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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학생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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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수기 - 정빈 1983년 06월 16호
함초로히 내리는 빗방울 속에 많은 생명들이 가포언덕에 물결치고 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모든 만물들이 환회와 기쁨에 젖어 무한의 미소를 엮어가고 있다. S학생 ! 이제 그 추웠던 겨울도 지나가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 들어섰구려. 이제 신록의 싱그러움 아래서 나는 조용히 기도하며 S학생을 생각한답니다.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잊어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S학생을 생각하고 있으니 정녕 S학생은 어디메에 있는지…….
S학생은 무척 병이 심했고 움직이기 조차도 불편한 상태로 이 병원을 찾았었다. 부산이 고향이고 B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라 했었다. 그를 처음 병실에서 봤을 때, S학생은 무척 심한 각혈을 하고 있었다. 하얀 휴지에 빨간 선혈을 토하면서 그는 울고 있었다. 그 울음 속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생각들이 오고 갔으리라 짐작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필자가 조금이라도 S학생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폐결핵 증세가 나타나 병을 고쳐야 함을 알면서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약국에서 이약 저약 사먹어 가면서 지내왔다고 했다. 약을 복용할 때는 괜찮다가도 급작스레 호흡이 가쁘고 객담에 피가 섞여 나오는 과정을 여러번 겪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건강에 신경쓰지 않았음을 무척 후회하는 눈치였다. 필자의 눈으로는 S학생은 2~3개월의 시한부 생명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이곳에서 같은 증세의 환자들과 지내다 보니 대충은 증세를 짐작할 수 있는 눈이 열렸다고나 할까? 시한부 생명을 살아야 하는 S학생에게 더욱 애정이 갔고 그러한 연유로 자주 병실을 찾았었고 그도 가끔씩 법당으로 필자를 찾아왔었다.
한번은 초라한 모습으로 아픈 가슴을 붙들고 필자를 찾아와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S학생의 말은 대충 이러했다. 약을 먹어도 조금도 낳지 않는 것이 죽음이 곧 올 것 같다는 말이었다. 자신은 더욱 살고 싶고 해야할 일들이 무척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영험으로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러한 말들을 하연서 S학생은 살려달라고 너무도 슬프게 울부짖고 있었다. 가슴 아픈자의 두눈에서 흘리는 눈물은 가포만에 흐르는 바닷물보다도 훨씬 소금 내음이 진한 것 같았다.
S학생이 눈물을 흘릴 때 필자도 S학생의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으니 말이다. 허나 자신이 무능함을 안타까와 할 뿐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다만 〈나을 수가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병상 생활을 하며, 결핵 환자는 전쟁터에서 적군과 싸우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적군을 물리쳐야만이 자신이 살수 있듯이 결핵 환자도 결핵균과 싸워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 가자〉고 평범한 말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S학생은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각혈을 하고 있었다. 역시 뽀얀 손수건을 빨간 피로 물들이면서……
S학생은 내려갔고 제발 S학생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던 마음도 한낱 물거품이 되어 소리없이 사라질 때 그때도 오늘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살려달라던 바램도 열심히 간호하던 간호원의 기도도 저버린 채 S학생은 한낱 낙엽이 되어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 길에서 내 가슴을 멍들게 하던 그 한마디〈살려달라〉고 하던 애처롭던 S학생의 모습이 자꾸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말이 나에게 할 수 있던 마지막 부탁인 줄 알았더라면 그 부탁 하나만이라도 들어주었어야 하는 것을……
81년 어느 초여름 무척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S학생은 아무 말도 없이 남긴 것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단절하고 말았다. 유난히도 그날 저녁에는 비가 많이 왔고 바람도 많이 불었었다. 아마 S학생은 분명히 살려달라고 애타게 울부짖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단절했으리라…….
그가 울부짖던 소리는 비바람에 흩날리어 전달되지 못한 채 중도에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자비로 극락에 인도되었을 쓸쓸하고 고독하고 총명했던 S학생의 작은 영혼은 항상 필자의 곁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이 빗소리가 S학생의 부름인가 아니면 S학생의 찢기는 아픔의 통곡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