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바른 이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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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2호 - 지오
1983년 02월 12호
O 좌선(坐禪)할 때의 몸가짐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참선의 길은 꼭 앉아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떤 상태에서도 화두(話頭)의 순일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구태여 어느 한 가지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앉아서 참선하는 것(坐禪法)이 초학자들의 입장에서 가장 무난하고 용이하며, 여타의 방법을 취할 수 있는 기초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 방법을 택해 왔고, 또 권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고요히 앉아서 공부해도 잘 되지 않는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참선의 가장 기초적인 자세요 필수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는 좌선 법에 대해, 그 몸가짐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설명하겠다.
일단 이렇게 좌선의 길에 들어섰어도 무조건 화두 하나 가지고 앉으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거나, 받아들이는 측에서도 화두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덤벼드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연유로 해서 선지식(善知議 :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일러주고 이끌어 주는 이)을 찾아 다니면서 화두를 참구(參究)하는 사람은 많으나 성취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밖에도 몸에 여러가지 병을 얻어 고생을 하거나, 참선을 꼭 해야겠다는 용맹심(勇猛心)을 가지지 못하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도중에 주저앉는 일이 바른 몸가짐을 무시하고 기초가 잘 닦이지 않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좌선을 하려는 사람들은 좌법(坐法)을 충분히 몸에 익힌 다음,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하리라고 믿는다.
좌선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정립된 것은 중국에서 최초로 총림(叢林; 많은 승려가 함께 모여 수도하는 종합수도장)을 설치하여 선풍(禪風)을 진작한 백장(百丈; 720~8l4)스님 때이다. 현재 우리나라 각 선원에서도 백장스님의 저술인 백장청규(百丈淸規) 외에 여러 청규 및 자각 종색(慈覺宗賾 ; 연대미상,宋代)선사의 좌선의(坐禪儀) 등에 의거해 좌선법을 지도하며 익히고 있다. 그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좌선을 하고자 할 때는 되도록이면 조용한 곳을 찾아서 땅이나 바닥의 냉기 또는 열기가 직접 둔부에 스며들지 않도록 방석이나 판자를 편 다음, 옷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허리띠를 느슨하게 매고, 몸과 호흡을 부드럽게 한 뒤에 자리에 앉는다.
다리 모양은 결가부좌(結跏趺坐)와 반가부좌(半跏趺坐)의 두 가지가 있다. 결가부좌는 먼저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발등이 닿도록 올려 놓고,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발등이 닿도록 올려 놓는 자세이다. 이런 상태로 정진(精進)을 하다가 발이 저리거나 아프면,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살며시 두 발을 바꾸어 앉으면 된다.
반가부좌는 오른발을 왼쪽 장딴지 아랫 부분에 발바닥이 닿도록 놓고, 왼발을 오른쪽 장딴지 윗부분에 가볍게 누르듯이 올려 놓으면 양쪽다리가 가지런히 겹쳐진다.
이것이 반가부좌의 자세로, 발이 저리거나 아프면 결가부좌 때와 마찬가지로 두 발을 바꾸어 앉으면 된다.
손 모양은 법계정인(法界定印) 또는 금강권(金剛拳)의 자세를 취하면 된다. 법계정인은 오른손을 포개어진 두발 위에서 단전(丹田) 부위로 당겨 손바닥 위로 향하게 놓고, 왼손 등을 오른손바닥에 겹쳐 놓은 뒤, 양손의 엄지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어 버티게해서 둥근 원이 생기게 하는 모양이다.
금강권은 손바닥을 완전히 펴서 엄지 손가락을 무명지(약지)의 아랫 마디에 대고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다음, 오른손은 오른 무릎에, 왼손은 왼 무릎에 지긋이 내려 놓는 자세이다.
이상과 같은 자세가 갖추어지면 앉은 그대로 서서히 허리를 펴서 전후좌우로 부드럽게 흔들어서 몸을 풀어준다.
그런 다음 몸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바르고 안정하게 세워 전후좌우 어느 곳으로도 기울지 않게 한다. 이 때 허리와 머리 목 그리고 모든 골절들이 서로 버티어서, 움직이지 않는 부도(浮屠;스님에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석조물)처럼 곧게 해야하며, 어깨에 힘을 주지 말고 턱은 가볍게 목쪽으로 당겨 위로 들리지 않도록 한다.
눈은 반쯤 떼서 코끝을 보듯이 하고, 혀는 혀끝을 윗 잇몸 안쪽에 버티듯 대고, 어금니와 입술을 살며시 다물면 된다.
흔히 눈을 감으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눈을 감으면 당장은 정신이 집중되고 기분이 좋은 듯이 생각되나, 시간이 경과하면 졸음을 부르고 잡념을 일으키게 되므로 반드시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금강권이나 법계정인도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런 자세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험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위에서 말한대로 좌선을 해갈 때, 신체의 각 부위가 아프거나 부자유스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허약한 체질에서 오는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직 자세가 익숙해지지 않았거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오는 것이다.
바른 자세와 화두가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현상은 없어진다.
좌선을 한다고 해서 오래 앉아 견디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처음 좌선을 하면 신체의 불균형이 수반되는 것이 통례이므로, 신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을 감안하여 50분 좌선하고 10분 포행(步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포행할 때 반듯한 몸가짐과 좌선할 때와 똑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임한다면, 심신의 피로가 풀리고 맑은 정신이 샘솟듯하여 공부에 많은 도움이 오게 된다.
〈스님, 해인사 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