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 안에서의 문화의 개념
문화라는 말은, 오늘 날 인간의 생활 전영역인 경제에서부터 정치, 도덕, 과학 등 사회학적 의미 뿐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인 예술과 종교 등 여러 분야를 포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령 문화를 이와 같은 넓은 뜻으로 사용한다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다 문화라는 말로 통용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문화의 개념은 예술인 미술, 문예, 음악과 그리고 종교, 철학, 사상 등의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며, 사실상 문화는 이 좁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니버(R. Niebuhr) 같은 사람은 종교와 문화를 대치시켜 종교적 활동 및 그밖에 모든 인간의 행위와 그 소산 전부를 포함시키는 견해도 있으며, 브르크하르트(Q.Buchardt) 같은 사랑은 종교와 문화와 정치를 분리시켜 문화를 파악하려는 역사학자도 있다. 아뭏든, 오늘 날 불교에서도 문화에 대한 독자적인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불교 속에서 문화라고 하연 광의(광義)의 뜻으로는 ‘불교’ 그 자체가 되겠으며, 그밖의 사원경제, 전통의식 등 승가(僧伽)생활 전반의 것과 협의(族義)의 뜻으로는 불교의 문예, 미술, 건축, 공예, 음악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있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문화는 한 집단의 정신적인 전통과 정신사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며 한 집단의 미래를 낳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가 풍부한 집단은 흥하고 빈곤한 집단은 도태해 버린 역사 속의 사실만 보더라도 문화의 보호와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불교 속에만 있는 특수한 문화는 계속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옛 것을 이어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야할 것이다. 한 집단의 문화 형태에서 그 집단의 정신 세계를 알아 볼 수 있는데 고도로 우수한 문화를 가진 집단은 정신 세계마저 우수하고 세련된 집단이 되어 그 빛을 남길 것이며, 조잡한 문화 집단은 결국 잊혀지는 집단이 될 것이다.
이미 불교는 지난 세월 동안 우수한 문화 집단으로써 역사 속에 찬란한 문화 유산을 남겨 우리 나라 전통 문화의 대들보 역할을 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어떠한가? 과연 우리는 그 찬란한 전통 문화에 비걸만한 문화의 계승자들 인가? 또 오늘에 살고있는 현대인에게 과연 어떤 불교 문화를 심어주고 있는가? 아니 그보다도 그들의 문화 유산이나 팔아먹고 있지는 않는가? 또 조상들이 남겨 놓은 문화 위에다 어설프게 현대화라는 미명(美名) 아래 그들의 문화유산에 황칠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또 폐쇄적인 교리를 내세워 문화를 질식과 불모의 상태가 되도록 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서 있다.
문화는 물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또 짧은 시일에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심사숙고와 함께 깊은 통찰력으로 문화에 대한 깊은 반성과 아울러 새로운 창조 있기를 바란다.
* 이번호 부터 〈교양강좌〉란에 시명스님의 불교음악에 관한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해인가족’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