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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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3년 02월 12호
아름다운 사람은 눈 귀 코 입 만이 반듯하게 생긴 것이 아니라 그의 심성 또한 건강하고 말게 빛나야 한다. 거칠고 메마른 마음을 소요한 자라면 그가 아무리 잘 생긴 얼굴을 갖고 있어도 마치 생명없는 종이 꽃을 바라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허나 우리는 늘 속보다는 겉을 보기에 길들여져 왔다. 한 송이 꽃이 있으면 우리는 그 꽃을 황홀하게 바라볼 수고로움을 미루어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아름다운 얼굴이나 활짝 핀 꽃 한 송이는 남들의 찬사를 들어서 마땅하고 또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져야 한다. 감추어진 심성이나 말없는 대지는 그 값을 인정 받아야 하고 비옥하게 길러져야 한다.
선행, 교화, 구빈, 자선 그 밖의 많은 사회 활동이 종교의 꽃이요 얼굴이라고 한다면 깊은 산사나 수도원에서 말없이 묵상하고 기도하며 명상하고 정진하는 수행은 종교의 마음이요 대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성직자들은 대지를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며 거친 마음을 다스려 주는 위대한 모성인 것이다.
오늘날의 종교적 상황은 얼굴은 점점 예뻐져 가고 꽃은 더욱 탐스러워 지지만 내면의 뜰은 황폐해져 가고 그 넓은 대지는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나무 그늘에서 얘기를 들려 주는 선생님의 고마움은 알아도 그늘을 드리워 주는 나무의 청정함은 모르는 인상을 준다.
이제 성직자들은 고독하고 힘든 고행의 길을 택하기 보다는 명성과 빠른 보람이 함께하는 길을 택하며, 우리들은 우리의 가까이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종교인에게만 주의와 박수를 보낸다.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만들며 절이나 교회를 짓는 일은 여전히 힘써 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많은 일들이 조교적 진리에 의해서 밑받침되고 이룩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토대를 다지고 넓히는 일에 보다 많은 성직자가 눈을 돌려야 하며 우리는 그들을 주목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토마스머튼의 말처럼 참으로 신비스럽고 내면적인 면이 갖추어지지 않은 모든 사도적 활동은 공허하고 무결실한 것이 되기 쉬운 것이다.
대지에 깊게 뿌리를 내린 꽃이 더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훌륭한 종교는 너른 심성과 건강한 얼굴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