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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가풍(淸白家風)의 향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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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가풍(淸白家風)의 향기 - 일타 1984년 04월 26호
참선은 인생의 생사일대사(생사일대사)를 철저히 체득(體得)하여 안심입명(安心立命) 하여 상주삼매(常住三昧)의 경지에 머물러서 원융무애(圓融無碍)한 큰 진리의 도를 냉난자지(冷暖自知)하도록 교양(敎養)하는 것이다.
선을 참구함으로서 정신단련과 품성도야(품성도야)가 저절로 이룩되어 여기서 안정된 국가가 건설되고 평화로운 세계가 출현케 된다면 이것이 바로 깨끗한 불국토(불국토)의 출현인 것이다. 소위「일심(일심)이 청정하면 국토(국토)기 청정하고 따라서 시방중생의 원각(원각)이 청정이다.」라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세상사람들은 무슨 일에나 그저 돈만 있으면 된다고 착각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돈, 물질위주가 될수록 도는 멀어지고 정신의 세계, 영혼의 세계는 소외(疎外)되어 외롭고 쓸쓸하고 처량해지기 때문에 전도몽상(轉到蒙想) 아닌 올바른 꿈을 꿀 수가 없는 것이다. 소위「밤에 꿈이 있는 자는 들지 말며, 입에 혀가 없는 자만 머물라」는 옛 선사의 말씀은 전도몽상하지 말고, 말없이 착실히 공부하라는 선실(禪室)의 좌우명이다. 아무리 고묘(高妙)한 이론이나 정밀(精密)한 학설이라 하더라도 약방문(藥方文)이 바로 약(藥)은 아닌 것과 같이 선은 구태여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여기 한국선원(韓國禪院) 일과의 단편적인 모습을 소개하여 선수행(禪修行)의 실제공부(實際工夫)하는 일단(一端)을 말해 보고져 한다.
자기가 자기자신을 알고 자기의 덕성(德性)을 함양하는데 적절한 방법(方法)은 좌선 공부보다 더한 것이 없다.
좌선이라 하면 총림의 선원에 입방(入榜)해서 대중이 합동으로 수선(修禪)하는 방법과 선원이 아니라도 홀로 자기의 조용한 방에 앉아서 실내를 정리해 놓고 일주향(一柱香)을 피우고 정좌(靜坐)해 보는 것이다. 그저 망연(茫然)히 앉아 있기만 하면 망상과 번뇌가 어지럽게 일어나서 견디기 어려우니까 화두공안(話頭公案)을 가려 택하여 이것을 잡아들고 「이것이 무엇인가?」하고 전신의 염력(念力)을 기우려야 한다.
전자(前者)의 경우는 한국불교 선원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후자는 흔히 남방불교(南方佛敎)에서 수식관(數息觀)이나 수화관(水火觀) 같은 관행(觀行)의 선을 닦고 있기도 하다.
총림의 선원에서는 새벽 새시 정각에 선판(禪板)을 울려 기상함으로부터 냉수에 세면하고 에불드린 후 입선죽비(入禪竹 ) 소리에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손은 법게정인(法戒定印)을 결(結)하고 귀와 어깨가 가지런하게 코 끝과 배꼽이 수직이 되게하고 어금니를 꽉 다물고 눈은 반쯤 열고 삼척(三尺) 앞을 보고 움직이지 아니하면 소위 안정이심정(安定而心定)하고 심정이신정(心定而身定)하여 좌서나는 모습이 된다. 대체로 50분간 앉아 10분간 경행(經行)해서 몸과 다리를 풀어주며 여름철에는 2시간, 겨울철에는 3시간 끝에 정진 제일시(第一時)를 방선(放禪)한다.
아침 식사는 원래 죽을 먹는다. 다음에 일제히 비를 들고 도량 청소에 나아가낟. 그 뒤 운집(雲集) 목탁소리에 모여 제2시 입선(入禪)에 들어가면 역시 3시간 또는 2시간 동안 섭심좌선(攝心坐禪)하고서 사시불공(巳時佛供)에 참배(參拜)하고나서, 오후 오공(午供)에 들게 한다. 식후(食後)에는 차를 들며 더러는 선담(禪談)이 오고 가기도하고 오후 한시(一時)까지는 자유시간으로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즐기고는 다시 제삼시(第三時) 좌선시간에 들어가 오전과 같이 정진(精進)을 한다. 방선(放禪) 후 저녁 식사 시간에 한두 시간씩 김메기 풀베기 같은 작업을 하는데 이것을 운역(運役) 또는 보청(普請)이라 한다. 한사람도 대중운력(大衆運役)에서 빠지는 일은 없다. 「대중운력에는 죽은 송장도 일어난다」는 말이 있으니 이른바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는 백장선사의 말씀은 너무나 유명하다.
저녁 식사는 본래 없는 것이지만 병약자를 위해서 간략하게 마련되기 때문에 약석(藥夕)이라 부른다.
저녁 예불 후 입선은 새벽 시간과 같이 2~3시간으로 보통 아홉시에 대방선의 죽비로써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나며 취침에 들게 된다.(계속)
-해인사 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