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요즘 텔레비전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람의 하나로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이 서로의 핏줄을 찾는 방송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피가 얼마나 질기고 진한지 우리는 그들이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설령 이산가족이 아니라도 그들의 애타게 잃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같은 동포로서 아니 같은 인간으로서 깊은 연민과 슬픔을 공감하게 된다. 이산가족 그것은 우리 민족사이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사적 단면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의사(意思)에 의하여 비롯된 분단이 아니기에 더욱 그것은 애닮고 안타까운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의식이랄까 사상이랄까 하는 것이 인간성보다 위에 군림하는 것을 볼 때 실로 인간의 의식은 가공할 만한 것이라는 복을 추구해 왔고 그 행복을 위하여 무수한 사상과 종교, 체제와 주의(主義)를 계승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그것은 때때로 인간의 행복과는 전혀 역행하는 길을 걷기도 하였다. 인간이 만든 주의나 체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짓밟는 결과를 가지고 온 일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수가 다수의 행복을 무슨 주의나 무슨 당이니 하며 그럴 듯하고 요란한 언동으로 기만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서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보면서 인간의 보편적인 의사전달 수단인 언어마져도 잊은 채 다만 뜨거운 가슴으로 피로 만나는 것을 볼 때 진실이란 거창한 사상이나 주의나, 호화찬란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때묻지 않은 피를 향한 간절한 마음인 것을 보았다. 진실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감동하였고, 연출 없는 감격적인 드라마가 됨을 텔레비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Ⅱ)
이산과 출가-이 두 말에서 우리는 어떤 연관성을 느끼는가? 타(他)의 의사에 의하여 헤어져야만 했던 피맺힌 이별이 이산이라면 출가란 자발적으로 집을 떠나는 것이리라. 이별하는 고통을 살을 찢는 아픔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아픔을 감내(堪耐)하면서 우리는 출가한 것이다. 왜 우리는 세속(世俗)을 버리고 출가했던가? 이별을 통하여 더 큰 만남을 위하여 출가한 것이며, 무명과 집착으로부터 거짓된 나를 버리고 참된 나를 찾아서 영원한 열반 속에서 모든 이들과 함께 즐거운을 누릴 수 있는 복전(福田)이 되기 위해서 출가한 것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어떤 의미에선 우리는 천륜(天倫)을 저버린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수도정진(修道精進)이란 피나는 고통을 참고이겨 영원한 복전(福田)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출가! 이 어찌 작은 일이랴! 집을 나설 때 어떤 결심으로 나섰던가? 부처님을 의지하여 처음 계를 받을 때 어떤 맹세를 했던가? 과연 맹세대로 살고 있는지 야운(野雲) 비구의 자경문(自警文)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