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승가교육에 대하여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편집실 1989년 07월 89호
10년의 중앙승가대학, 각종학교 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계기로 최근 매스컴에서는 날마다 이와 관련된 보도가 매우 크게 다루어지고 있다. ‘60년 4.19혁명 이후 결성되었다가 ‘61년 5.16군사 쿠데타로 좌절된 교원노조가 29년 만에 역사적인 부활
을 맞이한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결성 전부터 ‘실정법 위반‘을 근거로 교원노조 불허방침을 명백히 하면서 결성대회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기지를 발휘해 결성대회를 강행하였고, 이후전국 15개 시도지부 결성으로 맞섰다. 20여 명의 교사가 구속됨과 더불어 수십명의 교사가 직위해제 등의 징계를 받았으며, 또 앞으로 더 큰 희생이 있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굳이 교원노조를 결성하겠다는 이유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노조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학교교육은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주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온 한편,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아, 그 폐해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노조결성을 강행한 교사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선 교사들이 진단하고 있는 학교교육의 현실이다. 그래서 공부만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인간화 교육, 분단 극복을 위한 통일교육 들과 같은 참교육을 위한 욕구가 이번 교직원 노조 결성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하겠다.
나라 전체가 이렇듯 교원노조 공방으로 가열되기 바로 전, 불교계에서는 최대 숙원사업의 하나인 정규 승가대학 건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지난 5월 11일, 정부가 ‘학교법인 승가학원‘을 법인으로 인정함으로써, 현 중앙승가대학(서울 안암동 개운사 내 소재)이 내년 3월 ‘중앙승가학교‘로 이름을 고쳐 다시 개교하게 된 것이다. ‘79년 4월 현 중앙승가대학의 모태인 ‘중앙불교승가학원‘ 이 서울 돈암동 보현사에서 개원한지 꼭 십년 만에 4년제 대학학력 인정 ‘각종(各種)학교‘ 의 하나가 불교계에도 생긴 것이다.
각종 학교는 공식적으로 ‘대학‘ 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는 없으나 대학원 진학시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와 같은 자격을 인정하며, 동학교 졸업자는 군종장교에 임용이 가능한 등 정규대학 졸업자와 동일한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교지, 체육장, 도서관 등의 학교시설은 정규대학의 7% 수준이면 운영할 수 있으며, 학칙, 학교법인, 교원 임명, 학교 시설, 재정 들은 정규 대학과 동일하게 문교부의 지도와 통제를 받게 되어 있다. 아무튼 이제 ‘중앙승가학교‘는 원칙적으로 조계종 승려로서 대입학력고사를 거쳐야만 입학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승려의 현대교육에 관한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어 왔다. 그리하여 서옹스님이 종정으로 계시던 ‘77년 1월 31일 각종학교인 한국승가학교 설립 인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22일이 신청서는 반려되었다. 이어 ‘82년 9월 황진경 총무원장은 동국대 병설로 각종 학교인 승가학교 설립 인가를 신청했으나 또다시 반려되었다. ‘85년 2월 9일 오녹원 총무원장 역시 경주시 용강동의 4년제 정규승가대학설립 계획 승인 신청서를 문교부에 제출했으나 ‘재단설립에 있어서의 서류 미비‘ 로 반려되었고, 같은 해 9월 보완된 설립 계획서를 다시 신청했으나 다음해 3월 또다시 반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성철 종정스님의 뜻을 받들어 6월 28일 거듭 신청을 했으며, ‘87년 9월 문교부는 “정규대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승인하지 않고 각종학교로 인가할 예정이니 각종학교 설립 계획 승인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 왔다. 이에 따라 종단은 ‘88년 2월 개운사를 ‘중앙승가학교‘로 하는 각종학교 설립 계획 승인신청을 했으나, 정부는 이 신청서마저도 수도권정비계획법 ‘이전촉구권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3월 반려시켰다.
이렇듯 12년 동안에 다섯번에 걸쳐 승인 신청과 반려를 거듭해 온 승가대 인가문제는, ‘88년 하반기에 오공 비리 청산 요구가 전 국민 사이에서 들끓어 오름과 함께 10․27 법난 문제가 불교계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로 확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비로소 해결되었다. 12월 30일 강영훈 국무총리의 공식 사과와 함께 승가대 인준, 방송국 허가들을 보상 차원에서 취함으로써 10․27 법난 문제를 마무리하는 쪽으로 종단 대표와 당국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89년 2월 22일 ‘승가대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추진위는 3월 25일 ‘학교설립계획 신청서‘를 문교부에 제출하여 이번에 법인인가를 받게 되었다.
