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음신으로 떠도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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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성전
1995년 10월 164호
역사는 언제나 미결의 역사 사건에 대하여 해결을 요구한다. 그 해결의 터 위에서 역사 발전의 법칙은 이루어진다.
만일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된다면 역사는 올바른 발전의 방향을 잃고 중음신이 되어 역사의 바다위를 떠돌게 될 것이며, 사람들의 삶에서 정의가 사라지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향한 주향성 또한 실하는 혼돈을 겪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때 해방 이후 우리의 역사는 중음신의 역사다. 부일 세력의 단죄를 위한 반민특위의 좌절이 그렇고, 이승만 정권을 타파한4.19 민주화 열기가 5.16 군부세력에 의해 냉각된 것이 그렇다.
좌절과 왜곡으로 점철된 역사. 반민특위의 좌절로 부일 세력은 한민당을 중심으로 버젓이 이 땅의 정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고, 4.19 민주화의 꽃봉오리를 잘라버린 5.16 군사세력은 이 땅에 군부정치의 문을 열고야 말았다.
우리의 역사는 퇴행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5.16 군사 정권의 뒤를 이어 전두환 군사 정권이라는 사생아를 낳았다. 그 정권의 태동기에 겪은 무서운 역사의 홍역, 모두들 공포에 절어 역사의 열병을 앓던 그 시대에, 분연히 일어선 5.18광주민주항쟁이 있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치던 성스러운 절규, 그러나 전두환 군부는 그 민중을 향하여 거침없이 총부리를 들이댔다. 절규와 규환, 역사는 그 때의 절규를 지우지 못하고 우리에게 해결해야 숙제로 던지고 있다. 얼마전 검찰은5.18 주범의 문제를 기각했다. 12.12 반란의 주동들에게 성공한 군사반란에 대해서는 처벌 할수없다는 면죄부를 주었던 검찰은 5.18에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힘이 정의라는 왜곡된 우리 역사의 답습이었다. 현정권을 대리한 검찰의 독단 앞에서 우리 모두는 허탈했다.
검찰의 결정은 그러했으나,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중음신의 역사를 천도하려는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의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이 그 하나이다. 이 땅의 지성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의 양심으로서 역사의 왜곡을 좌시할 수 없는 그들은 의롭다. 그들은 말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말고 그 역사적 심판을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그들의 특별법 제정 요구는 타당하다.
일반사건과 같이 역시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적용함은 법 이전의 상식의 범주에서도 타당하지 못하다. 그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문구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의 근본 정신에 의거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를 살아온 우리의 요구이다. 우리는 해방뒤 부일 협력 세력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하여 우리가 치룬 대가는 너무나 컸다. 해방 오십 년이 되도록 우리는 그 후유증에 끄달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지난 날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천도길 환히 여는 올바른 역사 의식을 끝없이 관철시키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5.18특별법은 제정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중음신으로 떠도는 역사를 천도하는 길이고, 역사를 사는 우리들의 떳떳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