 관한 그릇된 이해와 잘못된 생활 태도에 대해 난해하고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로써 평범하고 소박한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을 예로 들어 참다운 자신을 어떠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으며 또 거기에 따르는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말씀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하나의 과도기의 사회라고 하며 위기의 사회라고 한다. 특히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사회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인간의 의식구조와 생활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인간의 인식구조와 생활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것은 가치관의 유동화(流動化)와 다원화, 극단적 이기주의와 전체주의의 사상적 대립, 향략적 풍조에 의한 도덕과 윤리등의 정신생활 면에서의 거칠어지는 현상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활 환경의 다양화, 그리고 도시 발달에 따른 생활환경의 복잡한 병폐가 있는가 하면 물질만능주의에 의한 인간 소외의 갈등과 정신지상주의에 의한 은둔과 도피의 사회병리 현상 등이다.
또 우리 사문에게는 세간주의와 출세간주의의 갈등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 급진주의와 지나친 보수주의의 팽팽한 대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올바른 견해가 아니다. 정견은 중심을 잃지 않아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견해이다. 즉 중정(中正)의 견해이다. 극단에 치우친 주의 주장이나 그에 바탕한 생활은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만약에 지금 여기에 오셔서 무지 몽매한 우리들에게 깨우침을 주신다면 이미 2500여년전 가르치심대로 극단에 치우친 견해를 타파하고 중정의 눈을 갖도록 일깨우실 것이다.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남의 고통과 슬픔을 아랑곳 않는 자에게는 나는 사회전체 속의 나임을 말씀해 주실 것이며, 전체주의자에게는 그 어떤 명목으로도 전체의 구성원인 개개인의 존엄성과 존재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실 것이다.
물질만능주의자에게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영원과 무한을 지향하는 정신적 존재임을 일깨우실 것이며 물질을 전혀 도외시한 정신 지상주의자에게는 공허한 극단적 관념주의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도록 하실 것이다. 세간주의자에게는 찰라적인 세간의 허망함을 깨우쳐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도록 하실 것이요, 출세간만을 고집하는 자에게는 세간이야말로 출새간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출세간의 정신이 구현되는 실제의 무대임을 말씀하실 것이다.
급진주의자에게는 순리와 질서를 도외시한 조급함을 지적하실 것이며 지나친 보수주의자에게는 역사발전에 대한 투철한 안목을 가지도록 일깨우실 것이다.
그리하여 지나친 급진과 보수를 지양(止揚)하고 발전 속에서 불변의 영원성을 찾고 불변의 영원성이 전진의 변화 속에서 구현됨을 통찰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지 않고 우리 주의의 일상생활과 사물을 통해서 재미있는 비유와 부드러우나 전체를 꿰뚫는 명쾌한 말씀으로 우리를 환희케 하여 우리로 하여금 그 환희의 빛이 우리 주위의 모든 이웃들에게 끊임없이 번져가도록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