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할 때의 음식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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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4호 - 지오
1983년 04월 14호
음식은 우리 몸을 보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자양제(滋養制) 이다.
인간이 도업(道業)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육신을 유지해야 함으로 음식을 대할때는 육신의 약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너무 많이도 먹지 말고 또 반대로 너무 적게 먹어서도 안되며 항상 자신의 몸에 적당히 맞추어 먹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행실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너무 급하게 음식을 먹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동안 씹어서 먹어야 하며 음식을 먹을 적에 잡념(雜念)을 가지지 말고 항상 화두(話頭)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체질에 따라 음식에 간을 넣지 않고 먹는 담식(淡食)이나, 음식을 익히지 않고 먹는 생식(生食) 등을 할 수도 있겠으나 어느 것이 좋다고 강조하여 권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은 영양가가 많은 음식이라고 하면 자기의 정량을 조절하지도 않고 함부로 먹고 영양가가 없는 음식이라면 먹지도 않는 예도 있다. 이것은 몸을 망치게 하는 우둔한 짓이다. 아무리 영양가가 많고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일단 입을 통해 몸에 들어간 음식은 분해되어 성분의 적당량만을 흡수하기 때뭄에, 무슨 음식은 어디에 좋다고 해서 그 음식의 전체 양분이 그 부분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편견에 의하여 음식을 편식(偏食)하는 것은 몸의 조화와 균형을 무너지게 하는 시초이므로 음식은 펀식하지 말고 적당히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체력이 떨어져 힘이 없다고 해서 많이 먹고 튼튼한 몸으로 정진(精進)의 힘을 내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 방식이다. 많이 먹는다고 해서 영양분이 많이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많이 먹고 좌선(坐揮)을 하면 포만감(飽輔感) 때문에 숨이 차고 온 몸이 나른해 지면서 곤함이 엄습하여 화두는 간 데 없고 혼침(昏沈)에만 들게 된다. 또 정진의 박차를 더 하기 위해서 잠을 자지 않고 맑은 마음으로 공부를 하려고 억지로 음식을 줄여서 적게 먹는 일도 있는데 이 방법은 정신을 맑혀 공부하겠다고 하는 의욕은 좋지만 몸의 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억지로 힘을 쓰다 보면 허기에 지쳐 허리가 굽어지고 에너지의 발산이 적어서 추위를 쉽게 타며, 허기가 위로 올라 상기될 확률이 크다. 그래서 억지로 음식을 줄여가며 정진하는 것보다는 계획적으로 서서히 감식(減食)하면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조절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언제나 먹고 싶은 양이 십분(十分)이라면 이삼분(二三分)정도 줄여서 먹는 것이 좌선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적당한 양이고 좌선할 때에 음식으로 인한 부담은 없어지므로 꼭 지켜야 한다. 때 없이 함부로 먹으면 화두참구(話頭參究)하는 분상(分上)에서 볼 때 많은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에 좌선하는 사람이 음식을 적당히 맞추어 먹는 것은 수행상의 정신 자세에 큰 도움이 된다.
만일 음식을 적당하게 고루 먹지 않으면 마음의 순일성이 희박해지고 그로 인하여 화두 잡드립이 여일(如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의 조절이 수행자에 있어서 많은 손익이 따른다는 것을 초보자들은 염두에 두고 음식 조절을 잘 하여서 심신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