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불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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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김은숙
1983년 07월 17호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젊은 불자들에게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는 한 형제가 되었다는 기쁨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 세상에서 세 가지 어려운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의 몸 받아 태어나기 어렵고, 바른 법(正法) 만나기 어렵고, 바른 스승을 의지하여 바른 법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법우들은 참으로 복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각박하고 혼탁한 시대에 부처님 법을 만났고 훌륭하신 스님들을 의지하여 지혜롭고 복된 삶의 길을 걷는 우리들은 아마 천생에 많은 선업(善業)을 쌓았나 봅니다.
저는 불교와 인연이 닿아 삼보에 귀의한지 3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불자가 된 이후로 내 자신의 독단적인 좁은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서로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가치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요법회 때면 법사 스님의 법문을 통하여 무한한 법열(法悅)을 느끼고 참회와 정진의 길을 다짐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법우들과 만나는 소박한 기쁨도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이런 가슴에 안타까움과 함께 조그만 회의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 불교를 세상 사람들은 「기복불교」 니 「치마불교」 니 하여 시대를 이끌어 나갈 힘이 없다고 지탄의 소리도 높습니다. 물론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정할 수 없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세인(世人)들의 평에 대하여 그것은 전체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젊은 불자들의 두 어깨를 믿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들어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의 불교 입문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탐욕과 운명의 공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뭄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젊은 불자들의 신앙에 대하여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때 진정 종교로써 구실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행(信行)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불교의 교리가 체계적인 이론과 깊은 철학성이 두드러진 때문인지 우리 젊은 불자들은 너무 이론에만 끌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법을 지식이나 교양의 습득물로 전락시킬 수는 없습니다. 믿음과 실행이 없는 교리는 한낱 공허한 이론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젊은 불자들은 불교를 단순히 지식으로 알아보려는 신앙형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절에 시주하는 것은 할머니나 부녀자들만이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무시하는 경향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젊은 불자들의 잘못된 태도인 것 같습니다. 과연 부처님 앞에서 신심으로 예배하고 신심으로 불전을 바치는 젊은 불자가 얼마나 될까요? 자체내의 회비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그동안 배운 교리를 악용하여 스님들과 신도들을 겨냥하는 불자들을 볼 때 심한 이율배반의 감정을 느낍니다. 젊은 불자일수록 마음은 겸손해야하고 신심있는 생활로 이웃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순과 시행착오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이 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직도 불법의 근처도 이해하지 뭇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종교로서 불교의 특성을 바로 안다는 것은 매우 힘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중의 불교」, 「현대화된 불교」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불교가 대중화 되고 현대화 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실정입니다. 단순히 다른 종교의 흉내나 내는 것으로 현대화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한 바람은 이 시대의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래서 성급하게 산사의 고요를 비방하고 산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소승이라고 하며 서투른 이론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전통과 특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개인의 참된 수행없이 이웃에의 강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한자루의 촛불이 묵묵히 타오르며 환한 빛을 발하듯 스님들의 청정한 수행만으로도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적극적인 참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이 불교중흥을 바라는 관점과 스님들이 바라는 관점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교통이 편리해진 오늘날 소음을 피해 찾아드는 현대인들에게 산사에 계신 스님들은 수행과 함께 훌륭한 포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의 통념에 휩쓸려 불교 특유의 빛깔을 잃을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는 결코 평론가로서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젊은 불자들은 의례적인 행사에나 치중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불경을 바른 안목으로 보고 깊은 사유를 거쳐 올바를 개혁의 의지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젊은 불자들이여!
우리는 내일의 주역이며 바로 오늘의 주역입니다. 불법에 어쩌 성쇠(盛衰)가 있겠습니까마는 오늘의 불교적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면면히 민족의 맥을 이어온 불교가 우리 시대에 와서 일반 대중과 멀어져 가고 외면당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겠습니까?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소중한 불법을 만난 우리 젊은 불자들은 부처님의 정법을 위해 다같이 한자루의 촛불이 되어 불교중흥의 대열에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