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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게임을 관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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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선혜 1986년 10월 56호
연일 함성으로 전국토가 메워졌다. 제10회 아시안 게임은 한국의 기량을 빛내기 위하여 개최된 것처럼 보였다.
기대 밖으로 각종 경기에서 금빛나는 노오란 메달 경쟁에서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던 것이 1위를 다투게 되어 1억 5천만의 일본인은 물론, 9억인의 거국 중국을 경악케 하였으니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었으며 세계 속에 작은 보석으로 피어오르는 쾌거였다.
늘상 느끼는 감회이지만 우리 민족의 힘만으로 결정(結品)되어 세계 만방에 무언가가 알려질 때면, 앞서가는 부분이 돋아날때면, 외세의 간섭으로 시달려왔던 우리 강토가 환한 환희로 피어나 가슴 깊숙이 뿌리내린 우수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고는 북녁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이미 온몸에 쩔어버린 고뇌에 찬 긴 한숨을 그 뿌듯한 환희의 무게만큼 토(吐)하게 한다.
분단 40여년의 긴 세월이 지났지만 남과 북에서 길(吉), 흉(凶)사(事)의 큰일이‘닥칠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아쉬워하며 가로막힌 철망과 녹슨 철길 위에 긴 탄식과 씁씁한 입맛을 지어 놓게 했다. 그리고 남과 북의 38선을 그은 미소 양국에 대해 분해하는 마음을 대화합의 장을 포기하고 외세의 조작대로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야망으로 세운 단독정부를 수립한 위정자들을 미워하고 질타하는 마음을 내게 했다. 그리고 또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읽게 했다.

이땅에 민주주의가 탄생된 해방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의 이상론과 현실론의 불협 화음으로 진퇴(進退)를 거듭하며 부대껴 왔다. 그 부대낌은 4.19혁명, 유신정권반대 등의 소용돌이 속에 대부분의 젊은 청춘들이 그 제물로 희생되어 왔다.
아직 대학가의 젊은 학도들은 사회의 오염을 읽기보다는 미래 사회의 꿈을 키워야 제격인데, 데모의 아우성 소리에 섞이고 최루탄 까스에 밀리고 쫓긴다. 위정자는 학생들이 제 본분을 잃었다고 꾸짖고 학생들은 위정자가 처해야할 직분을 잃었다고 정책을 힐난하니 이 일은 누구를 꾸짖고 힐난해야 할 일인가 ! 이미 정도를 지나쳐 만성 염증과 같이 되어버렸다.
이 일이 마치 만성 종기와 같다면 근본적으로 치료하기를 꺼리어 적당히 반창고나 붙여서 은폐하여 두는 치료 방법을 현명하다고 하겠는가!
위정자는 민중의 섭리와 질서를 알아야 할 것이다. 당나라 태종의 말과 같이 ‘백성을 다스리는 치세(治世)는 백성을 사해(四海)의 바다와 같고 군왕은 바다위에 떠있는 배와 같아서 군왕이 바다의 순리를 져버리면 배는 침몰한다’ 고 하는 순리를….
또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하며 알아야 할 것이다.
민주정치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그 정치를 관리하고 집행할 위정자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이 위정자를 낳은 것이므로 위정자의 어머니가 되며 아들을 잘못 가르쳐서 과오를 범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겠는가? 잘 살피지 못하고 잘 가르치지 못한 과보를 오천만 우리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
이다. 무사안일의 타성에 젖은 번뇌를 벗기지 못한 혹독한 과보의 쓰디 쓴맛을 맛봐야 하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준마와 같은 훌륭한 기량과 무한한 소질을 발현(發顧)할 수 있는 기틀을 보았다.
세계속에 한국을 동방의 횃불 진주알로 키워낼 근성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