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는 소리에 천지 함께 울리더니
비개인 강산이 한 빛으로 푸르러라
만물이 지극하면 고기 용도 변화롭고
도(道)가 정미하면 돌부처도 신령하네
[해설] 천둥 번개 속에서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와 먹구름 속에서 우리는 티 하나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음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하늘과 땅이 무너질 듯하던 어둠의 시간이 지나면, 찬란한 햇빛이 퍼부어지는 광명의 세계가 전개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우리들 인간의 삶이 마치 이와 흡사함을 갈파하셨다. 얽매임과 집착의 일상에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지혜의 눈이 뜨이면 대자유와 안식의 지평이 열림을 말씀하셨다.
땅 속을 기는 작은 벌레에게도 깨달음의 씨는 숨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드러나는 것이라 한다. 없던 일이 생겨 나는 것이 아니고 가리워진 것을 보는 일이라고도 한다.
세상 만물이 자기의 세계에 깊이 도달할 때 새로운 경지가 펄쳐지듯, 깨달음의 길은 어디로도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도(道)가 지극해지면 돌부처가 빚을 놓는 일 쯤이 무에 그리 신기한 것이겠는가!
위 주련은 그 말투나 내용이 글 잘하는 선비가 읊었음직한 맛을 풍기는데, 그 출처나 지은이를 알 수 없다. 글씨는 해강 김규진(海剛 金圭鎭 : 1868-1933)의 전서(篆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