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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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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강대자행 1986년 10월 56호
최근 신문에 보도된 끔찍한 범죄사건들을 보면 매우 질서정연한 상하조직을 가지고 있는데놀라게 된다. 맨 아래 하수인 위에 중간 하수인이 있고 그위에 또 상급자가 있고 층층충 올라가 맨 위에 하나의 보스가 자리잡고 있다.
보스를 조종하는 진짜보스는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잘 들어나지 않음이 상례지만 들어난 범위만 가지고 보아도 어떤 피라밋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도대체 그러한 범죄집단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은 어떤 종류의 능력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는 일도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어떤 능력이 그와 같은 무지막지한 거한들을 말 한마디로 뛰게 하고 공갈을 치게 하고 심지어 사람을 마구 난도질 할 수 있게까지 만드는 것일까? 상상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범죄 집단인 마피아조직 같은 경우를 보아도 범죄집단의 보스쯤 되려면 천재적인 자질을 타고나야 하는것 같다. 한 범죄의 성공 여부는 보스의 기민성과 상상력‘ 추진력, 거사 후의 공평한 평가능력, 졸개들의 신임을 유지하는 인간적 매력등, 매우 다양하면서도 고도의 정신력이 요구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선 고도의 순수성을 요한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범죄심리에 대한 자책이나 가책등 반대적인 사고경향이 전혀 없는 순수성이 그런 의미에서 범죄의 세계에선 극히 순수한 범죄의 천재가 출현하기를 항상 고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분」을 위해서라면 어떤 극악무도한 짓이라도 해도 좋을 분, 「그 분」만 따르면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저지른 사건에 대해 공평한 분배를 기대해도 되는 신뢰할 수 있는 분, 그런 분의 출현을 기다리다가 마침 능력자가 나타나면 그를 중심으로 단단한 조직을 이루며 뭉치는 게 아닌가 싶다.
불법의 가르침 속에선 언제나 깨끗함과 더러움을 한 마음 속에 있는 것으로 보고 더러움도 어떤 계기에 방향을 돌리면 곧 깨끗함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말씀이 있는데 범죄조직에 관한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그 가르침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요늘도 길거리에 나가면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본다. 이 좁은 공간에 4천만이 모여 살다니, 생각해 보면 가위가 눌린다. 뭐 좀 좋은 방향의 일을 해봐야지 하다가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세속적인 면에서 이득과 성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곧 좌절을 느끼고 만다. 모두들 눈요기, 입요기, 몸요기 하는데 골몰하여 나 한 사람쯤의 의인(?)
이 뭐라고 외쳐대 봤자 들릴 것 같지도 않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용기를 잃곤 한다. 이렇게 낙심하는 마음들이 은근히 자신도 모르게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어떤 「그 분」의 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어
떤 분, 재산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고 감옥살이를 해도 겁나지 않을 어떤 분, 나를 바르게 평가해 줄 분, 내가 아무리 신뢰해도 결코 배신감을 갖게 하지 않을 어떤 분, 그분만 나타난다면 나는 반드시 그를 따르겠다라고 생각하는 하나하나의 절망적 개인들이 모여 몇 천만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 천만명이라는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매우 고독하고 매우 절망적인 하나의 인간이지 그게 어디 몇 천만인가?
느낌이 다 비슷하다면 하나의 느낌이요 하나의 갈망이다. 그 갈망에 범죄의 불을 붙이면 범죄가 타오르고 애국의 불을 붙이면 애국심이 타오른다. 스포츠의 불을 붙이니까 금메달이 쏟아져 나오듯이. 애국도 좋고 운동경기도 다 좋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스포츠만 가지고 그 절망의 심연을 채울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드시 채울 수 없게 되어 있다. 부처님의 말씀이기도 하고 생각 좀 해보는 이들이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자명한 진리이다.
이 크나큰 한 마음에 진정한 광명을 불붙여 줄 그 분은 어디 계신가? 도대체 뭘하고 계신가? 한 마음이니 한 분이면 족하다. 우리가 한 생애를 마치기 전에 그런 스승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