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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마음의 법문(法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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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편집실 1986년 07월 53호
경 허(鏡虛) 대선사

대저 인생 일대에서 「그 싱싱한 장년의 머물지 않음이 마치 달리는 말과 같으며, 풀의 이슬과 같으며, 지는 해와 같다」함은 무상이 빠름을 말함이요 「똥 무더기 같고, 꿈 둥우리 같으며, 원수의 도둑 같으며, 독사 같다」함은 허망하여 좋을 것 없음을 말함이다.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내가 말이 없고자 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꼭 그렇다 할 수도 없고, 꼭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였다. 장자(莊子)는 「황제(黃帝)가 잃은 현주(玄球)를 찾으라 보낸 망상(間象)이 이를 얻었다」 하며, 또 이르기를 「천지는 진리(質理)를 가리키는 한 손가락이요 만물은 내 마음대로 부리는 한 말(馬)이라」 하였거늘, 하물며 나는 부처님을 배우는 사문(沙門)일까 보냐? 마땅히 그 근본을 참구하고, 그 정묘한 법을 연마하면 백천 가지의 삼매와 한량 없이 묘한 이치를 구태여 구하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체득하리니, 제불조사(諸佛租師)가 그 어찌 별다른 사람이리오
이르기를 「이제 성현(聖賢) 가신 지 멀어서 출가한 사람이 자기의 집과 자기의 몸도 알지 못하고, 허둥지둥 하다가 데면데면히 일생을 허망하게 마쳐 보내니, 우리 부처님의 정법 안장(正法眼藏)을 매몰하여 밝히지 못하고, 온전히 허황되고 거짓되며, 요사하고 잔악함만 익힘으로써 다못 성품이 이루어지게 되어, 심지어는 도리어 비방까지 하거니, 슬프구나 말로써는 가히 다할 수 없도다」
육조대사(六租大師)께서 이르시기를 「앞생각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생각을 깨달으면 곧 부처니라」 하시었으며, 위산선사(洞山輝師)께서 이르시기를 「생각으로써 생각 없음의 그 묘(妙)한 생각 근원을 돌이켜 신령스런 불꽃이 다함 없으니, 생각이 다한 그 근원에 사무치면 성품의 본바탕이 언제고 어디에서나 향상 머물게 되고, 사변과 이치가 둘이 아니며, 참된 부처가 여여함이라」 하시었으니, 그 광명을 얻을진대 모든 부처님과 동등하여 여기에 한결같이 됨이요 만약 그 광명을 잃어 버릴진대 생사에 순종하여 만겁을 걸어야 하느니라.
마치 비유컨대 용이 뼈를 바꿔도 그 비늘은 고치지 아니하고,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되어도 그 면목은 고치지 아니함이라 하시었고, 무명(無明)에 가린 성품이 곧 불성이요, 환화의 공한 몸이 곧 법신이로다.
이 낱 도리가 다못 지극히 가까움이라.
눈을 뜸은 문득 어그러짐에 집착되고, 눈올 감을지라도 또한 스스로 집착을 이루어 나타남이니, 어떠한 것이 부처이오니까? 「곧 너이니라」 하시니, 이와 같이 명백한 지도에는 번거로운 것이 불가함이나, 모두가 다 범부를 고쳐 성현을 이루게 하는 지름길이 되느니라.
옛사람이 이와 같이 입이 아프도록 정성들여 틀림없는 말씀을 하시었으며 긴요하고 간절함이 늙은 할머니와 같은 마음을 썼으며, 외우고 익혀 연구하며 널리 먼저 깨친 이에게 묻고 깨달음의 이치를 분명히 결택함으로 회포를 삼아서 자세히 탁마하기를 그와 같이 하면 도(道)가 성취되리니 어떤 사람인들 성불(成佛)할 분이 없으리요 현명하고 어리석고, 귀하고 천함과 늙고 젊고, 남자·여자가 다 성불할 분이 충분히 있음이니라.
슬프다.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음은 마땅히 무슨 일을 하려 함인가?
눈가죽으로 빛을 끌어 들임은 아귀보로 돌아가게 됨이요, 귀로 소리를 따름은 아비 지옥에 들어감이로다.
소리와 빛에 침취하면 학과 축생에 떨어져 빠지며, 엉구렁과 함정에 빠져 갖은 고통을 받아 생사 장야에 정신없이 깊이 잠들어 깨지 못하고 오늘도 또한 이러하고, 내일도 또한 이러하다가 납월 30일에 이르러서는 머리가 깨지고 이마가 터지고 간장이 아파 잘라지는 듯하여 손가락과 다리를 잡아 빼는 듯할 때에 그 슬프고 두려움이 끊는 물에 떨어진 게와 같으며, 그 아픔을 참는 것은 마치 거북이의 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것 같음이로다. 이러할 때에 정신이 혼미하여 천상에 오르건 지옥에 떨어지건 밝혀 증득(證得)함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나니, 슬프고 애석함이로다.
돌이켜 생각하건대 저 임종할 때에 앉아서 몸을 벗고 서서 죽는 것을 활짝 열린 문으로 나가는 사람과 같이 용이하게 하나니 계 선사(械輝師)는 주장자를 짚고 천화하고, 불인(佛印) 장로는 혼연히 한 번 웃고 가셨으며, 혹 젓가락질을 하다가 쉬고 가셨으며, 발꿈치를 곤두세우고 입적하셨으며 혹 꺼꾸로 서서 입적하셨으니, 이런 분들의 가시는 땅은 염라 대왕은 고사하고, 모든 하늘이나 모든 부처도 알지 못함이라 하시니, 이는 다 자기의 자성을 반조하는 공부로써 온전히 정혜의 극치를 배움이니라. 슬프다. 옛사람이 어찌 지금 사람과 다르리오 동산(洞山) 화상이 이르기를 「가사입은 아래에서 몸을 앓는 사람이 곧 이처럼 안타까움이라」 하셨으니, 가히 경계하여 가르치심이라. 위에서 슬프도다, 슬프도다 하기 네 번을 거듭하니, 가슴을 찌르는 한(恨)이 바다와 같도다. 누가 알 수 있으랴.

※
1) 「청심법문(濟心法門)」=마음으로써 마음을 밝히는 법
문인데 「경허집」 초판본에는 「승화상인에게 준다〔 承華上人〕」로 나와 있다. 이 법문은 근래에야 경허 선사의 친필유고로 발견되어 원본에 따른 재정리를 함.
2) 공자(孔子) ·장자(莊子)=유교(隔敎)와 도교(道敎)를 대표하는 중국(中몹)의 성현(聖賢)
3) 현주(玄珠)=황제가 여행 중 곤륜산(崑崙山)애서 잃었다고 하는 보물로 도(道)를 상징하는 마음 자리 (「莊子」外薦 天地에서)
4) 망상(間象)=형상 없는 무심 (無心)으로 큰 법 (法),마음의 표현, 깨달은 위력을 일컬음. 「장자」 외편 천지에는 현주(玄珠)를 찾아 낸 「상망(象罔)」으로 나와 있음.
5) 육조대사(六租大師)=초조(初租) 달마 대사로부터 六조가 되는 혜능대사(慧能大師 六三八~七一三)
6) 납월(빼月) 三十일=임종시. 중생(衆生)의 망상이 다하는 성불(成佛)의 경지.