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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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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 여연 1983년 02월 12호
O 차의 도구
차의 도구라고 한다면 찻잎을 딸 때부터 한잔 차를 마시기 까지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말하겠는데, 오늘날 우리의 고단한 삶 속에서는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드는 따위의 여유가 허락되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자연 차의 도구도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갖춘다면, 그런대로 우리의 들뜬 심성을 달래고 잃어가는 내면세계를 회복케 하는 차 생활을 즐기기에 족하리라.

O 찻잔
찻잔은 말차(妹茶)를 마실 때 쓰이는 것과 엽차를 마실 때 쓰이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는데, 형태에 관계없이 여러가지 색깔이 있을 수 있다. 예로부터 찻잔의 색깔은 흰빛을 가장 좋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순백색의 찻잔이 차의 빛깔을 그대로 받아들여, 간 맞게 된 차가 그 잔에 부어졌을 때 찻잔에 어리는 빛이 아름답고 황홀한 느낌조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한 사랑 한 사람의 개성이 다른 만큼 개인의 기호도 일정치 않으므로 자기의 기호에 맞는 색깔이나 모양의 잔을 선택하면 무리가 없을 줄로 안다.

O 차반(茶盤)
차관은 탕(湯)을 붓고 차를 넣어 우려내는 그릇이다. 요즈음은 대부분 찻잔과 한 세트를 이루어 만들어내는데, 이것도 너무 호사스럽지 않고 담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차 자체가 담박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릇이 너무 요란할 경우 차의 정서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우려낸 차를 찻잔에 따를 경우 찻물이 주둥이를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골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O 차통(茶桶)
차통은 만들어진 차를 갈무리하는 그릇이다. 다도(茶道)는 정(精)·조(操)·결(潔)의 세 가지를 갖춤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곧 차는 만들 때 그 정성과 미묘함을 다하여야 하고 (精), 습기가 스미지 않게 잘 보관되어야 하며(燦), 그리고 차를 내는 때에는 깨끗하고 청결함이 따라야 한다(鄭)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볼 때 차를 담아 보관하는 차통의 구실은 매우 중요해서, 차가 지닌 고유한 향기를 잘 간직할 수 있는 용기(用器)여야 함은 물론, 밖으로부터의 습기를 철저히 막을 수 있어야 한다.

O 차반(茶盤)
차반은 찻잔을 보관하거나 차를 낼 때 찻잔을 여럿 올려 놓는 쟁반이다. 차반은 주로 목재류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는데, 방나무 참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등을 이용해 나무의 무늬를 잘 살려 만든 것이면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

O 차수건(茶巾)
차수건은 찻잔이나 그 밖의 차도구를 닦는데 쓰이는 행주이다. 무명이나 면 또는 마포(麻布) 등으로 만들면 좋고, 빛깔은 흰색이 좋으며 천이 본래 지닌 자연스런 색도 괜찮다. 어느 것이든 물기를 잘 흡수하고 또 잘 마르며 깨끗해서 차를 마시는 맑은 격조에 어울려야 한다. 특히 위생에 주의하여 자주 빨거나 삶아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에서 소개한 도구 이외에도 차를 마시다 보면 필요한 것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다른 것들은 차를 익히고 배워가면서 장만해도 큰 무리가 없을 줄 안다.

* 맺는 말
오늘날 사회 각계 각층에서 차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으며, 사회 전체의 관심도 커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고조되자, 마치 한 때의 유행처럼 갖가지 부작용과 잡음도 섞여 나오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정신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일시에 이룩해보려는 관료적 사고방식도 문제이며, 무슨무슨 조직을 통해 이익과 이름을 취하려는 태도도 차의 높고 깊은 정신과는 거리가 먼 일 같다.
모처럼 일어난 차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풍토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차를 마시는 사람이나 차를 배우는 이들이나 문화정책을 펴나가는 관리들까지라도 차에 깃든 정신을 되짚어 보고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그리하여 차를 통하여 누구나가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며 격조 높은 정신세계를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님, 해안사 원당암〉

〈여러분들의 관심 속에 연재를 해오던 「차이야기」는 이번 호로 연재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집필해주신 여연스님과 성원해 주신 해인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