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바다, 작은 바다라서 인지 물결도 작기만 하다. 차라리 호수라고 부름이 훨씬 아름다울 것 같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올 때면 소금내음도 함께 몰려와 코끝을 상쾌하게 만든다. 요양소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이 작은 합포만은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구가 되어주곤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면 물결도 따라 노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오늘과 같이 바람이 없을 때는 물결도 또한 잔잔해져 청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이 작은 합포만은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 그 가슴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 이곳은 정원이 무척이나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4월초가 되면 간호원 기숙사 옆에 있는 산목련나무에서는 향기롭고 새하얀 목련이 만발하여 환자들과 간호원, 의사, 병원 직원들의 훌륭한 사진모델이 되어주기도 한다. 또 이곳은 넝쿨나무가 유난히도 많다.
넝쿨나무 밑에는 “1l호 다방”이 있다. 11호 다방은 세멘과 블록으로 1l자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무척 많다. 일반 다방에서 팔고 있는 커피나 우유 등은 없지만 무더운 여름이면 구내 매점에서 과일과 과자 등을 사다가 이곳에서 나누어 먹곤 한다. 그리고, 넝쿨나무 잎사귀를 따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잎사귀를 따서 하나하나 끝까지 내버리는, 우리들이 소풍시절에 놀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놀다 가시곤 한다. 또 일반 다방이나 극장입구에 붙어 있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필요없기에 나이 어린 꼬마들도 찾아와 공기놀이 등을 하고 놀기도 한다. 그래서 l1호 다방은 비록 주인은 없지만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게 아름답고 멋있는 생활도 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바로 느낄 수 없으리만큼 지쳐있고 괴로워 하고 있다. 어찌하여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끼지를 못하고 괴로워 하고 있는가? 그것은 어느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같은 병으로 입원하여 있으니까 부담감과 흉될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은 이곳까지 오기전의 생활은 모두 같은 말들을 한다.
얼마 전에 퇴원한 불심 (佛心)이 깊었던 여자환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7개월간 영상 생활을 하면서 한번밖에 집에를 다녀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작정 집이 싫다는 것이었다.
아빠, 엄마도 싫고 형제도, 자기 자신도 싫다고 하면서 퇴원하면 집에로 가지 않겠다면서 (필자에게)조용한 사찰을 하나 소개하여 달라고 했다. 결국에는 2개월간이나마 바다가 바라보이는 노스님이 계시는 조그마한 암자에 머물다가 지금은 가정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 여자환자의 경우 가정도 좋고 학벌도 서울의 모 여대에 재학중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슬프게 한 것은, 발명한 뒤에 보여준 주위 사람들과 가족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핵이 감기보다도 가벼운 병이라고 이야기들은 하면서 막상 기침을 심하게 한다든지 증세가 악화되어 각혈을 할 때에는 모두들 두려워 하면서 가족까지도 피해버리더라고 필자에게 하소연하던 불심이 깊었던 여자환자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환자가 그런 말을 할때 나는 부처님의 마음과 같은 말씀을 상기했다.
“금마차를 타고 금채찍을 만질 때에는 없던 친구도 생기지만 하루 아침에 몰락하여 금마차와 금채찍을 잃어버리니 있던 친구도 모두 달아나 버리더라.” 고 하는.
그러나, 이곳에서는 환자라고 해서 두려워 하지않고 피하지 않는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동료가 있을 경우 간호과에 달려가 약을 타다 주고, 각혈을 하는 동료는 옆에서 등을 두드려 주면서 무서워 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해준다. 또 링-겔을 맞는 환자가 있으면 병을 들고 화장실까지도 따라간다. 호흡이 가빠 세수를 못하는 환자가 있으면 증세가 가벼운 사람은 세숫대야를 들고 우물까지 달려가 물을 길어와 세수를 시켜 주기도 한다. 언제 가슴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동료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자기의 괴로워 하던 때를 생각하여 이렇게도 우정을 나누면서 인간적인 정을 메마르게 하지 않고 있는데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조그마한 두려움에 몸을 피해서야 되겠는가 가슴아픈 사람들은 비록 육신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마음의 영역까지는 병들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여 ! 결핵균은 자리를 피하고 환자와 접하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마음으로 스며드는 결핵균은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우리 불자들은 피하지 말고 두려워 하지 말자. 친구가 괴로워 할 때 자신의 괴로움과 같이 생각하면서 위로해 주자. 차라리 내 몸이 아플지언정 다른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라고 발원하자. 그러한 정이 메마르지 않을 때 우리는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으로 불국토를 이룰 수 있으리라.
(스님, 마산국립결핵요양원內 관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