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苦)에 대해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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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논단 - 아용
1983년 02월 12호
3. 「고」에 대한 불교적 관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의 문제는 불교의 근본문제이며 중심사상이다. 석가는 「나는 두 가지 만을, 고와 고에서의 해탈만을 가르친다*」고했다. 법구경구에도 「불(佛), 법(法), 승(僧)에 귀의하는 자, 바른 지혜로 사성제(四聖諦)를 보리니 곧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팔정도(八正道)를 보리라」고 하였다.
불교의 교리는 이 사성제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가는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생사초월(生死超越)의 대열반(大涅槃)을 얻었으며, 이를 설법했던 것이다. 베나레스에서의 석가 최초의 설법도 바로 이 「고」를 중심으로 한 사성제의 교리였다.
고제(苦諦)는 곧 이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바탕은 모두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좀더 교리적으로 살펴보면 3고(三苦)와 8고(八苦)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3고란 고고(苦苦) 괴고(壞苦) 행고(行苦)를 말한다. 첫째 고고는 주로 신체적 생리적 욕구를 만족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괴로움을 말하는데 배고픔, 질병, 추위, 등의 고통을 말한다. 둘째, 괴고는 자기 마음에 애착을 느끼던 것이 파괴되고 쇠망할 때 느껴지는 정신적인 괴로움을 말한다. 셋째, 행고는 인간의 삶 가운데 쾌락과 행복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생사윤회를 벗어나 영원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범부에게는 현상세계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8고는 생 ·노·명 ·사(生老病死)의 4고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想慣會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 그리고 오음(五陰; 色愛想行識으로 우리의 심신을 이루는 다섯가지 요소로 五蘊이라고도함)이 치성하여 일어나는 고통(五陰盛苦)의 네 가지를 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고의 종류는 물론 세상의 모든 고통을 포괄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특히 인지가 발달하고 삶의 양식이 매우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조직제도 이념 등에서 생기는 고통도 매우 중요한 면으로 취급되어져야 할 줄로 안다.
그러면 이러한 고통은 무엇 때문에 오는 것인가? 그것에 대한 해달이 바로 집제(集諦)이다. 감각의 쾌락을 동반하고 여기저기서 만족을 찾으며 유(有)를 되풀이하는 욕구를 「집」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세나 후세에 사욕(邪慾)을 만족시켜 보려는 욕구가 바로 「집」이니 「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와 고의 원인을 알아, 고의 원인이 되는 사욕(邪慾)을 종식시켜 괴로움이 영원히 사라진 상태를 멸(滅)이라고 하며, 여기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 것이 바로 도제(道諦)이다. 이 도제는 구체적으로 팔정도(八正道)라 하며 여덟 가지로 그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불교에서는 우주관과 인생관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삼법인(三法印) 혹은 사법인(四法印)을 설한다.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 이 세가지이며, 여기에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더하여 사법인이라고 한다.
제행무상이란 일체만물의 생성과 전화(轉化)를 의마하는 것인데, 물질이나 정신이나 모든 것이 항상 끊임없이 변한다. 영원불변하는 것은 오직 법(法; Dharma)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항상하는 존재인 것처럼 알고 있으므로 이 그릇된 견해를 없애기 위해 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상(無常)하기 때문에 일체가 모두 「고」라는 것이 성립된다.
흔히 불교에서 「일체개고」라니까 불교는 부정의 종교요 침체의 종교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결코 절대부정이 아니라 절대긍정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부정인 것이다. 예를 들면 흑(黑)이 있으므로 백(白)이 더욱 명확하며, 백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법무아란 만유의 모든 존재 속에는 고정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자아가 없는데, 사람들은 아(我)에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를 일으키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무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 역시 존재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가르침인 것이다.
열반적정이란, 이렇게 전변무아(轉變無我)하여 고통스럽고 유한한 삶의 형태를 벗어난 이상적 상태를 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