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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동물산책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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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좌 - 윤상림 1995년 10월 164호
나까무라 하지메 편 · 윤상림 역

까마귀


사람 같은 새

16세기 고아를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사람 린스호텐은「동방 안내기」에서 인도에 까마귀가 이상하리만치 많은 것과, 그것들의 행동이 안하무인격인 것에 놀라고 있다. 그가 서재에서 일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까마귀 몇 마리가
날아 들어와 종이며 잉크에 장난을 쳐 서재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든지, 사람이 있는데도 안으로 날아 들어와 식탁의 음식물을 채간다든지 하는 따위를 적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은 현대에도 보이지만 까마귀가 보여 주는 이런 못된 짓, 곧 얌체짓은 예부터 유명하여, 인도에서는 “못되고 암체 같은 놈은 사람 중에는 이발사이고 새 중에는 까마귀다’라는 속담조차 있다.
모름지기 동물 같지 않고 인간처럼 못되고 얌체 같은 탓으로, 설화나 동화 속에는 까마귀가 계략에 능한 지혜자로 크게 활약한다. 예를 들면 들개의 꼬임에 빠져 사냥꾼의 덫에 걸린 사슴에게 “죽은 체하여 내가 신호하면 튀어라!” 라는 조언을 하고 사냥꾼이 방심한 틈을 신호하여 사슴을 도망치게 한 까마귀 이야기, 뱀에 물려서 새끼를 잃은 까마귀의 부부가 높은 사람의 금열쇠를 훔쳐 뱀굴에 두었는데, 열쇠를 찾으러 온 사람에게 뱀을 죽게 함으로써 복수를 한 이야기 등이 있다. 까마귀의 얌체스러움을 보여 주는 이야기는 아주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명한 것으로 <빤짜딴뜨라> 제3권의 까마귀와 올빼미의 이야기, <잡보장경> 제10권의 까마귀와 올빼미의 은혜 갚고 원수 갚는 이야기 등에 올빼미와 까마귀가 싸우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에는 까마귀와 올빼미는 타고날 때부터 적으로서. 낮에는 까마귀가 올빼미를 쳐들어가고 밤에는 올빼미가 까마귀를 쳐들어간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까마귀족과 올빼미족과의 헤어나지 못하는 싸움에 결말을 내려고 까마귀 한 마리가 계략을 꾸며 친구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털을 쥐어뜯어 몸뚱이에 상처를 내게 하였다. 이렇게 상처를 입은 까마귀는 올빼미족이 사는 곳에 가서 “나는 까마귀족들에게 이렇게 매를 맞고 당신들이 사는 곳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올빼미족 가운데에는 이상하게 여기는 자도 있었지만, 마침내는 그 까마귀를 돕기로 하였다. 까마귀는 몸이 완쾌되자, 추위를 막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올빼미가 사는 굴로 마른 나뭇가지와 마른풀을 들고와 감사의 인사를 하는 척했다. 눈이 흩날리던 어느 날 올빼미들은 모두 굴로 들어가 쉬고 있었는데, 기회를 놓칠세라 까마귀는 굴 속에다 불을 붙였고, 올빼미족을 한꺼번에 죽여 버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숙적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불교의 교리에 직접 관계는 없지만, 이런 단순한 이야기도 불교 설화 속에는 많다.
얌체스러움 말고도 경계심이 강한 것도 까마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은 임금은 꼭 배워 두어야만 하는 것으로, “임금은 항상 까마귀처럼 경계심을 갖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프라-나 등에 적혀 있다. 그것은 또 임금만이 아니라 수행자의 마음가짐과도 통하는 것인데, 「미란다왕문경」 제3편 제1장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까마귀가 사물을 깊이 생각하고, 주의 깊게 경계하며 행동하듯이 수행자는 사물을 깊이 생각하고, 마음을 편안
하게 하여 감각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 깊게 경계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나아가 까마귀가 먹이를 찾으면 친구와
나누어 먹는데, 마찬가지로 수행자들도 손에 들어온 물건이 아무리 적더라도 동료들과 나누어야 한다.

경계심을 나쁘게 말하면 의심 많은 원숭이가 되지만, `까마귀=의심 덩어리 원숭이’ 라는 등식이 인도에는 옛부터 뿌리 깊다. 여기에서 달콤한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하는 인간에 대해서도 의심이 많은 점을 「대일경」 주심품 등에서는 ‘오심烏心’이라고 부른다.
교활함과 경계심 말고 탐욕도 까마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승가나찰소집경」권상에 비둘기, 사슴, 뱀, 가마귀가 각각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괴로운지를 서로 얘기한 설화가 실려 있다. 비둘기는 욕망, 사슴은 공포, 뱀은 무서움, 까마귀는 굶어 죽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괴롭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무언가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인데, 까마귀에게 굶어 죽을까 하는 괴로움을 짝지운 것은 재미있다. `까마귀=탐욕’ 이라는 등식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무주 법사의<샤세기슈(沙石鎭)>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또 까마귀를 재료로 하여 탐욕을 경계하는 이야기가 <본생담>42 등에도 전해지고 있다.
먹이에 대한 탐욕스러움 말고도 음란함에 까마귀의 성질을 드는 경우도 있는데, 까마귀의 사음을 보고 출가한 사람의 이야기가 <일본령이기> 관중에 실려 있다. 까마귀가 못되고 경계심이 심하고 탐욕스럽다고 해도 이것은 까마귀가 그만큼 인간을 닮고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보여 주는 못되고 질 나쁜 행동의 대부분을 까마귀도 함께 하고 있으므로, 끼마귀가 <빤짜딴뜨라> 나<본생담>에서 크게 활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야기 속의 까마귀는 인간의 분신이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