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參禪)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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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2호 - 지오
1983년 03월 13호
법계 (法界)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가르치신 부처님의 말씀은 생명의 근원적인 차원에서 일체의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푸는 데에는 우리의 육근(六根)으로 알 수 있는 물질계의 모든 현상을 벗어나 마음이 오로지 순일한 경지 (境地)이어야만 한다.
여기에서는 법계 (法界)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진실한 개체로써의 체성 (體性)을 탐구하려는 구도자의 끝없는 몸부림이 나타나게 되므로 이러한 마음가짐이 분명히 설정된 사람은 자기가 나아갈 바에 대하여 구법망신(救法亡身)의 사상적인 체계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수행자는 반석같은 스스로의 마음다짐이 있어야 한다. 그에 대한 것을 중국 송(宋)나라의 종색(宗瞔)선사의 말씀 가운데서 간추려 보면
첫째, 선(禪)을 참구(參究)하는 사람은 삼계 (三界)의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불보살의 대자대비한 마음을 가지고 일체중생들의 명을 대신하여 내가 않는다는 유마거사(維摩居士)의 말씀처럼 자기의 본래 마음인 영겁불멸(永劫不滅)의 심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비심을 일으켜야 된다.
둘째, 선(揮)을 닦는 사람은 일체중생들을 모두 열반의 세계로 건너게 하겠다는 제불보살(諸佛菩薩)의 큰 서원을 자신들의 서원으로 삼아 수행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직 구제되지 못했더라도 이웃부터 먼저 구제하겠다(自未得度先度他)라는 말씀처럼 삼매(三味)를 정미로이 닦아 중생을 제도하고자 맹세할 것이요 자기 한 몸만을 위해 해탈을 구해서는 안 된다.
셋째, 선(禪)을 참구할 때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모두 다 놓아 버리고 심신을 한결같이 하여 화두(話頭)가 언제나 끊이지 않게 하여야 한다.
처음으로 선(禪)을 참구하는 사람은 주위의 모든 경계에 이끌려 마음의 요동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고요하고 한적한 곳을 택해야 하는 것이 정진하는데 손실보다는 이익이 많다. 그러나 열심으로 화두만을 가지고 정진하여 어느 정도 힘을 얻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고요하고 한적한 곳만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이 정처 (靜處)를 얻었기 때문에 경계에 대한 능동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힘의 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편으로는 대중처소(大衆處所)를 무시하고 자신의 평안만을 위하여 깊고 조용한 곳을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혼자서 정진하는 것보다는 대중이 모여 있는 곳이 정진하기에는 더 좋다고 많은 선덕(禪德)들은 말씀하고 계신다.
정진하는 곳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공부하는 이들에게 지장을 초래할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선가에서는 화두(話頭)를 참구(參究)할 때에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은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출입 등의 조그만 일에서부터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선원에서는 외부인사의 출입이나 기거함을 허락치 않고 있으며 선객(禪客)들에게는 고요함만이 유일한 환경적인 도반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많은 대중이 한곳에 모여 정진하는 곳에서 공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힘을 얻게 되고 공부하는 도중에도 마구니의 장애가 적게 발생한다. 그것은 정진하는 대중의 정진력 (精進力)이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일체의 장애가 발동하지 못하고 대중스님들의 정진력에 감응(感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심(信心)에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조그만 경지를 보았더라도 그에 만족하지 말고 정진에 힘을 기우려야 하고 또 조그마한 정진의 힘이 있다고 해서 혼자의 적정처(寂靜處)를 마련하여 기거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다. 조금 정진의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대중속에서 함께 정진하는 것이 무엇을 보던지 유리하다. 마음의 대자비(大慧悲)와 대원력(大願力) 그리고 좋은 환경 속에서 정진한다고 하더라도 참 선지식(善知識)을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는 것만 못하니 선지식 참방(參訪)이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제일의 과제이고 제일의 성취라고 말할 수 있으며 반드시 고요하고 한적한 경치와 산수(山水)의 절경 (絶景) 만을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참선할 때의 식사, 수면, 호흡법 등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한다. 〈스님님 해인사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