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가 수시하기를 화엄 철학에는 매우 심오한 이론이 깃들어 있다. 한 점의 티끌이 날아올라도 그 속에 온 대지가 포함되어 있고, 한 떨기 꽃이 피어도 그 영향으로 온 세계가 흔들린다. 그런데 그 티끌이 일지 않고 그 꽃이 아직 피기 전일 때는 이 우주의 묘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옛 말에도 한 타래의 실을 어느 한 군데만 잘라도 모두 끊어져 조각나고, 또 한 타래의 실을 어느 한 군데만 염색해도 모두 물들어 버련다고 했지만, 지금 그렇듯 시비, 선악, 정사, 곡직의 갈등을 싹 끊어 버리고, 참된 자기를 이끌어 낸다면 높고 낮음이 따로 없고 앞과 뒤의 차이가 없어져 절대의 경지에서 각기 스스로의 참 면목을 당장에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혹시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자는 다음의 글을 잘 살펴두라.
·본칙 (本則)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구지 화상은 누가 무슨 질문을 하건 그저 손가락 하나만 세워 보였다.
송(頌)
구지 노화상의 대작, 썩 마음에 든다. 이 넓은 우주 어디에 그만한 이가 있으랴! 일찍이 망망한 바다에 띄워 놓은 구원의 널빤지같은 구지의 손가락 하나 캄캄한 밤바다에서 눈 먼 거북같은 숱한 운수납자들을 건져 주었네. 〈벽암록 제19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