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빛조각의 점잖은 말씀에 뜨락은 엄숙할이 만큼 조용해졌읍니다. 산들바람도 잠시 몸짓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옵니다.
석류나무 둥치를 비추고 있던 빛조각의 말씀이 옳을 것 같았습니다. 땅 빛조각은 가슴이 찌잉 울려오는 듯 했읍니다.
그러나, 잎새 빛조각들만은 그렇지 않았옵니다.
“피이, 말도 안되는 소리야. 우린 이렇게 따로 따로의 빛조각들인데 어째서 같은 빛뿌리란 말이야?”
“그건 괜히 하는 소리라구”
“어째서 우리가 저 쓸모 없는 땅 빛조각이랑 한 형제란 말야”
잎새 빛조각들은 석류 빛조각이 들리지 않는 자리에서 이렇게 수군거렸읍니다.
잠시 멎었던 산들바람이 다시 불어 오자, 잎새 빛조각들은 또 신명이 난 듯 까불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최고라고…. 우리가 잎새를 키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석류가 열릴 수 있었겠니 ?”
“맞아, 맞아”
“사실은 석류 빛조각도 우리들이 부러워서 그러는지도 몰라”
땅 빛조각은 이러한 잎새들의 얘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따금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였읍니다.
“우리는 다 한빛 형제들이야. 우리는 모두 같은 빛뿌리란다”
땅 빛조각은 지금까지 어둠 쪽으로 비춰 나가기만 하던 것을 자기 안쪽으로 되비추어 보았읍니다 . 땅 빛조각은 순간 놀라운 사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땅바닥에 깔려 있는 작은 빛조각인 줄로만 알았던 자기가 길게 빛줄기로 이어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 땅 빛조각은 너무 놀라와서 얼른 제자리로 빛을 돌리고 말았읍니다. 얼마 후,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땅 빛조각은 자기의 빛줄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갔읍니다. 저만큼 방 안에는 번쩍이는 빛뿌리가 얼핏 보이기도 했습니다. 땅 빛조각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빛줄기를 타고 좁다란 문지방 틈새로 들어가 방안에 이르렀습니다.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땅 빛조각은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읍니다.
얼마 후, 깨어났을 때는 이미 땅 빛조각이 아닌 커다란 빛뿌리였읍니다. 어디에도 조그만 빛표각의 자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꿈만 같습니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이었읍니다. 자기도 다른 빛조각도 없고, 방 안 가득 커다란 한빛으로 채워져 흘러 넘치고 있었읍니다.
아, 저만큼 잎새 빛조각들이랑 석류 빛조각이랑 땅바닥을 비추고 있는 제 빛조각까지 이렇게 딴빛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었읍니다. 사실은 빛조각들이 아니 한빛덩이였읍니다. 그러니까 그 모두를 통털어서 하나의 「나」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 ! 놀라와라. 신비해라. 거룩하여라. 둥근 빛 한뿌리에서 그 모두가 나퉈졌고, 나퉈진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로 모아져도 그 모습은 항상하여 변함이 없는, 나 이제 그 뿌리로 돌아왔으니 온갖 시름 모든 걱정 다 놓았어라”
이렇게 옳고 나서 석류 빛조각의 은혜를 생각하자, 그 은혜의 빛 속에서 이런 말씀이 들려 왔읍니다.
“장하다 너는 이제 한빛의 뿌리
한빛의 빛뿌리로 빛을 뿌리며,
모두를 보살피어 키워 나가리.
모두를 빛뿌리로 키워 나가리.
너는 지금 빛뿌리로 돌아갔지만
가서 보면 본래의 너의 그 자리.
거기서 빛나라로 다시 온대도
와서 보면 오고 감이 본래 한자리”
빛뿌리가 된 땅 빛조각은 조용히 다른 빛조각들의 곁으로 돌아왔읍니다. 옛 그대로 조그만 땅 빛조각으로서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것입니다. 빛조각들의 이름이 다할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