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과 호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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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6호 - 지오
1983년 06월 16호
초학자로서 선(禪)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무조건 화두(話頭)만 잡드린다고 당장 견성(見性)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초학자들은 기본자세인 호흡(呼吸)을 잘 조절하여야 한다. 호흡법을 잘 익혔는지 아닌지는 수행중에 그 결과가 분명히 나타나므로 초학 수선자들은 호흡조절이 완숙된 다음에 화두를 잡드려 정진(精進)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신체상으로 볼 때 무리가 없이 순조롭게 정진(精進)할 수 있다. 호흡을 고르게 하는 기초적인 방법은 수, 수, 지, 관, 전, 정(數, 隨, 止, 觀, 轉, 淨)으로 나눌 수 있으나 다음 회로 마루고 여기에서는 나누지 않고 기본적인 내용만을 살피고자 한다.
선(禪)이라는 그 자체에는 마음 가짐이나 몸의 자세나 호흡하는 방법도 필요없지만 그러나 선을 참구하는데는 주로 앉아서 화두(話頭)를 잡드리는 법이 제일 많이 통용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기초법을 알아두어야 하리라 본다. 만일 호흡법의 기초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조건 앉을 때는 대부분의 초학자들이 지금까지 신체적인 이상과 정신적인 변화, 그리고 상기(上氣)등의 장애가 발생하여 화두를 참구하는데 많은 고충과 지장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수식관법(數息觀法)의 호흡을 할려고 하면 먼저 좌선할 자리에 앉아 몸의 부자유스렵고 긴장된 자세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앉은 자세에서 몸을 앞, 뒤, 좌, 우로 三~四회 정도 몸을 흔들어 편안하고 안정된 몸가짐을 한 후에 조급하고 긴장되었던 숨결을 밖으로 두세 번 크게 내쉰 다음에 서서히 숨을 체내(體內)의 깊숙한 곳(단전)까지 골고루 들어 갈 수 있도록 깊은 숨을 들이 쉰다.
초학자는 숨을 들이 쉴 적에 호흡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너무 느리게 서서히 하려고 억지로 애쓸 필요는 없고 숨이 차서 얼굴이 붉게 될 정도로 숨을 들이쉬는 수도 간혹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도리어 자신의 수행을 망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므로 무리하게 숨을 들이쉬지 말고, 다만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지않도록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되 평상시의 속도보다는 조금 느리도록 하면서 숨길이 끊이지 않게 미세하고 밀밀하게 하면, 자연적으로 호흡이 순일해지면서 더욱 더 숨결이 미세해져 깊어지며 그에 따라서 호흡의 속도도 자동적으로 차츰 느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호흡은 항상 七~八부 정도의 숨을 들이쉬어 몸에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숨을 들이쉴 적에는 언제나 코로 들이쉬어 목구멍을 통과해서 가슴을 거쳐 배를 지나 배꼽아래 아랫배의 단전부위에까지 숨이 이르도록 해야하고 여기까지 숨길이 이르면 그 숨길에 생각을 두어 관해야 한다. 들이쉬는 숨길과 그 숨길을 의식적으로 관하는 생각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단전으로 모아지게 하여 모아지면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다시 숨을 내쉰다. 숨을 내 쉴 때는 들이 쉴 때의 역(逆)으로 서서히 내 쉰다. 이 때 숨을 내 쉴 때와 들이 쉴 때의 간격이 동일해야 하고, 또 들이 쉰 숨을 억지로 단전에 오래 머물게 하려고 힘을 쓰는 일도 간혹 있는데 호흡법이 순숙하기 전에는 이러한 방법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수식관을 처음부터 단전으로 하려고 생각을 하면 자연히 숨을 들이쉬는 순간부터 아랫배에 힘이 들어 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힘을 준다면 호흡법이 아니고 배운동에 불과할 것이다. 호흡을 할 때 자기의 생각이 숨길을 따라서 추적하여 단전으로 향하는 것을 따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전의 부위에는 힘도 서서히 들어가게 마련이다. 숨길이 완전히 단전의 부위에 이르러 호흡을 잠깐 멈추게 되면 배의 전체에 힘이 평소보다 배로 더해지므로 이렇게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숨을 고루어 바른 호흡법에 의하여 단전에 모아지는 힘은, 정신적인 면이나 육체적인 면에서 보아도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화두참구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와 반대로 호흡을 무리하게 억지로 오래 머무는 방법이 좋다고하여 잘못 행해 배에 힘을 심하게 주거나 단전부의 힘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의식적으로 정도를 훨씬 넘게 힘을 주어 배를 손으로 마구 때리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데 만일 초학자로서 기초도 없이 이러한 방법을 행했다면 여러 가지의 신체적 나쁜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깊은 호흡을 억지로 하려고 무리하게 하지 말고 다만 숨길이 코, 목구명, 가슴, 배, 단전에 이르는 과정을 생각으로 연이어가서 생각이 숨길에서 이완(弛緩)되게끔 하지말고 숨길을 추적하듯이 마음을 호흡하는 거기에만 기울여 나아가는 것이 수식관을 하는데는 제일 중요한 것이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