‘중앙승가학교‘는 오는 11월 안에 ‘학교설립허가신청서‘를 제출하고 불교학과와 사회복지학과의 정원을 현행 30명에서 각각 60명씩으로 증원하여 다음 해에 개교하기 위해 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승가 교육의 현황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84년 5월 30일에 발간한「종단현황자료집」에 의하면, 종단 소속 교육기관은 정규대학 2개(중앙승가대학포함), 선원 58개(총림 4개, 비구선원 4개, 비구니선원 26개), 강원(승가대학) 18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이들 교육기관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불타의 가르침 속에서 살려고 입산한 초발시자를 우리는 행자라고 부른다. 이들 출가희망자는 각 사원에서 1년쯤 후원생활을 거친 뒤, 한곳에 모여 일주일 동안 습의 교육을 받고 나서 사미 또는 사미니 수계를 받는다. 초발심 구도의 첫 관문인 이 중요한 시기에 대부분의 행자는 후원에서 밥짓는 일이나 청소, 심부름 같은 잡일에 사역하며 예불 의식과 상식적인 간단한 교리 정도를 배우는 것이 고작이다. 이 같은, 자의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행자 생활을 거쳐 수계식을 치르면 사미 또는 사미니가 되어 곧바로 ‘스님‘으로 호칭된다.
수계 후 스님들은 저마다의 여건과 능력, 취향에 따라 강원(승가대학)과 선원에서 공부하거나 사원의 행정요원으로 들어가며 극소수가 대입학력고사를 거쳐 동국대학교, 일반 대학교, 중앙승가대학 들에 진학하게 된다.
승가대학(강원 또는 승가대학)은 학습의 내용 및 방법에서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사원의 교육기관으로서, 지금과 비슷한 교과 과정과 체계를 갖춘 것은 조선조 후기로 추정된다. 그때만 해도 수업 연한이 10년에서 l1년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제가 4년으로 바뀌고, 교과목도 외국어와 심리학 따위를 보강하였다.
한국불교에서 주종을 이루는 선은 최근에 선교일치, 사교입션(捨敎入禪)의 본뜻을 저버리고 원래 강원을 거친
뒤라야 입실이 허용되던 규율도 무너져 승려가 되자마자 선원에 들어가는 예가 허다해졌다. 그리고 선원에서는 간화선 일변도가 되면서 3개월 단위의 해제, 결제의 형식만 있을 뿐 교육의 형태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각자가 알아서 수행하고 한소식 얻으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이 선사가 개별적으로 제자를 지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교에 대한 공통 분모를 확인하지 못한 채 제각기 이해하고 실천하는 오늘의 현실은 불교 자체가 힘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찍부터 일반 대학의 현대적인 교육 내용을 과감히 도입한 중앙승가대학은 초창기에는 강원을 졸업한 스님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사미(니)계를 받고 곧바로 오는 승려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모두 25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중앙승가대학은 각종학교로 인가됨과 더불어 그 발전이 주목된다.
동국대학교는 일제하에서 민족의 종교인 불교의 진흥을 꾀하고자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힘을 모아 세운 근대적 교육기간이었던 명진학교가 그 전신이다. 불교계에서 유일한 종립 종합대학교인 동국대학교는 불교대학안에 선학과, 불교학과, 불교미술학과, 인도철학과의 4개학과가 있다. 그러나 출가하고 몇 년이 지난 상태에서 고교과정을 다시 공부하여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므로 승려들에게는 동국대에 들어간다는 것이 부담이 큰 탓에, 선학과를 제외하면 승려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강원(승가대학) 또는 중앙승가대학은 승니의 기본 교육과정으로서 이수하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한 사미(니)만이 비구(니) 계를 받을 수 있으며, 법계5급〔 淨德〕을 품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승려들이 강원을 무시하고 곧바로 선방으로 가고 있으며, 종단은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에서 지적한 교육 기관 외에 염불원, 율원, 연수원 따위가 있으나 대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교육의 목적과 제도
이상에서 불교계의 각종학교 인가과정 및 불교 교육기관의 현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승려가 왜
교육을 받아야하며, 어떤 내용을 공부해야 하며, 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우리 불교계는 문교부가 인정하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구도의 세계로 몰입하기 위해 속세를 떠났는데, 다시 속세의 제도가 인정하는 학교를 위해 치욕스러운 10․27법난까지 유야무야로 넘기면서까지 왜 그렇듯 애를 썼을까?
일반적으로 교육은 ‘사람을 사람되게 하는 작용‘ 이라고 한다. 교육의 목적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변천해 왔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는 용감한 군인 양성을 통한 국가 발전이었고, 근세 서양에서는 베이컨의 말처럼 지식 획득이었으며,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선비의 양성이었다. 그러면 불교의 교육 목적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자아 완성과 불국토(복지사회) 건설을 위해서 자신과 모든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시대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는 시각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 목적이다.
지금 한국 승려의 대부분은 자기 정진만을 하기에도 바쁜 실정이어서 중생을 제도하고 불국토를 건설한다는 것은 불경에나 있는 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교육 목적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제도만 마련되어서도 안 되며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밭갈이가 필요한 것이다.
어찌하였든 불교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 후진을 체계있게 조직적으로 양성해야 함은 절대절명의 과제이
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 많이 거론되고 있듯이, 우선 행자교육이 알차고 책임있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 뒤에는 중앙승가학교(현 중앙승가대학) 또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졸업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의무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스님‘으로 불릴 수 있고 또 선원 입실 및 강원 입학의 자격을 얻는 체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또 현재의 강원들을 과감히 통폐합하여 몇 개의 전문강원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온갖 탄압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참교육 실현‘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노력을 보면서, 중앙승가대학의 각종학교 인가를 계기로, 비상한 각오와 결의로써 우리 승가교육이 가야 할 길을 가다듬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